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PV5 [기아 제공] |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적극 육성 중인 목적기반차량(PBV)이 올해 성장 변곡점을 맞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코로나19에 따른 공유경제 후퇴로 시장의 관심이 낮아졌지만, 최근 들어 글로벌 기업들이 공격적인 기술 개발에 나서면서 시장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7일 이호 한국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이 작성한 자동차 산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PBV의 잠재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PBV는 사용 목적에 따라 맞춤형으로 설계·제작돼 승객 또는 화물을 운송하는 이동 수단을 의미한다.
2010년대 후반 우버 등이 빠르게 성장하며 승차공유서비스용 PBV까지 시장이 확장할 수 있다는 기대를 모았으나, 코로나19로 공유경제가 후퇴하며 관심도가 하락했다. 하지만 이 연구원은 최근 공유경제가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고, PBV 실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기술, 특히 전기 PBV의 경제성을 높이는 기술이 상용화하며 PBV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고 봤다.
또 승차 공유 서비스용뿐만 아니라 단거리 화물 수송(라이트마일 딜리버리) 등으로까지 콘셉트가 확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바이 와이어(by-Wire) 시스템’과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을 기반으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면, PBV가 더욱 다양한 분야로 확장할 것으로 봤다. by-Wire는 조향(Steer-by-Wire), 제동(Brake-by-Wire) 등에서 기계적 연결을 전기적 구성요소로 대체하는 기술이다.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은 주행 관련 서브 시스템을 모듈화해 차체 하부 또는 차대에 통합하는 기술이다.
by-Wire 및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을 이용하면 차량 상부 구조의 설계 자유도를 높일 수 있다. 주행 관련 시스템이 차량 상부 구조에 가하는 설계적인 제약이 크게 완화되기 때문에 승객 및 화물 공간을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다. 또 동일 하부 시스템을 여러 모델에 적용하면 부품 공용화를 통한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상부 공간의 모듈화까지 병행하는 경우 승객용 PBV는 승객 공간의 노후화, 진부화 완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연구원은 3~5년 정도 차량을 운영할 경우 내부 공간의 노후화·진부화로 선호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상부 공간 일부만 개별적으로 쉽게 교체할 수 있다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규모의 경제 달성을 위한 허들이 낮아지면서 수요가 상대적으로 두텁지 않은 특정 용도의 PBV 또는 중·소규모 사업자에 적합한 PBV도 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글로벌 기업들의 PBV 투자도 활발하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1월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전자·IT박람회 ‘CES 2024’에서 기아 ‘PV5’를 공개했다. PV5에는 현대모비스의 스케이트보드 플랫폼 ‘e-CCPM(Electric Complete Chassis Platform Module)’가 탑재되며, 2025년 출시 예정이다. 기아는 올해 초 우버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우버 모빌리티에 최적화된 PBV 개발 및 공급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중국 CATL은 by-Wire 시스템을 구현한 스케이트보드 플랫폼 ‘CIIC(CATL Integrated Intelligent Chassis)’를 올해 3분기부터 양산할 예정이다.
CATL의 CIIC. [CATL 제공] |
일본 토요타는 2020년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인 ‘e-Palette’를 공개한 바 있으며, 올해 말까지 ‘Steer-by-Wire’를 자사 전기차(Toyota bZ4x, Lexus RZ)에 적용할 계획이다.
다만 새롭게 적용되는 기술에 대한 사용자의 보수적인 태도는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 연구원은 “PBV는 맞춤형 제품으로 최적 활용 범위가 제한적이라 일정 기간을 활용한 이후 동일 수요를 가진 다른 주체를 물색, 매각하기 어렵다”며 “이에 따라 최초 사용자가 차량을 장기적·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하므로 차량에 대한 검증 및 신뢰성에 더욱 엄격한 기준을 요구할 유인이 있다”고 말했다.
또 “이러한 점은 조향, 제동 등 안전과 직결되는 신기술을 적용한 제품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사용자의 보수적인 태도와 합쳐져 by-Wire 시스템 및 스케이트보드 플랫폼 기반 PBV 채택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