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68개국 700여 개 선주사에 인도
“5000척은 한국 조선산업의 자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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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D현대중공업이 울산조선소에서 1호 선박으로 건조해 지난 1974년 6월 그리스 선주사에 인도한 26만t급 초대형 원유운반선 ‘애틀랜틱 배런(Atlantic Baron)호(왼쪽)와 5000번째로 인도한 필리핀 초계함 2번함인 ‘디에고 실랑함(Diego Silang·오른쪽)’ [HD현대중공업 제공] |
[헤럴드경제(울산)=박동순 기자] “지금은 모래밭이지만, 당신이 배를 맡겨만 주시면 차관을 얻어 조선소를 짓고, 이 모래밭 크기의 배도 만들어 납품하겠소.”
정주영 HD현대 창업주가 1971년 9월, 그리스 선박왕 오아시스의 처남인 선엔터프리이즈社의 선주 리바노스를 찾아가 울산 미포만의 백사장 사진과 거북선이 그려진 500원짜리 지폐를 흔들면서 “우리는 이미 1500년 전에 철갑선을 만든 민족”이라고 우기며 대형 유조선 2척을 수주하고서, 이를 근거로 영국 수출신용보증국(ECDB)으로부터 4300만 달러(510억원) 차관 승인을 받아낸 것이 오늘의 HD현대중공업의 탄생이다.
그로부터 54년이 지난 오늘, 정주영 창업주의 손자인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선박 건조를 시작한 유럽도, 일본도 이루어내지 못한 5000척의 선박을 세계 최초로 건조해 인도하는 금자탑을 쌓았다.
HD현대는 지난 19일 울산 HD현대중공업에서 정기선 회장과 안효대 울산광역시 경제부시장, 김종훈 울산 동구청장, 윤종오 국회의원(울산 북구), 박동일 산업통상부 실장, 안병길 해양진흥공사 사장, 박정석 한국해운협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선박 5000척 인도 기념행사’를 가졌다.
HD현대가 5000번째로 인도한 선박은 필리핀 초계함 2번함인 ‘디에고 실랑함(Diego Silang)’. 길이 118.4m, 너비 14.9m, 순항속도 15노트(28㎞/h), 항속거리 4500해리(8330㎞)에 이르는 최신예 함정으로 지난 3월 진수돼 지난달 필리핀 해군에 인도됐다.
이 초계함은 1974년 6월에 인도한 26만t톤급 초대형 유조선 ‘애틀랜틱 배런(Atlantic Baron)호’로부터 시작됐다. 도크 건설과 선박 건조를 병행한 것이어서 당시 세계의 주목을 끌었다. HD현대가 건조한 선박은 현재 총 68개국 700여 개 선주사의 것으로 ▷HD현대중공업 2631척 ▷HD현대미포 1570척 ▷HD현대삼호 799척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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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D현대가 19일 울산 HD현대중공업 영빈관에서 ‘선박 5000척 인도 기념행사’를 가진 뒤 참석자들이 조선소의 상징인 골리앗 크레인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제공] |
선박 길이를 250m로 가정하면 5000척의 총길이는 1250㎞에 달한다. 서울에서 일본 도쿄까지 1150㎞보다 길고, 에베레스트산 8848m 높이의 141배가 넘는 길이에 세워야 할 규모이다.
앞으로 한국 조선의 경쟁력은 중국 조선업계와의 차별화와 가격 경쟁력이다. 한국이 고부가가치 선종 중심으로 기술 고도화에 집중해 온 사이에 중국은 80% 수준의 기술로 60~70% 가격에 납품하는 실용적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윤범상 울산대 조선해양공학부 명예교수는 “일본을 예로 들면, 설계도 한 장으로 수십 척, 수백 척을 만드는 ‘시리즈 건조’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5척만 건조해도 설계도를 개선·보완하는 도전정신으로 오늘의 기술력을 창출했다”며 “앞으로 중국의 저가 공세를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으로 잘 대응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정기선 HD현대 회장도 이날 기념행사에서 “5000척은 대한민국 조선산업의 자부심이자 세계 해양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꾼 도전의 역사”라며 “앞으로도 지금까지의 도전의 역사를 바탕으로 다음 5000척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