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지속땐 유통 업계 악순환 지속
서울 시내의 한 의류 판매점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비상계엄은 해제됐지만, 원화 가치 급락 등 국내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내수 경제가 악화한 상황에서 연말 소비 심리가 더 얼어붙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밤새 불안감이 커진 소비자들은 필수품 외 소비를 줄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패션, 뷰티 제품의 소비를 자제하거나 결제를 취소하는 움직임도 감지됐다. 직장인 김모(29) 씨는 “앞으로 나라 경제가 더 나빠질까 걱정스러워 한숨도 못 잤다”며 “지금 상황에서 새 옷, 새 신발을 사는 게 무슨 의미인가 싶어 어제 주문한 것들도 취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박모(29) 씨도 “최근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에 맞춰 겨울옷부터 화장품까지 샀는데, 불필요했던 소비인 것 같아 후회된다”라며 “장바구니에 담아 놓은 물건들이 있는데, 이럴 때일수록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할 것 같아 당분간 생필품 외에는 쇼핑을 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고금리·고물가가 지속되면 가계는 비필수재를 중심으로 상품소비를 줄이면서 의류 지출 등이 크게 감소한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과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 가운데 의류·신발 지출은 작년 동기보다 1.6% 감소한 11만4000원이었다. 소비지출에서 의류·신발이 차지하는 비중은 3.9%로, 역대 가장 작은 수준이다.
산업활동동향 소매 판매를 살펴봐도 의류를 비롯한 재화 소비엔 찬바람이 분다. 소매판매액(불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올해 3월(-3.4%)부터 10월(-0.8%)까지 8개월 내리 하락했다. 준내구재는 작년 12월(-1.6%)부터 11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의복 역시 작년 12월(-0.7%)부터 올해 10월(-2.7%)까지 11개월째 줄었다.
소비자들 지갑을 닫을 것으로 예측되면서 연말 대목을 앞둔 자영업자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한식집을 운영하는 장모 씨는 “가뜩이나 매출이 뚝 떨어져 12월 대목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모임 예약들이 취소될지 걱정된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누가 밖으로 나와 돈을 쓸까 싶다”고 털어놨다.
고물가로 위축된 소비를 체감한 유통 업계도 속앓이 중이다. 특히 고환율 등 수출입 문제가 얽혀 제품 가격 상승에 대한 압박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국은행은 고환율로 인한 물가 상방 압력이 12월부터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환율이 뛰면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수입품 가격 전반이 올라 물가 상방 압력으로 작용한다.
실제 수입에 의존하는 원재료 가격은 상승세다. 식품 업계 관계자는 “환율 인상분이 수입 원재료 가격에 즉시 반영되지는 않지만, 계속 오를 경우 부담은 커지게 될 것”이라고 경계했다. 한 면세 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높아지면 매장가보다 면세 제품이 비싸져 구매 자체가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달러-원 환율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소식이 전해지면서 장중 1442.00원까지 고점을 높였다. 지난 2022년 10월 25일 장중 고점인 1444.2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새벽 1시쯤 국회 본회의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가결 소식이 전해지면서 달러-원 환율의 상승압력은 일부 해소됐다. 하지만 1420원대에 마감가를 형성해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