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점형 야간보육·주말·365열린 어린이집 이용 증가
서울 맞벌이 비율 2019년 39.1%→2024년 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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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도봉구 창동의 한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국공립 반딧불어린이집. 이 어린이집은 2200원만 내면 아이들에게 유기농 식단을 먹일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아이들이 저녁을 먹는 모습. 박병국 기자 |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아이 유치원이 끝나는 시간과 저희 부부가 퇴근하는 시간사이에 간격이 있어요. 두 시간 정도 아이를 맡길 곳이 필요했는데 긴급·틈새보육 서비스로 걱정이 줄었어요.”
지난 16일 오후 찾은 서울 도봉구 창동의 한 아파트 단지 내의 국공립 반딧불어린이집. 서울시의 거점 야간 어린이집으로 지정된 곳이다. 오후 4시 50분이 되자 아이들이 하나둘씩 어린이집으로 등원했다. 인근 유치원에서 온 아이들이다. 유치원 하원 시간 이후, 부모들의 퇴근시간까지 생기는 ‘돌봄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다. 6세와 3세 자녀를 키우는 이솔(38·간호사) 씨는 “제가 야간 근무를 하는 날은 남편이 아이들 하원을 시켜야 되는데 1시간 30분, 혹은 2시간 정도 육아 공백이 생긴다”며 “아이를 맡길 곳이 없었다면 제가 복직을 못했거나 비싼 돈을 주고 사설 도우미에게 아이를 맡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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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새 돌봄에 대한 수요가 커지는 가운데 거점형 야간보육 어린이집·서울형 주말 어린이집·365열린어린이집 등 ‘서울형 긴급·틈새보육 3종 서비스’가 맞벌이 부부들의 양육부담을 덜고 있다. 서울형 긴급·틈새 보육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저출산극복 정책인 ‘탄생응원 서울 프로젝트’ 중 하나다.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서울시는 시설을 확충하고 있으며, 양육자들의 이용건수도 매년 늘고 있다.
서울시의 ‘거점형 야간보육 어린이집’은 밤 10시까지 야간보육이 필요한 모든 미취학 영유아 누구나 무료로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학부모들은 저녁값 2200원만 부담하면 된다. 이솔 씨 처럼 퇴근시간이 늦은 직장인이나 자영업자들이 주로 이용한다. 정부에서 야간연장 어린이집에 보육교사 인건비 일부(80%)를 지원한다면, 시는 이 중 거점형 야간을 추가 지정하여 정부지원이 미치지 못하는 잔여 인건비(20%)는 물론, 운영비, 보육도우미 인건비 등을 추가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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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도봉구 창동의 한 아파트 내 국공립 반딧불 어린이집. 서울시의 거점형 야간 어린이집으로 저정된 곳이다. 아이들은 오후 4시 50분까지 등원해, 스스로 ‘놀 거리’를 선택한다. 박병국 기자. |
거점형 야간보육 어린이집은 돌봄 사각을 줄이기 위해 시작됐다. 2018년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아동종합실태조사’를 보면 만 5세~12세 아동의 18%가 방과 후 맞이해 주는 사람이 없으며, 방과 후에 혼자 지내는 경우가 9.2%, 저녁식사 이후에도 혼자 있는 경우가 2.4%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2020년 내놓은 아동실태조사를 보면 0~9세 아동이 ‘지난 6개월 동안 집에서 30분 이상 성인이나 보호자 없이 혼자 있었던 적’이 있는 경우는 27.7%로 높다.
‘돌봄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서울시는 매년 틈새돌봄을 강화하고 있다. 거점형 야간보육 어린이집은 2021년 128곳에서 2025년(9월말기준) 253곳으로 두배이상 늘어났다. 이용건수는 2021년 1만3373 건에서 2025년 7만2192건으로 6배 가까이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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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 4살, 18개월 등 세명의 아이를 둔 워킹맘 곽지원(40)씨도 서울형 거점형 어린이집 덕에 부담이 줄었다. 곽 씨는 “경기도에 사는 아이 엄마중에는 서울형 거점 야간어린이집을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며 “민간에서 하게 되면 앱을 통해 협의를 해야 되고, 가격이 시간당 몇만원씩 하는 경우도 있어 비싸다. 거점형 야간어린이집은 아이들 밥값만 내면 돼 경제적인 부담도 덜하다”고 말했다.
