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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탄소년단 13주년 기념 부산 콘서트 [빅히트뮤직 제공] |
[헤럴드경제(부산)=고승희 기자] “내 나라, 내가 밟고 있는 내 땅에서의 공연이 가장 즐겁다.” (제이홉)
이른바 ‘홈커밍 데이’였다. 데뷔 13주년을 맞아 열린 방탄소년단의 생일 파티는 3년 8개월 만에 찾은 부산에서 이틀간 11만 명의 전 세계 아미와 만났다. 이미 고양에서 출발해 전 세계를 도는 월드투어를 이어가고 있지만, 이번 부산 콘서트는 ‘한국으로 돌아온 BTS’라는 서사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방탄소년단이 지난 12~13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BTS 월드투어 ’아리랑‘ 인 부산(BTS WORLD TOUR ‘ARIRANG’ IN BUSAN’을 열었다. 부산에서의 공연은 2022년 10월 방탄소년단이 완전체로 선 마지막 콘서트인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콘서트 ‘옛 투 컴’ 인 부산‘ 이후 처음이다. 입대 전 마지막으로 다 함께 섰던 무대이자 뿌리인 대한민국 부산에서 방탄소년단의 13주년 데뷔 기념일 무대를 갖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두터웠다.
공연은 투어 타이틀인 ‘아리랑’의 서사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데 집중했다. 이미 고양을 시작으로 미국, 남미, 일본 등지의 무대에서 선보였던 무대였으나 공연장의 특성상 보다 확 트인 시야를 확보하며 어느 자리에서도 방탄소년단의 ‘가상 연회’를 360도로 즐길 수 있었다.
당초 7시에 시작될 예정이던 공연은 첫날에는 1시간, 둘째 날에는 20분이 지연됐음에도 기다림에 익숙한 아미들은 연신 ‘BTS’와 멤버들의 이름을 연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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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탄소년단 13주년 기념 부산 콘서트에서 리더 RM [빅히트뮤직 제공] |
공연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을 향해 있었다. 공연은 연막탄을 든 댄서가 필드를 가로지르는 오프닝 퍼포먼스에 이어 ‘훌리건(Hooligan)’으로 포문을 열며 ‘아미들의 야성’을 깨웠다. 댄서가 올라선 무대는 한국적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360도의 정자형 파빌리온이 자리했다. 경회루를 모티프로 삼은 거대한 정자가 중앙을 지켰고, 태극 문양의 회전 무대와 건곤감리를 형상화한 네 방향의 돌출 무대로 객석으로 가닿았다. 13주년 생일 파티라는 의미가 더해져 경기장 전체를 거대한 가상 연회장처럼 보였다.
방탄소년단은 이번 공연에서 자신들의 현재를 가장 한국적인 언어로 증명했다.
1막 ‘BTS’는 현재의 방탄소년단을 보여줬다. ‘훌리건’, ‘에일리언스(Aliens)’, ‘달려라 방탄’으로 이어진 초반부는 ‘완전체 BTS’의 폭발적 에너지를 보여줬다. 전원 핸드 마이크 라이브는 흠잡을 데 없이 단단했다. 퍼포먼스에 원체 강점을 보인 그룹이지만 흔들림 없는 라이브에 더해지는 폭발적 에너지는 13년의 ‘피, 땀, 눈물’이 응축돼 절정에 달했다.
무대 연출 역시 한국의 미감을 촘촘하게 배치했다. ‘데이 돈트 노 바웃 어스(they don’t know ‘bout us)’ 무대에선 현대적인 스크린 위로 전통 탈을 재해석한 그래픽이 출렁였고, 메리 고 라운드(Merry Go Round)에선 전통 승무의 궤적을 딴 거대한 천의 흐름이 스타디움의 공기를 유려하게 감쌌다. 몸의 흐름과 공간의 호흡 자체를 밀도 높은 한국적 미학으로 치환한 연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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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탄소년단 13주년 기념 부산 콘서트 [빅히트뮤직 제공] |
공연의 전환점은 2막 ‘코리아(KOREA)’였다. 이름부터 한국을 들고나와 부산 한복판과 전 세계에서 찾아온 아미 앞에서 ‘한국’을 선언했다.
특히 이번 공연의 백미는 부산 관객만을 위해 준비한 특별 세트리스트였다. 정규 5집 ‘아리랑’ 수록곡 중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이면의 공허함과 두려움을 고백하는 ‘노멀(NORMAL)’을 앨범 버전과 달리 ‘한국어 버전’으로 들려줬다. 이날 공연에서 최초로 베일을 벗은 무대였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이면의 공허와 두려움을 이야기하는 이 곡을 모국어로 발화하자, 곡의 정서적 순도와 온도가 비로소 온전해졌다.
막내 정국은 “궁금해하실 것 같아 라이브 방송에서 가사를 알려드렸는데 그러길 잘 한 것 같다”며 “오늘 노래하는데 따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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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탄소년단 13주년 기념 부산 콘서트에서의 지민 [빅히트뮤직 제공] |
이어진 ‘낫 투데이(Not Today)’, ‘마이크 드롭(MIC Drop)’, ‘불타오르네’에선 태극의 붉은색과 푸른색 조명이 스타디움을 뒤덮었다. 줄불놀이와 쥐불놀이에서 영감을 받은 그래픽이 화면을 가득 메웠고, 관객의 함성은 점점 더 거대한 축제로 번져갔다. 특히 EDM 기반의 ‘FYA’와 히트곡 ‘불타오르네’로 이어지는 구간에선 각각 전통 줄불놀이와 쥐불놀이에서 영감받은 애니메이션이 대형 화면을 채우며 시각적 쾌감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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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탄소년단 13주년 기념 부산 콘서트에서의 정국 [빅히트뮤직 제공] |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보디 투 보디(Body to Body)’였다. 워터캐논이 폭발하듯 쏟아지고 불꽃놀이가 밤하늘을 가르던 순간, 5만5000명의 관객이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를 함께 불렀다. 부산 하늘을 뒤흔들 크기는 아니었지만 해외 아미들은 열심히 배운 ‘아리랑’ 노랫말에 선율을 실어 보내며 공감과 연대의 밤을 만들었다.
