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질주하던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주가가 최근 일주일 넘게 급락한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단기 트레이딩이 가능한 가격대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업황이 아직 정점을 지나지 않았다는 시각과 함께 변동성이 큰 만큼 이익 흐름을 확인하며 대응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동시에 제기된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마이크론과 샌디스크가 최근 고점 대비 약 30% 하락하면서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매수 구간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최근 조정으로 고점 대비 15% 하락했고, 엔비디아와 브로드컴은 약 20%, 메모리 업체인 마이크론과 샌디스크는 30% 안팎의 낙폭을 기록했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주가 추이
SK하이닉스 주가 추이
보고서는 과거 사례를 근거로 미국 증시가 본격적인 약세장이 아니라면 반도체 업종의 최대 낙폭(MDD)은 지수 기준 -20%, 개별 종목은 -30% 수준에서 조정이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충격(2020년), 미 연준 긴축(2022년), 관세 충격(2025년)처럼 시장 전체가 약세장에 진입한 경우를 제외하면 최근 10년간 반도체 업종과 메모리 종목의 추가 하락 폭은 제한적이었다는 설명이다.
기술적 지표도 반등 가능성을 시사한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SOX)의 상대강도지수(RSI)는 과매도 기준인 30선에 비교적 근접했고, 스토캐스틱 지표도 과매도 구간에 진입했다. 대표 메모리 종목인 마이크론 역시 두 지표가 과매도 영역으로 내려오며 단기 반등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RSI는 일정 기간 주가가 얼마나 빠르게 오르거나 내렸는지를 수치화한 기술적 지표다. 일반적으로 70 이상이면 ‘과매수’(단기간 너무 많이 오른 상태), 30 이하면 ‘과매도’(단기간 과도하게 하락한 상태)로 해석한다.
스토캐스틱(Stochastic)은 현재 주가가 최근 일정 기간의 최고가와 최저가 사이에서 어느 수준에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0~20 구간은 과매도, 80~100 구간은 과매수로 본다.
두 지표 모두 기업의 실적이나 펀더멘털을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단기적인 수급과 투자심리를 측정하는 기술적 분석 도구다. 따라서 과매도 신호가 나왔다고 반드시 반등하는 것은 아니지만, 통상 단기 매수 타이밍을 판단하는 참고 지표로 활용할 수는 있다.
특히 한화투자증권은 최근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아진 것을 저평가 신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봤다.
이는 주가 하락보다 주당순이익(EPS) 추정치 상향 폭이 더 컸기 때문으로, 실제 이익 사이클은 여전히 개선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1년 전 실적 추정치를 기준으로 한 ‘고PER 매수·저PER 매도’ 전략이 당분간 유효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상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스토리지 포함) 반도체 기업의 주식 가격이 고점 대비 30% 폭락하고, 비메모리 및 반도체 지수가 20% 가까이 떨어진 지금은 반도체의 비중을 늘릴 수 있는 시기”라며 “1년 전 추정치를 기준으로 하면 고PER 매수 후, 저PER 매도가 진행될 수 있는 시기가 최소한 1개 분기는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메모리 업체를 바라보는 시각도 비슷하다. KB증권은 최근 반도체 조정의 핵심 원인을 ‘이익 증가율 둔화’에 대한 과도한 우려로 진단했다. 이어 지금처럼 이익이 급증한 국면에서는 기저효과 때문에 증가율이 둔화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인 만큼 이를 업황 고점 신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과거 SK하이닉스 사례도 근거로 제시했다. 2013년과 2017년 모두 EPS 증가율은 먼저 정점을 찍었지만 실제 주가 고점은 각각 약 10개월, 9개월 뒤에 형성됐다. EPS 증가율이 둔화했더라도 이익의 절대 규모는 계속 늘어나면서 주가 상승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KB증권은 현재 시장에서 더 중요한 지표는 이익 증가율이 아니라 이익률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컨센서스 기준으로는 반도체 업체들의 이익률이 올해 4분기까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업황이 아직 정점을 통과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다만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KB증권 역시 향후 투자 판단의 핵심은 이익률 개선 여부라고 강조했다. 이익률은 수시로 바뀌는 만큼 향후 추정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증권사는 업황 기대를 반영하더라도 현재 주가가 부담스러운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BNK투자증권은 최근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현재 주가보다 낮은 185만원으로 제시하며 추가 상승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7월 상순이 지나면서, 이제는 주가 조정을 비중확대 기회로 볼 수 있는지 검토할 시점”이라며 “앞으로 EPS가 계속 늘어나더라도, 증가율이 800%를 넘지 못하면 주가는 하락해야 할까,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