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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손해보험사들이 플랫폼 수수료를 부담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손해율 상승까지 예고되면서 보험업계는 4분기 실적 악화를 걱정하며 볼멘 소리를 내고 있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보험업계와 플랫폼 업체들간 협의를 추진하고 있다.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는 지난 1월 시작된 혁신금융서비스로 네이버·카카오·토스 등 11개 핀테크사가 운영하는 서비스로 플랫폼을 통해 여러 보험사의 온라인 보험상품을 비교해준다.
당초 금융 소비자 편의를 높여 이용이 활성화될 것을 기대했지만, 사실상 흥행에 실패했다. 지난 6월 말 기준 자동차보험과 용종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이용한 사람은 49만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보험계약을 체결한 건수는 4만6000건 밖에 안된다. 10%도 채 되지 않는 수치다.
금융당국은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부진한 이유를 플랫폼 수수료(PM요율) 때문으로 해석하고 있다. 애초 금융당국은 자사 다이렉트 보험료(CM요율)와 플랫폼 보험료를 따로 적용해 플랫폼에서 가입하면 수수료는 고객이 내는 구조를 인정했다. 소비자 입장에선 같은 보험상품이 플랫폼에서 더 비쌀 수 있단 얘기다.
하지만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취임 후 보험사 CEO와 간담회에서 “보험회사가 보험상품을 비교·추천 플랫폼에서 더 비싸게 파는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히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금융위는 지난 9일과 10일, 손보업계와 플랫폼 업계를 차례로 불러 플랫폼 활성화를 당부했다.
보험업계는 플랫폼에 올라가는 보험상품에 가산되는 3%의 플랫폼 수수료를 1% 수준으로 낮추되, 이를 보험사가 부담해 소비자는 어디서 가입하든 같은 보험료를 낼 수 있도록 하자는 뜻으로 당국 의견을 해석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플랫폼 업계가 수수료를 3%에서 1%로 낮출지 확답을 주지 않고 있다.
게다가 보험상품 간 가격차이를 해결한다 해도 시장이 활성화될 지는 미지수다. 보험사의 수수료 부담이 가중되면 결국에는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여행자보험의 경우 플랫폼에서 요구하는 수수료를 맞추기 위해 대면 수수료를 높이는 방법까지 논의된 바 있다.
손보업계는 플랫폼 수수료에 손해율 악화까지 겹쳐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적자전환은 시간문제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12개 손해보험사의 올해 상반기 자동차보험 순이익은 3322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5559억원과 비교하면 40.2%(2237억원)나 줄어들었다.
올 초 평균 2.5% 수준의 보험료 인하로 상반기 자동차보험 매출액이 전년동기대비 1.2%(1244억원) 감소한 10조5141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발생손해액을 경과보험료로 나눈 손해율은 올해 상반기 80.2%로 지난해 동기 78%보다 2.2%포인트 올랐다. 통상 자동차보험의 적정 손해율은 78~80% 안팎으로 계산된다. 손해율이 이보다 높으면 차보험을 팔수록 손해를 본다는 뜻이다.
손보사 한 관계자는 “지속적인 보험료 인하로 손해율이 점점 나빠지고 있는 데다, 여름철 장마와 폭우, 겨울철 폭설 등에 따라 실적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