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고금리로 내수 회복 지연”…정부와 ‘회복조짐’과는 온도차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0개월째 내수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내수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정부의 판단과는 온도차가 크다.

KDI는 9일 발표한 ‘경제동향’ 9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높은 수출 증가세에도 고금리 기조로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서 경기 개선이 제약되는 모습”이라며 “수출 호조에도 소매판매와 건설 투자 부진이 지속되는 등 내수 회복세는 가시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시스]

KDI의 ‘내수 부진·둔화’ 진단은 지난해 12월부터 계속되고 있다. 정부와는 시각차가 뚜렷하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5월부터 한국 경제가 수출 회복세에 힘입어 내수가 회복 조짐을 보인다고 봤다.

KDI는 건설투자 선행지표의 부진이 누적된 점을 근거로 “당분간 건설투자 및 관련 고용도 부진을 지속하면서 내수 회복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지난 7월 건설기성(불변)은 건축 부문을 중심으로 부진이 이어지며 전달과 마찬가지로 5.3% 감소했다.

개인사업자 연체율이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부채 상환 부담이 커지는 점도 내수 회복 제약 요인으로 거론했다.

KDI는 “숙박·음식점업, 예술·스포츠·여가 관련 서비스업 등 생산이 줄며 부진한 모습”이라며 “티몬·위메프 사태 이후 e 쿠폰 서비스를 중심으로 온라인쇼핑 서비스 거래액은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7월 숙박·음식점업 생산은 1년 전보다 3.0% 줄면서 감소 폭이 전달(-1.0%)보다 확대됐다. 온라인쇼핑 서비스거래액 증가 폭도 같은 기간 10.9%에서 1.7%로 축소됐다.

KDI는 고용률이 정체되고 경제활동참가율이 하락하는 등 노동시장의 고용 여건도 서서히 조정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수출에 대해서는 정보통신기술(ICT) 업황의 호조세가 지속되면서 ‘견실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판단했다. KDI는 “자동차 생산 차질로 제조업 관련 지표가 다소 조정됐지만 반도체 생산이 높은 수준을 지속하는 등 제조업 회복세는 유지되고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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