월드투어 내내 화제가 된 ‘아이돌(IDOL)’은 이날도 최고의 순간이었다. 약 50명의 댄서와 함께 경기장 트랙 전체를 행진 퍼레이드로 활용, 경복궁 근정전을 연상시키는 미디어 아트가 스타디움을 뒤덮었다. K-팝의 문법과 전통 연희, 거리 퍼레이드와 스타디움 쇼가 동시에 충돌하며 새로운 미학을 만든 순간이었다.
이번 부산 공연의 진짜 클라이맥스는 화려한 워터캐논도, ‘아리랑’ 떼창도 아니었다. 공연 말미 멤버들이 꺼내놓은 몇 마디의 진심이었다.
맏형 진은 “부산에서 공연하길 정말 기대했다”며 “여러분이 있어 든든했고, 오랜 시간 버틸 수 있었다”며 “아미 여러분이 우리에겐 최고의 생일선물”이라고 말했다. 담담한 어조였지만, 그 말속엔 지난 몇 년의 시간이 압축돼 있었다. 군 복무와 공백기, 완전체 활동의 중단, 다시 일곱 명으로 돌아오기까지의 날들이었다. BTS는 지난 시간을 단순히 ‘기다림’으로 통과하지 않았다. 각자의 시간을 버티고 다시 서로에게 돌아왔다. 진이 “여러분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는 말은 흔하디흔한 감사 인사가 아니었다. BTS라는 팀이 어떻게 13년을 지나왔는지를 보여주는 고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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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탄소년단 13주년 기념 부산 콘서트에서의 진 [빅히트뮤직 제공] |
이번 ‘아리랑’ 투어는 세계 곳곳에서 태극기와 ‘아리랑’ 떼창을 만들어낸 공연이다. BTS는 글로벌 성공 이후 더욱 강력하게 ‘한국’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세계를 경험한 뒤에야 오히려 자기 뿌리를 더 선명하게 끌어안으며 BTS의 정체성을 분명히 했다. 제이홉은 “방탄소년단 7명은 모두 한국인이다. 한국에서 공연하는 것만큼 좋은 것도 없다. 내 나라, 내 땅, 내 도시에서 공연하는 게 제일 즐겁다”고 했다.
리더 RM은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연습실에서 데뷔곡 연습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3주년이라니 만감이 교차한다. 되게 예전과 많이 달라졌고 해외에 체류하는 시간도, 가사에 영어도 많아지는 등 여러 변화가 있었다”고 했다. 한 때는 K-팝 그룹의 수명은 7년이라고 봤다. 표준계약서가 정해둔 계약 기간이 7년이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은 빅히트뮤직과의 재계약, 재재계약을 이어가며 어느새 13주년을 맞았다. RM은 “후배들이 팀을 어떻게 오래 하냐고 묻는데 사실 잘 모르겠다”며 “멤버들을 통해 나를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전엔 속마음도 잘 안 털어놨는데 오랜만에 이런 말을 한다. 지금까지 많은 일이 있었는데 주마등처럼 13년이 스쳐지나간다”며 “이렇게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이고 감사하다. 우리가 어디에 있든 어떤 모습이든 항상 최선을 다해서 있는 그대로 우리를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고 진심을 전했다.
이날 공연에서 지민은 “초등학교 선생님과 춤을 처음 알려줬던 선생님이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며 감사 인사를 건넸고, 정국은 “엄마가 보러 왔다. 보고 있어? 잘 보고 들어가”라며 다정한 아들의 모습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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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탄소년단 13주년 기념 부산 콘서트 [빅히트뮤직 제공] |
방탄소년단은 어느덧 K-팝신의 선배 라인이 된 만큼 공연 내내 놀라운 안정감과 편안함을 보여줬다. 성공을 향한 갈망이나 절박함, 세계 최고의 팝스타라는 자신감 보다는 일곱 멤버를 오가는 편안한 공기에서 내일을 향한 다짐이 더 묻어났다.
이날 부산 ‘홈 커밍 데이’에서 만난 프랑스 아미 클로에 베르나르(27)는 “프랑스에서도 방탄소년단을 만날 수 있지만, BTS 페스타는 한국에 와서 봐야 한다는 생각에 어렵게 티켓을 구해 부산에 왔다”며 “2016년부터 방탄소년단의 팬이었다.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들으며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고, 힘들 때마다 희망을 잃지 않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 공연의 티켓을 구하지 못한 팬들은 경기장 앞에서 위버스에서 생중계되는 공연을 휴대폰으로 보며, 경기장 안팎의 열기를 나눴다. 필리핀에서 온 에리카 조이 멘도사(25)는 “티켓은 구하지 못했지만 공연장 밖에서라도 함께 하고 싶어 마지막 날 공연을 즐기러 왔다”며 “직접 보진 못하지만 지금 이 순간을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 방탄소년단의 생일을 축하한다”며 웃었다.
K-팝 사상 최대 규모의 월드투어를 이어가고 있는 방탄소년단은 부산 공연을 마친 후, 총 34개 도시에서 86회에 걸친 K-팝 사상 최대 규모 투어를 이어간다. 다음 목적지는 오는 26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