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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방탄소년단(BTS)의 ‘BTS 월드투어 아리랑 IN 부산’ 공연이 열리는 부산 동래구 아시아드주경기장 입구 홍보 부스에서 외국 팬이 기념품을 받아 가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부산)=고승희 기자] “부산에서 운전을 수십 년 했는데, 이렇게 외국인이 많이 온 건 처음이에요 . 4년 전과도 비교가 안 돼요.”
부산시는 거대한 ‘아리랑’ 테마파크였다. 도시 전체가 아미밤(BTS 응원봉)처럼 빛났고, 세계 각국의 언어가 들려왔다. 개인택시 운전을 하는 김수형(65) 씨는 폭염으로 달아오른 도시 곳곳을 메운 외국인 아미들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방탄소년단의 데뷔 13주년 생일파티가 열린 지난 12~13일, 부산 전역은 전 세계에서 몰려든 팬들로 인해 메가 음악 페스티벌을 방불케 했다. 부산역, 공항철도, 지하철, 거리 곳곳이 방탄소년단과 아미로 가득했다.
부산은 ‘BTS 페스타’ 일정과 공연이 부산으로 결정된 이후, 이곳은 방탄소년단과 아미를 맞을 채비에 분주했다. 도시 곳곳에 ‘부산 웰컴즈 BTS’라는 현수막과 사진이 걸렸고,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얼굴은 시내 곳곳을 도배했다. 특히 부산 출신인 멤버 지민과 정국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 곳은 드물었다.
프랑스 리옹에서 온 클로에 베르나르(27)는 보랏빛 리본으로 ‘아미 정체성’을 드러내며 “지민과 정국의 고향에 드디어 왔다”며 “이렇게 멋진 바다를 보고 자라 서정적이면서도 희망을 주는 노래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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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운대에 마련된 BTS ‘더 시티’ 프로젝트 [하이브 제공] |
부산역부터 해운대까지, 센텀시티에 자리한 신세계 백화점까지…방탄소년단의 이른바 ‘홈 커밍 데이’는 부산시 주요 장소를 따라 유기적으로 확장됐다.
이틀간 부산시에서 열린 ‘더 시티’ 프로젝트는 법무부 추산 약 5만 명의 외국인을 포함해 총 11만여 명의 메가 팬덤이 대거 유입됐다. 일찌감치 인천과 김해공항, 부산항은 연일 인산인해를 이뤘다. 정부 역시 입국 심사 인력을 평소 대비 최대 88%까지 긴급 증원하는 등 출입국 특별대책을 시행했을 정도다.
축제의 서막은 부산의 관문인 부산역 유라시아 플랫폼부터 정교하게 연출됐다.
캐리어를 이끌고 웰컴센터로 진입하는 세계 각국의 팬들은 이국적인 해양 도시이자 방탄소년단의 세계관 속으로 곧장 편입됐다. 지난 5일부터 단 일주일 만에 1만 5000여 명이 거쳐 갔다. 대기 시간만 해도 무려 1시간이 걸렸다.
부산역에서 만난 러시아 출신의 타냐(30) 씨는 “부산까지 오는 길이 고되고 힘들었지만 오니 피로가 씻긴 기분”이라며 “작은 가게부터 백화점까지 도시 전체가 아미를 반기고 배려한다고 느껴 감동받았다”고 했다.
하이브의 ‘더 시티’ 프로젝트는 2022년 방탄소년단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공연할 당시 처음으로 시도했다. 콘서트가 열리는 도시에서 숙박, 식음료, 쇼핑,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해 도시 전체를 테마파크로 만들었다. 국내에서의 ‘더 시티’ 프로젝트는 앞서 서울, 부산에서 열렸지만 이번엔 해운대 해수욕장까지 확장하며 장소성까지 완벽하게 결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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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TS 공연이 열리는 12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 멤버 정국의 응원 메시지를 담은 비행선이 신곡 ‘SWIM’ 모래작품 뒤로 날자 팬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 |
해운대 백사장에선 정규 5집 ‘아리랑’의 타이틀곡 ‘스윔(SWIM)’의 메시지 ‘킵 스위밍(KEEP SWIMMING)’ 형상의 초대형 모래 조형물이 아미를 반겼다. 백사장 한복판에 놓인 포토스팟이자 아미 성지였다. 여름철 밀려오는 파도 소리와 방탄소년단의 음악이 뒤섞인 청음 공간 ‘러브 송 라운지’는 문을 연 지 단 2시간 만에 3000명 이상의 인파가 몰렸다.
바다를 바라보며 음악을 듣던 프랑스 카미유(28) 씨는 “바다 위에 방탄소년단의 서사가 얹어지니 감동이 배가 된다”며 “지민과 정국이 바다를 보고 자란 시간들과 내가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듣고 자란 시간이 겹쳐지며 지난 생각들이 떠올린다”고 했다.
메인 이벤트는 이틀간 이어지는 콘서트이지만, 티켓을 구하지 못한 아미들도 적지 않았다. 칠레에서 인천까지 장장 28시간의 비행 끝에 도착해 부산에 왔다는 에밀리(20) 씨는 “공연장에 들어가진 못하지만, ‘BTS 페스타’를 여는 한국에 오지 않을 수 없었다”며 “이전부터 꼭 한번 오고 싶었는데 부모님이 허락하지 않았는데, 이제 성인이 돼 올 수 있었다”고 했다.
