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냐, 수상스키냐…타이어 홈 깊이에 달렸다

[헤럴드경제=유재훈 기자] 섭씨 30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주춤한 사이 연일 비소식이 이어지며 본격적인 ‘장마’시즌 임을 실감케 하고 있다.

장마기간 빗길 운전은 사고의 위험을 높여 운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한반도는 연간 강수량의 27%가 6월 하순부터 7월 초순 사이 여름 장마철에 집중된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빗길 교통사고율은 맑은 날에 비해 40%이상 높고, 사망률은 눈길에 비해 10배 이상 높다. 실제로 지난 3년간 6월 말에서 8월 초까지 장마기간 중 하루 평균 2900여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4500명의 사상자가 났다는 통계도 나왔다.

특히 최근에는 몇 일씩 지속돼 내리는 비 보다는 짧은 시간에 쏟아지는 ‘게릴라식’ 집중 호우는 빈번해 대형 교통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갑작스레 큰 비가 내려 노면이 물에 젖으면 시야와 함께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이 바로 제동이다. 빗길에서 자동차가 주행할 때 타이어와 지면 사이에 얇은 물의 막이 생겨 차가 물위에 떠있는 상태가 되는 것이 흔히 말하는 ‘수막현상’이다. 이는 물의 막을 이용해 즐기는 수상스키와 원리가 같다. 수막현상은 빗길 도로는 물론 맑은 날 물이 고여있는 웅덩이를 지날 때도 발생할 수 있어 늘 경계해야 한다.

수막현상을 막기 위해 항상 체크해야 하는 것은 바로 타이어의 마모 상태다.

맑은 날 일반도로에서 시속 100㎞로 주행 중 필요한 제동거리는 차종별로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40m 내외다.

하지만 빗길 도로에선 얘기가 달라진다. 특히 타이어의 마모 상태에 따라 제동거리는 큰 차이를 보인다.

한국타이어의 실험결과에 따르면 타이어 트레트 홈 깊이가 7㎜인 새 타이어의 경우 시속 100㎞ 빗길 주행중 정지까지 필요한 거리는 53m였다. 반면 마모 한계점인 홈 깊이 1.6㎜의 타이어를 장착한 차량의 제동거리는 91m까지 늘어났다. 타이어 마모 상태에 따라 제동거리가 38m나 늘어나는 것이다. 시속 80㎞의 경우에도 제동거리는 32m나 차이가 났다.

때문에 수막현상을 최대한 방지하기 위해선 타이어 마모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특히 마모 한계인 1.6㎜에 맞춰 타이어를 교체하기보다는 홈 깊이가 2.8㎜ 정도인 상태에서 여유를 두고 타이어 교체를 고려하는 것이 좋다.

수막현상 발생하면 제동 뿐 아니라 조향에도 영향을 미친다. 같은 실험에서 시속 80㎞로 코너를 도는 경우, 새 타이어는 2~3m가량 미끄러지는 반면, 마모 타이어는 아예 차선을 이탈해 버리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전후방 4개 타이어를 한꺼번에 교체하는 데 드는 비용이 부담스러워 한 쪽 2개 씩 따로 교체하는 경우 위험성은 더 커진다.

앞쪽 2개만 새 타이어로 교체할 경우 마모된 뒷바퀴가 방향성을 잃어 코너링시 차체가 코너 안쪽으로 회전해 차량 조정이 불가능해지는 ‘오버 스티어’ 현상이 일어 날 수 있다. 반대로 후륜 2개만 교체하면 앞바퀴가 조종성을 잃어 코너링시 예상 궤도보다 바깥쪽으로 더 밀려나가는 ‘언더 스티어’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공기압 역시 빗길 운전의 체크 포인트다. 적정 공기압을 유지해 타이어와 노면이 접촉하는 면적을 최대한 넓혀야 최적의 제동 성능을 유지할 수 있다. 공기압이 부족할 경우 회전저항이 커지고, 타이어 각 부분의 움직임이 커져 과열 현상이 발생한다. 뿐만 아니라 고속 주행 때 타이어 표면이 물결을 치는 듯한 현상인 스탠딩 웨이브(Standing Wave)가 발생하는데, 최악의 경우 타이어가 파손될 수도 있다. 반대로 과할 경우에는 완충능력이 떨어져 승차감이 나빠지고, 지면과 접지되는 부분이 줄어들어 제동 성능이 감소될 수도 있다.

서종범 한국타이어 연구개발본부 상무는 “지면의 물은 타이어 트레드(Tread)의 패턴(pattern)이라는 홈을 통해 물이 빠져나가는 배수로 역할을 하도록 설계돼있는데, 타이어의 마모는 패턴의 홈 깊이를 감소시켜 물이 빠져 나가기 어렵게 만들어 수막현상을 발생시킨다”며 “흔히 알려진대로 100원짜리 동전을 타이어 홈에 거꾸로 끼워 이순신 장군의 상모가 2/3이상 드러나면 교체시기가 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비용 등의 문제로 전ㆍ후방 타이어 중 마모가 덜 된 2개씩 교체하는 것은 빗길 운전에 바람직하지 않다”며 “불가피할 경우 앞 뒤 타이어의 주기적인 교체로 고른 마모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igiza7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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