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못 잡아도 D램은 잡는다…中 CXMT의 6.5조원 승부수

상하이증권거래소에 IPO 투자설명서 제출
범용 D램 중심 승부수
1분기 점유율 7.6%로 상승
AI 메모리 호황 속 후발주자 추격 본격화

[챗GPT와 망고보드를 이용해 제작함]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중국 D램 업체 CXMT(창신메모리)가 기업공개(IPO)를 통해 6조원대 자금 조달에 나선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주도하는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여전히 격차는 크지만, 범용 D램 호황을 발판으로 추격 속도를 높이려는 전략이다.

11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CXMT는 지난 9일 상하이증권거래소에 투자설명서를 제출하고 IPO 절차에 들어갔다. 2016년 설립된 CXMT는 10년 만에 중국 최대 D램 업체이자 글로벌 4위권 업체로 올라섰다.

CXMT는 투자설명서에서 자사를 생산능력 기준 중국 1위, 세계 4위 D램 제조사로 소개했다. 동시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을 주요 경쟁사로 명시했다. 다만 선두권과의 격차도 인정했다. CXMT는 “글로벌 선두 3개 업체와는 여전히 일정한 격차가 존재한다”며 “생산능력과 연구개발(R&D), 매출 규모 등에서 차이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IPO로 CXMT가 조달하려는 금액은 295억위안, 한화 약 6조5000억원이다. 전체 투자 계획은 345억위안 규모다. 부족한 자금은 자체 재원으로 메울 예정이다.

조달 자금은 생산라인 고도화와 D램 기술 개발에 투입된다. 세부적으로는 생산라인 기술 업그레이드에 75억위안, D램 기술 고도화에 130억위안, 차세대 D램 선행기술 연구개발에 90억위안을 배정했다.

눈에 띄는 부분은 CXMT가 고대역폭메모리(HBM)보다 범용 D램을 앞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HBM 시장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마이크론이 기술 우위를 점하고 있다. CXMT는 당장 HBM에서 정면 승부를 벌이기보다 DDR5, LPDDR5X 등 상대적으로 진입 가능한 범용 D램 제품군으로 시장 점유율을 키우는 쪽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최근 시장 흐름과도 맞물린다. 인공지능(AI) 서버 투자가 확대되면서 HBM뿐 아니라 서버와 PC, 모바일에 쓰이는 범용 D램 수요도 함께 늘고 있다. 선두 업체들이 HBM과 첨단 제품에 생산능력을 집중하는 사이, 범용 D램 공급 공백을 후발 업체가 파고들 여지가 생겼다는 분석이다.

CXMT


CXMT의 매출 구조도 범용 D램 중심이다.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지난해 CXMT 매출에서 LPDDR 제품이 66.4%를 차지했고, DDR 제품은 31.9%였다. 대부분의 매출이 모바일·PC·서버 등에 쓰이는 일반 D램 제품에서 나온 셈이다.

시장점유율도 빠르게 올라왔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CXMT의 글로벌 D램 점유율은 7.6%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 4.7%에서 3%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38.6%로 1위를 지켰고, SK하이닉스는 28.8%, 마이크론은 22.4%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애플이 일부 제품에 CXMT D램 채택을 검토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실제 채택 여부와 범위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글로벌 고객사 확보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중국 메모리 업체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SK하이닉스가 미국 증시에 ADR을 상장하며 AI 메모리 투자 열기를 다시 확인한 것도 업계의 흐름을 보여준다. 글로벌 자금이 AI 반도체와 메모리 공급망에 몰리는 가운데, 중국 역시 자국 D램 업체 육성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호황기에는 후발 업체들이 가장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며 “지금은 글로벌 3사가 공급하지 못하는 물량을 CXMT가 채우는 구조여서 점유율 확대가 나타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계속해서 중국 업체들의 추격을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중국 정부의 반도체 대기금 등이 성장을 뒷받침했다면 앞으로는 IPO를 통한 자금 조달까지 더해져 투자 여력이 한층 커질 것”이라며 “상장 이후에는 실적과 투자 성과가 시장에 투명하게 공개되는 만큼 CXMT의 경쟁력도 본격적으로 검증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CXMT의 DDR5. 범용D램 기술에서 삼성·SK하이닉스와 1세대 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CXMT 홈페이지 캡처]


중국 정부의 지원에 민간 자본까지 더해지면 CXMT의 투자 속도는 더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 자립을 국가 전략으로 추진하는 중국 입장에서 D램은 여전히 핵심 과제다. CXMT가 글로벌 4위라는 위치를 전면에 내세운 것도 중국 내수를 넘어 해외 시장까지 염두에 둔 행보로 읽힌다.

다만 선두 3사와의 기술 격차를 단기간에 좁히기는 쉽지 않다. 특히 AI 서버용 HBM, 첨단 공정, 고객사 인증, 수율 관리 등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진입 장벽이 높다. CXMT가 범용 D램에서 몸집을 키우더라도 고부가 제품으로 올라서는 과정이 본격적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글로벌 3사도 가만히 있지 않다.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와 미국 거점을 중심으로 AI 메모리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첨단 패키징 투자를 통해 HBM 주도권을 강화하고 있다. 마이크론도 미국과 일본 등에서 생산능력 확대를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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