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SCM 공동성명 발표…“美 전투함정 韓서 최초 MRO 받을 것”

‘北비핵화’ 표현 1년 만에 다시 담겨져
한국국방비 GDP대비 3.5% 증액 계획
전작권전환 내년 FOC 검증 추진 결정
北핵 대응 한·미·일 안보협력 중요성도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4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헤럴드경제=전현건 기자]한국과 미국 양국 국방장관이 한미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지난해 공동성명에서 빠졌던 북한의 ‘비핵화’라는 표현이 1년 만에 다시 담겼으며 미국 전투함정이 한국에서 최초로 유지·보수·정비(MRO)를 받는 등 방위산업 분야 협력 등이 포함됐다. 다만 큰 관심을 받았던 핵추진 잠수함과 관련한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14일 제57차 SCM 공동성명을 공식 발표했다. 안 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SCM을 개최한지 10일 만이다.

안 장관은 “양국 정부 출범 이후 처음 개최된 국방장관간 회담에서 한미는 동맹과 연합방위태세의 공고함을 재확인 했다”며 “미측은 확장억제 제공을 포함한 대한민국에 대한 방위공약이 변함이 없음을 명확히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는 주한미군의 역할을 재확인하고, 전력 및 태세 수준을 지속 유지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안 장관은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계획(COTP)과 관련해 “한미가 긴밀히 공조해 나가기로 했다”며 “한미는 이를 가속화하기 위해 로드맵을 발전시키고 내년에 미래연합사의 완전운용능력인 FOC 검증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안 장관은 한미는 조선과 MRO 협력을 더욱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수행 중인 군수지원함 MRO 협력에 더해 전투함정과 항공기 분야로 협력을 넓히고, 한미 정상간 합의한 핵추진 잠수함 건조 관련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며 “나아가 함정건조 협력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매년 개최되는 한미 국방 수장 간의 회의였지만 지난달 30일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관세 협상의 골격이 타결되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국의 원자력잠수함 건조를 승인함으로써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을 모았다.

다만 이번 SCM 공동성명에는 핵잠수함에 대해 명시가 안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SCM 시작하는 단계부터 상당한 오랜 기간 준비했는데 핵추진 잠수함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한미정상회담이 끝나가는 시점에서 그 내용이 거론이 됐다”며 “국방 당국 간에서는 핵추진 잠수함에 대해 미측의 지지를 얻어내는 형태로 양측의 논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어 “구체적 논의사항에 대해서는 거론하기 어렵지만 한미간 많은 협의가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상호 지지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수준에서의 논의만 있었다”고 언급했다.

안 장관은 대한민국의 법률적 요건에 맞춰 가급적 조속히 국방비를 대한민국 GDP 대비 3.5%로 증액하고자 하는 한측의 계획을 설명했고 헤그세스 장관은 이를 높이 평가했다.

양 장관은 SCM이 변화하는 안보환경에 대응하고 미래지향적이며 호혜적인 방향으로 동맹을 현대화하는데 있어 주요 협의체임에 공감했다.

한미는 지난8월 18일부터 28일까지 ‘을지 자유의 방패’(을지프리덤실드·UFS) 연합연습을 실시한다고 7일 밝혔다. 지난 6월 경기 동두천시 캠프 케이시에서 새로운 부대와 교대해 본국으로 귀환하는 주한미군 제2보병사단 제1스트라이커여단. [뉴시스]


나아가 양 장관은 강력한 방위태세를 통해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준수하고자 하는 양국 상호 간의 공약을 재확인했다.

안 장관은 한반도 방위에 있어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 나갈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핵심 국방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추진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이에 헤그세스 장관은 계속적인 지원을 약속하며 양국은 북한을 포함한 동맹에 대한 모든 역내 위협에 대해 미측의 재래식 억제 태세를 향상시켜 나갈 것을 밝혔다.

한미 SCM 공동성명에는 북한이 4, 5차 핵실험을 강행한 2016년부터 매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등 비핵화 목표가 명시돼 왔다.

