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트럼프 2기, 한미 FTA 정부조달 챕터 삭제 검토할수도”

마이클 비먼 전 USTR 대표보, 트럼프 1기 당시 한미 FTA 개정협상 美수석대표
“대미 무역흑자 축소방안 심각하게 고려해야…내달 무역아젠다 발표, 많은 단서 제공할 듯”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신 정부는 한국과의 무역 적자문제를 최우선 순위에 둘 것이다. 한국이 대미 흑자를 줄이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으면 미국은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에서 미국 정부 조달시장 진출관련 챕터 삭제를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

‘2025 KITA 세계무역포럼’ 특별 강연을 위해 서울을 방문한 비먼 전 무역대표부(USTR) 대표보는 22일 헤럴드경제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같이 경고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2017~2018년 한미FTA 개정협상 당시 미국 측 수석대표를 맡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20일) 미국이 체결한 자유무역 협정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비먼 전 대표보는 한국은 언급하지 않은 점을 들며 한미FTA 재협상의 쟁점을 아직 알 수 없다면서도 1기 행정부의 우려를 바탕으로 정부 조달시장 챕터를 지목했다.

한미FTA 협정문 제17장(정부조달)에 따르면 양국은 정부조달 시장의 개방폭을 확대하고 양국업체가 정부조달 시장에 보다 효과적으로 참여하도록 중앙정부 상품, 서비스 양허하한선을 미국은 10만달러, 한국은 1억원으로 낮췄다.

이는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 개방수준인 20만달러보다 대폭 낮춘 수준이다. 당시 우리 정부는 미국 내 입찰 참가 경험이 없는 국내 기업들이 우리의 18배인 3400억달러 규모의 미국 중앙정부 조달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기대효과를 설명한 바 있다.

비먼 전 대표보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1기와 가장 큰 차이점은 ‘공격성’이라며 한국 철강기업들의 대미 수출에 대한 물량 조절이 필요할 것으로 진단했다. 전기차 기업의 대미 투자 보조금 삭감과 달리 반도체기업 보조금은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음은 비먼 전 대표보와의 일문일답.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미국이 체결한 모든 자유무역 협정에 대한 재검토를 지시했다. 한미FTA도 재협상 대상이 될 것으로 보는가.

▶안타깝게도 아직은 알 수 없다. 새로운 트럼프 행정부가 전통적인 무역 협정을 재협상하는데 집중할지 아니면 관세 거래·투자 거래·전통적인 무역 협정 종류의 거래가 아닌 다른 종류의 거래에 더 집중할지 아직 명확하지 않다. 그래서 재협상 여부는 명확하게 말히긴 힘들다. 다만 (트럼프는) 이미 나름의 생각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일했던 경험을 비춰볼 때, 한미 FTA 재협상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은 하나의 모델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양한 경로가 있다고 생각한다. 각국의 우려가 무엇인지에 따라 그 경로가 다를 수 있을 것이다.

마이클 비먼 전 USTR 대표보가 22일 서울 포시즌호탤에서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


- 한미FTA 재협상에 들어갈 경우 예상되는 주요 쟁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주요 쟁점들이 명확해질 시점은 다음달 말이다. 미 행정부는 해마다 2월 말 무역, 행정 또는 대통령의 무역 어젠다를 발표한다. 한 달이 채 남지 않았지만 무역에서 우선 순위가 무엇인지에 대한 많은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미국은 한국과의 무역 적자를 줄이는 방법을 최우선 순위로 둘 것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한국에 수정이나 변화와 개선을 압박할 것이다.

