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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경북 구미의 월덱스 본사. 임시 주주총회에 오른 이사 보수한도 안건 3건이 모두 부결됐다. 2대 주주 VIP자산운용이 이끈 표대결에서 참석 주식의 93.75%가 보수한도 상향안에, 93.36%가 대표이사 보수 분리승인안에 반대했다. 특별이해관계가 있는 대표이사가 의결권을 행사한 사내·외이사 보수 안건조차 51.7%의 반대로 부결됐다. 이사보수를 둘러싼 주주행동주의가 지금 어디까지 왔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발단은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비롯됐다. ‘이사 보수규정 제정의 건’이 의결권 행사 주식 수 기준 찬성 30.8%, 반대 69.2%로 부결됐다. 이른바 ‘남양유업 판결(이사인 주주의 보수한도 의결권을 제한할 수 있다)’이 이사 보수규정 제정 승인 안건에서도 소액주주의 무기로 작동한 첫 사례였다. 회사는 세 달 뒤 같은 안건을 수정없이 재상정하면서, 대표이사 보수를 나머지 이사 보수와 분리해 상정하는 ‘안건 쪼개기’까지 시도했다. 의결권이 제한되는 대표이사가 두 아들이 포함된 안건에서는 35%에 이르는 자신의 지분을 행사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평일 오전 9시, 수도권에서 먼 구미 본사, 전자투표 배제. 회사가 세운 참여 장벽에도 참석률은 77.27%에 달했다. VIP자산운용(지분 15.64%)뿐 아니라 의결권 자문사 ISS와 노르웨이 연기금, 그리고 소액주주들까지 결집한 결과였다. 장벽이 오히려 결집을 불렀다.
숫자는 반대의 이유를 선명하게 설명한다. 월덱스는 최근 3년간 이사 보수한도 70억원을 유지하면서도 같은 기간 실지급액 대비 보수한도 집행률은 28%에 그쳤다. 한도의 3분의 1도 안 쓰면서 두 자릿수 비율로 한도를 올렸다. 이사 1인당 보수한도는 피어그룹 평균의 4배가 넘었고, 2025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각각 4.9%, 16.7% 줄었는데도 대표이사 성과급은 오히려 늘었다고 한다. 최근 3년간 대표이사 한 사람의 누적 보수는 약 40억원으로 주주 전체가 받은 배당금보다 많았다.
월덱스 경영진이 마주한 위기는 두 가지다. 당장은 실무 공백이다. 보수한도 안건이 부결되면서 이사들에게 올해 보수를 지급할 근거가 사라졌다. 회사는 다시 주총을 소집해 보수한도를 확정해야 한다. 더 무거운 것은 신뢰의 위기다. 이해관계 없는 절대다수 주주의 반대는 사실상 경영진에 대한 불신임에 가깝다. 내년 3월이면 대표이사를 포함한 이사 3인의 임기가 만료된다. 지금의 대응이 그 연임 여부를 가를 수 있다.
회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성과와 연동한 합리적 보수 기준을 다시 설계하고 그 근거를 투명하게 공시하며, 반대표를 던진 주주들과 직접 대화해야 한다. 안건을 쪼개거나 장소와 시간으로 참여를 제한해 표결을 우회하려는 시도는 이미 한 차례 역풍을 맞았다.
다행히 대치의 언어만 남지는 않았다. VIP자산운용 대표는 표결 직후 “대주주와 상생할 수 있는 부분이 충분히 있다”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월덱스와 계속 소통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한마디에 담긴 태도가 앞으로의 국면을 가를 갈림길이 될 수 있다. 회사는 주주가 요구하는 투명성과 설명책임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VIP자산운용도 대화의 문을 열어두면서 회사의 안정적인 경영권 유지에 힘을 보태야 한다. 그것이 월덱스와 모든 주주의 이익에 부합하는 길이다.
월덱스는 예외가 아니라 흐름의 일부다. 국민연금이 이사·감사 보수 관련 안건에 반대표를 던진 비율은 2022년 42.6%에서 2025년 45.2%로 증가했다. 가비아에서는 얼라인파트너스가 낸 ‘이사 및 주요 경영진 보상체계 공개’의 권고적 주주제안이 찬성률 61.5%로 가결됐다. 감독당국도 5월부터 이사·감사 보수총액을 영업이익, 총주주수익률(TSR) 등 성과지표와 함께 공시하도록 했다.
이사보수는 더 이상 주주총회의 통과 의례가 아니다. 월덱스 주총 표결 결과와 국민연금의 반대율, 가비아의 주주제안 찬성률 등 방향이 다른 숫자들이 결국 같은 곳을 가리킨다. 이사회가 스스로의 보수를 설명하지 않는 시대는 저물고 있다.
문성 율촌 기업지배구조센터 부센터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