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 가시기도 전에 고소까지…“모욕·비하는 유족을 두 번 죽이는 일” [무안제주항공참사]

경찰, 유족 모욕 글·영상 70건 내사 착수


박한신 유가족협의회 대표가 2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보이고 있다. 2025.1.2 [공동취재] [연합]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박한신 제주항공 참사 유족대표단 대표가 자신을 ‘가짜 유족’ 등으로 명예훼손·모욕한 이들을 형사 고소에 나섰다.

광주지방변호사회 법률지원단 소속 변호사 10인은 3일 “희생자와 유족을 악의적으로 비난·모욕하고 명예 훼손한 이들에 대해 오늘 첫 고소장을 접수하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법적 조치에 나섰다”고 했다.

첫 형사 고소를 제기한 박 대표는 이번 제주항공 참사로 남동생을 잃었다.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이지만 유족들의 입장을 전하는 대표로 나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박 대표를 두고 ‘가짜 유족’, ‘민주당 권리당원’ 등으로 지칭하며 허위 사실로 명예를 훼손하는 게시물이 퍼졌다.

박한신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가 지난달 30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기자회견 하고 있다. 2024.12.30 [공동취재] [연합]


박 대표와 변호사들은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모욕과 비하를 멈춰달라”며 “모욕죄와 명예훼손죄는 피해자의 처벌 의사가 있어야 처벌 할 수 있어 이제서야 대응하게 됐다”며 “다음 주부터 다른 유족들의 사례와 희생자에 대한 사자명예훼손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고소·고발하겠다”고 말했다.

변호사들은 “사회적 참사 피해자들의 유족을 비난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이다”며 “슬픔과 애통함에 괴로워하는 유족을 두 번 죽이는 피고소인들의 인면수심의 행태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번 고소는 처벌이 목적이 아니라 악의적인 사람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경종을 울리기 위한 조치”라며 ”인터넷에서 허위 사실이 유포되는 것에 현혹되지 말고, 팩트 체크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반드시 확인해 달라“고 강조했다.

경찰도 전국 시도 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꾸려진 전담 수사팀 수사관 118명을 투입해 유족 모욕 게시글과 악성 유튜브 영상 70건에 대해 입건 전 조사(내사)에 돌입했다.

전남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희생자나 유가족을 비하하는 게시글에 대해 유족들이 현장에서 즉시 신고가 가능하도록 ‘현장 신고센터’를 설치해 운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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