한국이 대미 흑자를 줄이지 않으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다른 쪽을 밀어부칠 수 있다. 대표적을 한미FTA 협정문에서 정부조달 챕터가 삭제 가능성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부터 미국의 연방정부 조달이 한국 정부 조달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불균형이 있다는 얘기가 있었다. 이는 1기 행정부의 우려를 바탕으로 한 예시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1기와 가장 크게 다른점은 무엇인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서명한 행정명령을 보면 익숙한 문제들이 많고 비슷한 우려들이 들어가 있다. 여러 면에서 연속성도 많더라. 그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1기 집권때에 이어 2기에서도 같은 분야에 관심이 높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1기 행정부와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는 첫 번째 임기가 ‘공격성’ 수준이라면 2기에선 더 공격적인 접근 방식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미국이 중국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철강, 석유화학 등 대한민국 제조업이 피해를 볼 수 있다. 한국이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고 보는가.

▶중국 기업이 미국의 관세를 피하기 위해 제3 시장을 통해 미국으로 제품을 수출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다는 엄청난 우려가 있다.

한국은 미국과 세관 협력을 강화하고 기타 정보 제공에 중점을 둬야 한다. 한국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증거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미국 새 정부는 중국 물품에 대한 관세 환적이나 우회가 차단되길 바라기 때문에 이를 긍정적이고 환영할 만한 조치로 볼 것이다.

미 정부는 중국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한국의 철강 수출에 대한 우려도 있을 것이다. 한국의 철강 자체 생산 능력과 산업 및 대미 수출에 대해서다. 이들은 오랫동안 덤핑 방지 및 상계 관세나 일부 관세의 대상이 돼 왔다.

철강에 대한 수입 할당량 권리도 문제다. 서명된 행정명령에는 232조 이행을 검토하고 철강 반입 허용 및 기타 예외 사항에 대한 검토를 요청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다른 무역 협정이나 쿼터를 의미하는 무언가가 적혀 있는 것 같다.

따라서 할당량을 강화하거나 변경해야 할지, 다른 종류의 무역 조치가 돼야 할지, 그냥 관세가 되어야 할 지를 놓고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대미흑자를 줄이는 방법은 어떤 게 있을까

▶미국 에너지를 더 많이 구매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미국의 군사 장비, 자동차도 좋들 것이다. 기본적으로 자동차와 같은 특정 고부가가치 상품의 대미 수출을 제한해 적자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경로를 설정하는 것은 일종의 비공식적인 할당량이다. 어느 것이 이 모든 것의 조합일지 말하기는 정말 어렵다.

- 미국으로 생산공장을 옮기라고 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생산공장에 주는 보조금이나 혜택을 없애고 있다.

▶보조금을 받는 산업은 몇 안 되는 것 뿐이었고, 실제로는 반도체 때문이었다. 아마도 반도체 보조금은 안전할 것 같고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전기 자동차 보조금, 즉 배터리와 차량을 줄이는 것은 이미 발표됐지만 이는 상당히 제한된 분야다.

트럼프 2기 정부는 출범 전부터 전기차 구매를 위한 세금, 즉 세금을 환경 대책으로 나눠주는 것에 반대해왔다. 그래서 이것이 제한적인 사례라고 생각한다.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서 새로운 투자를 할 경우 다른 나라보다 더 환영받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 캐나다하고 멕시코에도 한국 기업이 많이 진출해 있는데, 2기행정부 때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보는가.

▶멕시코와 캐나다에 관세가 부과되도 만약 미국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 그곳에서 생산하고 있다면, 안전할 것이다. 그동안 미국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 다른 지역(캐나다, 멕시코 등)에서 공장을 설립해서 물건을 만들고 있다면 이제는 미국에 오기로 결정해야할 것이다.

※마이클 비먼 전 USTR 대표보 누구? 마이클 비먼은 2017년 1월부터 2023년 1월까지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서 일본, 한국 및 APEC 담당 미국 USTR 부대표를 역임했다. 그는 USTR 부대표 재직시 한미 자유무역협정 및 미일 무역협정 재협상을 주도하는 등 다양한 이니셔티브를 이끌었다.

또 그는 1998년부터 2004년까지 미국 상무부에서 근무했으며 지난해 트럼프 1기 당시 진행됐던 한미FTA 개정협상 과정의 뒷 이야기를 담은 저서 ‘워킹 아웃(Walking Out)’을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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