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불안도 점차 해소될 것 기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1일 외국계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한국 금융시스템의 안정성 등에 대해 설명했다. 왼쪽부터 장세윤 UBS증권 대표, 히데카즈 마토바 노무라금융투자 대표, 박종학 베어링자산운용 대표, 한스 브랑켄 AXA손보 대표, 도로테 레가조니 BNP파리바 대표, 이 원장, 박현남 도이치은행 대표, 피터김 HSBC은행 대표, 하진수 JP모간증권 대표, 네이슨 촹 AIA생명 대표, 김용환 맥쿼리자산운용 대표 [금감원 제공] |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1일 국내에서 영업 중인 10개 외국계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한국 금융시장의 복원력과 정책당국의 역량을 믿고 영업활동에 매진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원장은 이날 오후 페어몬트 앰베서더 서울에서 외국계 금융사 CEO 간담회를 열고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을 나타내는 주요 경제 지표는 양호하고 각종 대내외 불안요인이 금융회사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간담회는 국내 정치상황과 해외변수 등으로 향후 경제방향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어느 때보다 크다는 판단 아래 최근 국내외 경제·금융 상황에 대해 감독당국의 입장을 설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먼저 이 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 가능성을 언급하고는 “한국은 일련의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더욱 큰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고 외국인 투자자로서는 한국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한 시각을 가질 수 있음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금융당국은 건전한 정부 재정과 안정적 금융시스템을 바탕으로 그동안 크고 작은 리스크요인에 원팀으로 대응하며 시장변동성을 관리해 온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면서 “이를 토대로 최근의 대내외 불확실성도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정치적 불안에 대해서도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력과 사법시스템의 안정성에 비춰 점차 해소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올해 글로벌 금융이슈와 향후 한국 금융시장 전망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고 감독정책 방향에 관한 제언을 나눴다.
주요 글로벌 이슈로는 미국 신정부 출범에 따른 정책변화의 영향과 글로벌 금리인하 속도,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 등이 논의됐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당일 밝힌 미국 중심 무역정책, 기후·에너지 정책의 급격한 전환이 금융부문에 미칠 영향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금감원에 따르면 한국 금융시장과 관련해 G은행은 “최근 정치적 불안정성 등으로 단기적으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으나 충분한 외환보유액과 활발한 경제상황 등을 고려할 때 한국 시장의 안정성을 신뢰한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H운용은 “외국인 투자자는 한국을 여전히 중요한 금융시장으로 인식하고 포지션의 중대한 변화는 나타나고 있지 않다고 진단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한 I은행은 “미국 증시 강세, 지정학적 긴장 등으로 강달러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 중 성장률 둔화에 대응한 한국은행의 금리인하에 따른 한미 간 금리차 확대 등으로 원화 약세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간담회에서는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공매도 재개 등 주요 자본시장 현안에 대해 금융당국이 일관된 정책방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J증권) ▷금융업권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 노력에 금융당국이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달라(K보험) 등의 제언도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 원장은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무역정책 방침 등과 관련해 “이들 조치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해 기민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건전성 감독제도 고도화, 자본시장 선진화 등을 지목하며 “글로벌 금융회사와 투자자가 한국 금융시장에서 기회를 찾고 안정적으로 영업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