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게 주식이구나” 무려 ‘30조원’ 사라졌다…급락장에 철수하는 개미들 [투자 360]

지난 9일 오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딜링룸에 코스피 지수 등이 표시돼 있다. 윤창빈 기자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 주식시장에서 빠르게 자금이 빠지고 있다. 특히, 국내 증시 급등을 이끌던 개인투자자의 투자 심리가 빠르게 식는 추세이다. 투자자예탁금이 이달 들어 꾸준히 감소, 107조원대까지 떨어졌다. 불과 한 달 사이 30조원 가량 줄어든 수치이다. 하루 만에 6조원이 줄어드는 등 투자 대기자금이 빠르게 줄고 있다.

이 사이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자금은 급등했다. 7거래일 만에 1조원이나 순매수하는 등 7월 들어 가파른 증가세이다. 국내 주식에서 식은 투자심리가 미국 증시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시장에서는 그동안 외국인 매물을 받아내던 개인투자자의 매수세가 예전 같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지난달 말 136조원대에서 최근 112조원대로 감소했다. 지난 9일 기준 107조원대를 기록, 110조원대 밑으로 떨어졌다. 하루 만에 6조원이 줄어드는 등 최근 들어 감소 폭도 커지고 있다.

투자자예탁금이 110조원 밑으로 떨어진 건 지난 4월 8일 이후 처음이다. 약 한 달 전 136조원대와 비교하면 30조원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최근 국내 증시는 외국인의 거센 순매도를 개인투자자의 순매수로 방어하며 지수를 견인한 구조였다. 외국인 순매도세는 여전히 강한 상황에서 개인 순매수 여력이 줄어들면 수급 자체가 불안해질 수 있다. 특히, 외국인 순매도세, 개인 순매수세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된 상황에서 이들 종목이 흔들리면 코스피 자체가 흔들리는 현실이다.

미국 주식 투자는 다시 급등세이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9일(조회기준)까지 7거래일간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는 8억9779만달러(1조3529억원)에 달했다.

서학개미 순매수 규모


이미 6월 한달 전체 순매수 규모(6억3295만달러)를 훌쩍 뛰어넘었다. 이런 추이라면 7월에 기록적인 미국 주식 순매수세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올해 들어 정부가 해외주식을 팔고 국내 시장으로 복귀하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RIA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하며, 매수세가 줄어드는 흐름을 보였다. 2월 39억4905만달러에서 계좌가 본격 출시된 3월 16억9150만달러로 감소한 데 이어, 4월에는 4억6892만달러 순매도로 돌아섰다. 100% 공제를 받을 수 있는 마지막 달인 5월에는 9억3977만달러까지 순매도세가 확대됐다.

하지만 6월 들어 다시 매수세를 보이더니 7월엔 한층 가속이 붙었다.

‘서학개미’의 귀환은 최근 국내 증시의 불안정한 흐름과도 맞물렸다. 코스피 시장의 변동성이 극에 달하면서 지수가 급락하자, 상대적으로 미 증시에 대한 선호가 다시 높아졌다.

코스피는 현재 9300대까지 올랐던 고점 대비 20% 이상 급감한 상태이다.

향후 관건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및 투자심리 회복 여부이다. 삼성증권은 최근 긴급시황 보고서를 내고 “많이 올랐기 때문에 단기 급등에 따른 AI 투자 과열 논란이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도 “현재 AI 투자 사이클이 정점을 지났다고 판단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7월 말 미국 빅테크 실적 발표가 메모리 반도체 주식들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며 “하이퍼스케일러들의 AI 투자 지속성이 재확인된다면 우리 증시는 다시 회복력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달 말 예정된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 알파벳, 아마존 등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실적과 AI 설비투자(CAPEX) 계획도 관건이다. 이들 기업의 투자 기조가 메모리 슈퍼사이클 지속 여부와 반도체 업황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