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후예’의 인기에는 경기불황속 고단한 현실을 잊고 판타지에 빠지고 싶은 대중의 욕구가 한몫하고 있다. 군대에서 하극상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여성들이 좋아할만한 남자주인공을 만들 수 있게 판타지가 펼쳐지고 있다.
김은숙 작가는 “‘태양의 후예’는 내가 쓴 드라마중 최고의 판타지가 될 것이다. 자기 일을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하는 사람들의 무거운 이야기다. 누구나 그렇게 해야 하지만, 누구나 그렇게 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최고의 판타지가 될 듯 하다”고 말했다.
우선 우월한 비주얼의 소유자들인 송중기-송혜교라는 특급조합 자체가 판타지다. 비주얼의 판타지에, 송중기가 연기하는 특전사 대위인 유시진이라는 인물의 판타지, 이 군인이 연기하는 멜로의 판타지가 다 들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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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후예’는 멜로지만 가벼운 이야기는 아니다. 캔디 또는 신데렐라, 이를 구원해주는 재벌 2,3세가 나와 철없는 대화나 나누며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가 펼쳐지던 낭만적인 공간이 아니다. 전쟁이 일어나는 분쟁지역이라는 무거운 공간이다. 사람이 죽어나갈 수도 있다. 가상의 분쟁지역인 우르크에서 두 사람의 연결고리가 시작된 장면부터가 지뢰를 소재로 한 ‘장난’이다.
남자주인공 유시진은 분쟁지역에 파병돼 사람을 구하는 작전을 수행하는 중대장이고, 여자 주인공 강모연은 그곳 병원에서 사람을 치료하는 의사다. 응급환자인 아랍의 VIP를 총으로 대치하는 상태에서 수술하기도 한다. 그 공간속의 아이들을 만나는 등 무거운 국제 사회 문제를 쥐고 가면서, 긴박한 상황에서의 인간의 가치(휴머니즘)를 생각하게 한다. 극성을 강화해흡인력도 높이고 뭔가 있어 보이게 하는 ‘있어빌리티’ 욕망도 충족시켜준다.
사람이 죽어나가는 분쟁지역에서 데이트 약속 어기기는 다반사다. 데이트 하기 직전 송중기가 헬기를 타고 어디론가 가버리는 장면 등을 보면, 어릴 때 하던 남자들의 전쟁놀이, 여자들의 병원놀이 판타지 연장선에서 볼 수도 있다.
이처럼 무거운 공간에서 심각한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김은숙 작가는 신선하고 감각적이고 오글거리는 대사를 자주 사용해 무거울 수 있는 드라마를 경쾌하고, 보기 쉽게 만들고 있다. 멜로의 판타지도 잘 잡혀 있다. 3각, 4각관계가 아니라 처음부터 두 개의 명확한 러브라인으로 출발했다. 하나는 남자 장교와 여의사, 또 하나는 서대영 상사(진구)와 특전사령관의 딸인 군의관 윤명주 중위(김지원) 조합이다. 계급이 높은 윤명주가 사랑에 있어서는 부하인 진구에게 쩔쩔 매는 이 관계도 무척 흥미롭다. 현실에서는 보기 힘든 이 점만 봐도 대중이 원하는 멜로의 판타지와 계급성을 모두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송중기-송혜교의 멜로는 엄청난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송중기는 낯 간지럽고 오글거리는 대사뿐만 무거운 대사도자유스럽게 구사하며 여성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변화가 적은 표정과 중저음 대사톤으로 진지와 농담을 오가며 표현 효과를 극대화시킨다.
분쟁지역에서 사람을 구하고 보호해주는 모험가 기질이 있는 반듯한 군인인 송중기는 어떻게 보면 이상화된 이미지지만 특히 여자들에게는 최고의 판타지다. 여성 시청자들에게는 연애하고싶은 히어로다. 송중기는 미소년 이미지에서 상남자로 변신했다.
한편, 제작비 130억원, 6개월간 100% 사전제작된 대작인데다 국내 드라마 최초로 한·중 동시 방영되고 있는 ‘태양의 후예’는 앞으로 사전제작, 글로벌 방영 등으로 드라마 제작시스템을 바꾸는 데에도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