부산이 특별한 것은 방탄소년단의 두 멤버 지민, 정국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아미들은 두 사람의 발자취를 따라 ‘성지 순례’도 함께 했다.
아미들이 발길이 줄줄이 이어진 곳은 부산 남구 대연동에 위치란 카페 ‘메그네이트(MAGNATE)’였다. 멤버 지민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공간으로 잘 알려진 이곳은 이른 아침부터 전 세계 팬들이 오픈런을 감행했다. 입장에만 무려 1시간이 넘겨 걸렸다. 팬들은 카페 내부에 전시된 지민의 모자와 소품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곳을 찾은 아미들에게 국적은 의미가 없었다. ‘방탄소년단’으로 하나가 된 아미들은 서로의 국적을 뛰어넘어 이들을 통해겪은 삶의 변화를 나누며 연대 공간으로 카페를 소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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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TS ‘더 시티’ 프로젝트 [하이브 제공] |
금정구의 ‘회동마루’와 사하구의 ‘감천문화마을’ 역시 활기로 들썩였다. 지민이 유년 시절을 보낸 옛 회동초등학교 부지에 조성된 교육 공간 회동마루, 정국의 고향인 만덕동 일대를 연계한 투어 코스는 아미들의 필수 행선지다.
특히 감천문화마을 중심부에 그려진 지민과 정국의 대형 벽화 앞은 인증샷을 남기려는 대기 줄이 수십 미터 이어졌다. 에밀리 씨는 “부산에 와서 가장 먼저 가보고 싶은 곳이 지민이 다녔던 학교에 세워진 회동마루와 감천문화마을이었다”며 “사진을 많이 찍고 싶었는데 워낙 팬들이 많아 대기에만 1시간 30분 정도 걸렸다”며 웃었다.
‘더 시티’ 프로젝트는 글로벌 K-팝 스타와 함께 하는 축제의 장이자 테마파크이면서, 사실상 무한 소비의 공간이기도 하다. 도시 곳곳에서 이 프로젝트를 열 때마다 도시로 엄청난 관광객이 유입되며 막대한 매출을 올리고 경제 효과를 일으킨다. 앞서 2022년 라스베이거스의 ‘더 시티’ 프로젝트 당시 팝업스토어와 사진전에 11만여 아미가 찾았고, MGM 호텔과 협업한 F&B엔 4만 4000명이 다녀갔다. 2023년 데뷔 10주년을 맞아 서울시와 협업,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열린 2023 ‘BTS 페스타’ 당시, 당일에만 40만 명이 운집했다. 외국인은 12만 명이 찾았다.
부산 역시 가는 곳마다 아미의 소비 진풍경이 눈에 띄었다.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에 마련된 팝업스토어는 핵심 기획 상품을 쟁취하려는 팬들의 ‘오픈런’과 긴 대기 행렬로 마비 상태에 이르렀다. 볼캡, 카드홀더, 바이닐 스피너, 티셔츠, 플러시 키링 등 방탄소년단의 정체성이 투영된 MD 상품들은 매대 배치가 무섭게 조기 품절됐다. 일본에서 온 유키(36)씨는 품절 안내문 앞에서 “딱 3분 늦었다”며 아쉬워했다. 팬들은 이날 현장에서 굿즈를 양보하거나 교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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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TS 월드투어 아리랑 IN 부산’ 공연이 열리는 부산 동래구 아시아드주경기장이 팬들로 북적이고 있다. [연합] |
특히 팬들이 QR코드를 통해 전송한 다국어 메시지가 실시간으로 반영돼 대형 LED 화면을 채우는 미디어 아트 ‘왓 이즈 유어 아리랑?’ 공간은 테크놀로지와 팬덤 서사가 결합한 고도의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선사했다.
도쿄에서 온 사토미(52) 씨는 “팬들을 위한 공간이 많아 지루할 틈이 없다”며 ”최대한 많은 곳에 가보고 싶다”며 웃었다.
부산의 밤도 뜨거웠다. 영화의전당의 ‘빅루프’는 화려한 라이트쇼의 스크린으로 변모했고, 광안대교와 부산항대교 등 핵심 랜드마크 교량들은 신보의 상징색인 붉은빛 경관 조명을 일제히 밝혔다. 특히 12일 밤 광안리 상공을 장식한 1000대의 드론쇼는 이번 축제의 백미였다. ‘소우주’의 선율에 맞춰 대형 범선과 복면, 그리고 일곱 멤버의 초상이 픽셀 아트로 밤하늘에 현현하는 순간, 백사장에 모인 수만 명의 인파 사이에서는 국적을 초월한 탄성과 눈물이 교차했다.
BTS 페스타는 방탄소년단과 아미들을 위한 축제는 아니었다. 이날 축제의 가장 아름다운 풍경은 본 공연이 시작된 이후에 찾아왔다. 인근 동네 주민들이 가벼운 옷차림으로 하나둘 집 밖으로 마실을 나왔고, 주경기장을 마주볼 수 있는 대형 교차로형 육교 위에 일렬로 줄을 서 휴대폰으로 불꽃놀이 광경을 담았다.
아시아드주경기장 앞 아파트에 거주한다는 정민주(54) 씨는 “경기장 앞에 사는데 북적거리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콘서트 동안 불꽃놀이를 하기도 산책 삼아 나와봤다”며 “BTS가 대단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이렇게 많은 외국인이 이 동네에 온 건 처음이다.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