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0원’에 자영업자들 울고 웃는 이유

노동계안 적용시 5인미만 年903만원↑
내년 최저임금 14일 사실상 최종 담판


정부세종청사에서 9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13차 전원회의에서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사용자위원인 이기재(왼쪽) 위원과 금지선 위원이 전원회의에서 중도 퇴장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금지선 위원은 “2%를 넘는 최저임금 인상안에는 동의할 수 없어 퇴장한다”고 말했다. 김용훈 기자


지난 9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13차 전원회의에서는 이례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공익위원들이 추가 수정안 제출을 요구하자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사용자위원들이 “시급 10원도 더는 못 올린다”며 회의장을 떠난 것이다.

10일 현재 9차 수정안까지 제시된 가운데 노사가 제시한 최저임금 격차는 시급 690원이다. 노동계는 시급 1만1220원(8.7% 인상), 경영계는 1만530원(2.0% 인상)을 제시했다. 경영계는 직전 수정안보다 시급 10원을 높인 수정안을 냈지만,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사용자위원들은 더 이상의 인상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시급 10원이면 인상률로는 0.1%포인트 차이에 불과하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에게 최저임금은 단순히 시급 몇 원이 오르는 문제가 아니다. 주휴수당과 퇴직금, 연장·야간근로수당, 4대 보험 사용자 부담이 모두 연쇄적으로 늘어나는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9차 수정안 기준 노동계가 제시한 시급 1만1220원으로 계산하면 내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시급 900원 오른다. 월 환산액(209시간 기준)은 근로자 1명당 약 18만8100원, 연간으로는 약 225만7200원 늘어난다. 최저임금 노동자 4명을 고용했다면 임금 지급액만 연간 약 903만원 증가하는 셈이다. 여기에 퇴직급여 충당분과 4대 보험 사용자 부담,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증가 등이 더해지면 실제 인건비 부담은 이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노사가 매년 최저임금 협상에서 평행선을 달리는 것이다.

영세 자영업자의 현실은 통계를 보면 알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소상공인의 월평균 사업소득은 191만원으로 올해 최저임금 월 환산액(약 215만원)보다 적었다.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에서도 월 83만원도 벌지 못하는 영세 사업장이 절반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에서는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이른바 ‘쪼개기 알바’도 확산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5.1%가 주휴수당 지급 의무가 없는 주 15시간 미만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최근에는 주당 근무시간을 14.9시간으로 맞추기 위해 하루만 1분 일찍 퇴근하도록 한 아르바이트 채용공고까지 등장했다. 인건비 부담이 커질수록 안정적인 일자리 대신 초단시간 고용이 늘어나는 역설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경영난은 각종 지표에서도 나타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5월 임금체불액은 7727억원으로 이 가운데 30인 미만 사업장 체불액이 5744억원(74.3%)을 차지했다. 올해 3월 자영업자 실업급여 수급자는 1794명으로 지난해보다 15.5% 늘었고, 자영업자 고용보험 가입자도 18.4% 증가했다. 경기 불확실성과 폐업 위험에 대비하려는 자영업자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올해 결정된 최저임금은 내년 협상의 출발선이 된다. 올해 10원이 내년에는 새로운 기준이 되는 셈이다. 소상공인 대표들이 시급 10원, 인상률 0.1%포인트에도 물러설 수 없는 이유다.

반면 노동계도 쉽게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구매력평가(PPP) 기준 지난해 우리나라 식료품·비주류 음료 물가지수는 146으로 OECD 평균보다 46% 높아 회원국 가운데 스위스 다음으로 높았다.

노동계는 지난 3년간 최저임금 저율 인상 과정에서 내수 침체를 경험했다며 최저임금 인상이 저임금 노동자의 실질임금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주장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오는 14일 제14차 전원회의를 열어 심의를 이어간다. 공익위원들이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한 뒤 노사 합의 또는 표결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법정 심의기한을 넘긴 만큼 이날 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사실상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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