다만 지난해 SCM 공동성명에는 비핵화 대신 ‘북한 핵위협 억제’라는 문구가 담긴 바 있다. 비핵화 표현이 사라진 것을 두고 미국이 비핵화 목표에서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처음 열린 이번 SCM 공동성명에 비핵화 표현이 다시 명문화됐다.

양 장관은 북한의 잠재적인 침략을 억제하는 한편 이와 관련된 협력과 외교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긴밀히 공조해 나가기로 했다.

안 장관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노력을 강조했으며 헤그세스 장관은 미국이 2018 싱가포르 성명의 4가지 핵심축인 북미관계 변화, 한반도에서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비핵화, 전쟁포로와 실종자 유해발굴에 대한 공약을 견지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아울러 헤그세스 장관은 핵을 포함한 미국의 모든 범주의 군사능력을 운용해 대한민국에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미국의 굳건한 공약을 재차 강조했다.

양 장관은 한미 핵협의그룹(NCG) 성과를 지속해 나가기로 했으며 향후 SCM에서 NCG 상황을 주기적으로 보고받을 예정이다.

양 장관은 심화되는 북한 위협을 포함한 다양한 안보 도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연합방위태세 강화 노력을 환영했으며 상호 보완적인 협력 관계를 기반으로 한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 과정에서 의미있는 진전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한미 양측은 북방한계선이(NLL) 지난 70년간 군사력을 분리하고 군사적 긴장을 예방하는 효과적인 수단이었음에 주목했으며 북한이 NLL을 존중할 것을 촉구했다.

한미 양국은 주한미군과 관련해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증진하기 위한 동맹의 노력을 지지하기 위해 전력과 태세 수준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것임을 확인했다.

양 장관은 상호운용성을 강화하고 안보환경의 증대되는 위협에 대비해 양국의 사이버 역량과 기반 강화를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양 장관은 한미 양국 군에 대한 일관된 훈련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 강력한 연합방위태세 유지에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양 장관은 한측 시설 및 공역을 훈련 목적으로 공동 사용하는 것에 있어 주한미군과 대한민국 국방부간 긴밀한 협력과 소통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데 공감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왼쪽)이 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세안확대국방장관회의를 마친 후 피트 헤그세스 미 전쟁부 장관,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양 장관은 한미일 안보협력의 중요성도 명문화했다.

양 장관은 북한 등의 핵·미사일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한미일 협력을 지속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방산협력과 관련해 양 장관은 한국 업체가 수행한 미 비전투함정의 MRO 사업을 높이 평가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미 전투함정이 한국에서 최초로 MRO를 받게 될 것이며 이를 통해 미국의 대비태세와 억제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역사적인 진전을 의미한다고 발표했다.

양 장관은 함정 건조를 포함한 방산 협력을 심화하고 공급망 회복탄력성을 강화하는데 있어 법적, 제도적 제약이 도전을 야기하고 있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협력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향후 해상과 항공자산 분야에서 역내 지속지원 협력을 지속해 나가고 이러한 협력을 지상자산에 대해서도 확대하기로 했다.

아울러 양 장관은 국방역량 개발을 위한 국방과학기술협력의 중요성에 주목하고 인공지능(AI), 유·무인 복합체계 등을 포함한 첨단 국방기술분야에서의 협력을 추진해 나간다.

주한미군 기지와 관련해 양측은 이전 및 반환을 토의하고, 한미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와 관련 협정에 따른 기지 반환을 보장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갈 예정이다.

양 장관은 상호 합의에 기반해 잔류 용산기지와 경기북부 미반환기지를 반환하기 위한 절차를 신속히 추진해 나가는데 동의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대한민국이 주한미군의 안정적인 주둔여건을 보장하는데 기여하고 있음에 사의를 표명했다.

마지막으로 양 장관은 제57차 SCM과 제50차 한미군사위원회회의(MCM )논의가 변화하는 안보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현대화하는데 기여했다고 결론지었다.

양측은 제58차 SCM과 제51차 MCM을 2026년 상호 편리한 시기에 워싱턴 DC에서 개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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