서울형 주말 어린이집에 대한 만족도도 크다. 주말어린이집은 6개월~7세 이하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주말(토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아이를 돌본다. 2025년 9월 기준, 총 10개의 어린이집이 서울형 주말 어린이집으로 지정돼 있다. 이용건수는 2023년 2064건에서 2024년 4182건 2025년 3527건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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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워킹맘 곽지원(40) 씨는 남편과 본인의 퇴근 시간까지 발생하는 두시간 정도의 돌봄 공백을 서울시의 거점형 야간 어린이집에서 메우고 있다. 곽 씨가 아이들을 하원시키는 모습. 박병국 기자 |
대안학교 교사로 일하는 정범균(39)씨 부부는 ‘주말 어린이집’의 존재를 알고 숨통이 틔었다. 6세, 2세 아동을 키우고 있는 정 씨 부부는 지난 2023년 부터 동작구에 있는 아이엠 어린이집 주말 돌봄 서비스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정 씨는 학교 행사 등으로 주말근무가 잦고, 아내 역시 간호사로 주말에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최소 한달에 2번 정도 주말에는 아이를 맡긴다고 한다. 정 씨는 “처갓집이 서울에 있지만 아이를 돌봐달라고 하기가 죄송스러웠다. 큰 아이를 제가 일하는 일터로 데려가거나 아내가 일하는 병원으로 데려가는 경우가 있었다”며 “학교 학생들이 아이들을 돌보거나, 아내의 간호사 동료들이 아이를 돌봤다. 다행히 집 주변에 주말에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곳을 알게 돼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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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엠 어린이집에는 토요일에는 8~10명의 아동들이, 일요일에는 10명의 아동들이 돌봄 서비스를 받는다. 아이엠 어린이집의 신민자 원장은 “주말에 일을하는 피잣집 사장님이나 보라매병원에서 일하는 부모님들은 정기적으로 아이를 맡기지만 아이를 데리고 갈 수 없는 약속 등으로 두시간씩 짧은 시간 동안 맡기는 부모님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365열린어린이집’도 효과를 보고 있다. 2022년 7곳이었던 365열린어린이집은 2025년 13곳으로 늘었으며 이용건수 역시 2021년 1018건에서 2025년 6661건로 크게 증가했다. ‘365열린어린이집’은 긴급한 상황 등 일시적으로 보육이 필요할 때 이른아침, 늦은 저녁, 휴일 등 24시간 내내 빈틈없이 시간당 3000원으로 보육과 돌봄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6개월~7세 이하 미취학 아동이 대상이다.
특히 ‘서울형 긴급·틈새보육’은 다른 지자체를 비롯, 민간의 주목을 받으며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서울형 365열린어린이집과 주말어린이집 모델을 채택, 2023년 전국적 공모를 통해 50개소를 선정했고 5년간 2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밖에도, 부산, 경남 등 타 시도에서도 24시간 긴급보육을 개시하는 등 서울시가 시작한 ‘서울형 틈새보육’ 모델을 채택했다.
서울시의 틈새 돌봄 서비스 지원과 맞물리면서 서울시내 맞벌이 부부의 비율도 증가하고 있다. 서울시 열린데이터광장에 따르면 2019년 39.1%, 2020년 39.8%, 2021년 40.6%였던 맞벌이 가구비율은 2022년 부터 증가세를 키워 2024년에는 43.7%로 늘어났다. 서울시 관계자는 “맞벌이 가구 비중이 늘었다는 의미는 틈새 돌봄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는 뜻”이라며 “시는 앞으로 보육 사각지대가 없도록 틈새돌봄을 더 늘려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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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도봉구 창동의 한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국공립 반딧불어린이집. 이 어린이집은 2200원만 내면 아이들에게 유기농 식단을 먹일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아이들이 저녁을 먹는 모습. 박병국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