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 통증·과다 발한으로 이어져
타 병원 ‘복합부위통증증후군’ 진단
‘교감신경 손상’ 3억 손해배상 청구
法 “신경손상 의한 이상 단정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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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양 제거 수술 후 신경 손상이 발생했지만, 법원은 의료상 과실을 단정할 수 없다며 병원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사진은 병원 수술실 입구 모습. [123RF] |
병원에 걸어 들어갔던 환자가 싸늘하게 식어서 돌아옵니다. 가족들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환자와 가족이 의료기관의 책임을 입증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입니다. 법무법인 오킴스와 함께 다양한 의료분쟁 판례를 분석하고, 다윗이 어떻게 해야 골리앗을 이길 수 있을지 톺아보려 합니다.
종양 제거 수술(종격동 종양 절제술)이 가져온 결과는 참혹했다. 통증을 없애기 위한 수술은 신경 손상을 불러왔고, 평생 통증을 안고 살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기구한 사연은 지난 2014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왼쪽 가슴 통증으로 병원 응급실을 전전하던 A씨는 잦은 통증 재발로 전남의 B 대형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B병원은 진통제 투여 등에도 잦아들지 않는 A씨에 대해 같은 해 9월 18일 종양 제거 수술을 실시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수술 후에도 A씨 통증은 멈추지 않았다. 연고가 있던 병원으로 전원 된 A씨는 B병원 외래 진료에서 가슴 통증을 계속 호소했다. C 주치의는 가슴을 여는 수술(개흉술) 후 왕왕 발생하는 통증으로 판단했다.
A씨 통증은 2014년 말까지 지속됐고, 이듬해 1월 1일 퇴원하기 전까지 통증 치료실·피부과·정형외과 등 협진으로 통증 조절을 위한 치료가 이어졌다.
잦아들 줄 알았던 A씨 통증은 오른쪽 신체 부위에 다한증으로 번졌다. 또 입원과 퇴원이 반복됐다. 이러는 사이 명치에서 왼쪽 등 뒤로 퍼지는 통증, 왼쪽 얼굴에서 상반신까지 땀이 안 나는 대신 반대쪽 상반신에는 비정상적으로 땀이 많이 나는 ‘과다 발한’ 양상이 나타났다.
A씨 “절단 말았어야 할 교감신경 손상”
2015년 9월,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A씨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 제1형’ 의증 진단을 받았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 제1형이란 외상이나 수술을 겪은 후, 상처는 나았으나 신경계가 오작동해 극심한 통증이 지속되는 희귀한 만성통증질환이다.
A씨는 현재도 시각통증등급 4점 정도의 통증, 왼쪽 늑간신경의신경병증에 따른 통증을 평생 안고 살아야 한다.
시각통증등급이란 의사들이 환자들의 통증 정도를 0점(통증 없음)에서 10점(극심한 통증)까지 수치화한 것이다. 4점은 일상생활 시 신경쓰이고, 욱신거리는 보통 수준의 통증을 말한다. 가벼운 치통, 생리통, 지속적인 두통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왼쪽 늑간신경의신경병증은 왼쪽 갈비뼈 사이를 지나는 신경(늑간신경)이 수술 등으로 손상돼 오작동(신경병증)을 일으키고 있다는 뜻이다.
한평생 통증을 안고 살아야 한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더욱이 수술로 인한 후유증이 의료진의 책임으로 느껴진다면 더더욱 그렇다.
A씨는 “절단하지 말았어야 할 교감신경을 손상시켰다”며 B병원을 상대로 ‘약 3억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그는 ▷교감신경 손상과 관련해 B병원 측의 설명이 없었고 ▷수술 후 이전과 다른 통증 및 땀 분비 이상 발생에도 B병원이 ‘후유증’으로 단순히 판단했으며 ▷이에 따른 원인을 밝히려는 노력을 게을리했다고 주장했다.
B병원 측의 수술 시행 시 주의의무 및 설명의무 위반 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A씨 주장 물리친 법원, 판결문 보니
하지만 법원의 판결은 달랐다.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2민사부(재판장 이원신)는 ▷수술 시 과실 등 주의의무 위반 ▷복합부위통증증후군에 대한 진단 및 치료 지체 과실 ▷설명의무 위반 등 A씨의 모든 주장을 물리쳤다.
우선 법원은 A씨 최종 진단명이 혈관종이고, 이에 대한 종양 제거 수술은 적절했다고 봤다.
더욱이 “교감신경 절단에 따른 후유증은 발한 이상(땀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나거나, 나지 않는 상황)과 안검하수”라면서도 “A씨 발한 이상이 교감신경 절단에 의한 것인지 의심할 여지는 있지만, 발한 이상만으로 교감신경 절단을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종양의 위치가 교감신경절과 근접해 있어서 술기 중 예기치 않게 교감신경이 절단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C 주치의가 종양을 절제하면서 교감신경을 손상했더라도 의료상 과실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에 대한 진단 및 치료 지체 과실에 대한 판단도 마찬가지였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 발생 직후 통증 조절을 위한 치료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나, 수술 절개 부위 자체가 통각 신경계에 많은 손상과 자극이 가해지는 부위이기 때문에 수술 후 심한 통증 호소는 정상이라는 것이다.
B병원이 수술실에 자가통증조절장치(PGA)를 거치하고, 마약성 진통제 및 소염진통제를 수술 후에도 복합 투여했을 뿐만 아니라 재입원 및 협진을 통한 치료 시행 등도 고려했다. B병원 조치가 적절했다는 판단이다.
아울러 설명의무 위반도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B병원이 수술 중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 및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 후유증, 신경 손상 가능성도 설명했다”며 “A씨 교감신경이 절단됐다고 단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통증이 반드시 교감신경 손상에 기인한다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에 설명의무가 있지 않다”고 판결했다.
고재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