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혁명’이냐 ‘연임 노림수’냐…정청래 ‘1인1표제’ 실현 임박[이런정치]

더불어민주당 당헌·당규 개정 의결 과정 착수
정청래 “90% 당원 뜻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
대의원제 무력화 수순…“연임 노린 판단” 비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추진하는 대의원·권리당원 ‘1인 1표제’ 당헌·당규 개정에 속도가 붙었다. 당이 실시한 당원 의견 수렴 투표에서 찬성으로 결론이 나면서다. 정 대표는 당원주권정당 실현을 완수하고 공천 혁명을 이루는 과정이라는 입장이지만, 당내에는 당대표 연임을 위한 포석을 놓는 작업이라는 불만 섞인 시각도 있다. 강성 지지층의 입김이 강해져 당의 의사결정 과정을 흔드는 팬덤정치가 더욱 확대될 것이란 우려마저 제기된다.

민주당 당헌·당규 개정안은 최고위원회-당무위원회-중앙위원회 순으로 의결 과정을 거쳐 확정된다. 정 대표는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내 민주주의가 당원의 손으로 완성되는 순간과 과정을 우리는 보고 있다”며 “그 과정에서 반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90%에 가까운 당원의 뜻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강조했다. 그는 “당원의 뜻이 당규에 잘 반영될 수 있도록 절차를 밟아나가겠다”고 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아직 구체적인 타임라인이 나오지는 않았으나 당원 의견 수렴 조사에서 찬반이 크게 갈린 사안은 아니기 때문에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19~20일 164만여명 권리당원을 대상으로 당헌·당규 개정안에 대한 의견 수렴 투표를 실시했다. 투표에 부쳐진 세 가지 안건에 대한 찬성률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 1표제(86.81%) ▷지방선거 경선 후보자가 4인 이상일 경우 예비경선에서 권리당원 100% 투표 시행(89.57%) ▷광역의원·기초의원 비례대표 후보 순위 선정에 권리당원 투표 100% 도입(88.5%) 등이다. 투표 참여자는 약 27만명으로, 16.81%의 저조한 투표율을 보였다.

핵심은 1인 1표제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당내 선거에서 대의원이 행사하는 1표가 권리당원 20표에 달하는 현행 규정을 ‘1대 1’로 개정하는 방안이다. 앞서 이재명 당대표 체제에서는 대의원 대비 권리당원의 표가 기존 ‘60대 1’에서 ‘20대 1 미만’으로 대폭 축소됐고, 정 대표 체제에서 대의원제가 사실상 무력화되는 수순을 밟게 되는 것이다.

당헌·당규 개정 작업이 완료된 이후 정 대표가 당대표 재선에 도전한다면 그에게 유리한 지형이 형성된다는 것이 중론이다. 정 대표는 8·2 전당대회에서 60%가 넘는 권리당원들의 지지를 받았지만, 다수 민주당 의원들은 경쟁 상대였던 박찬대 의원을 지원했다. 이른바 ‘명심’(이 대통령의 마음)은 박 의원을 향하고 있다는 말들도 나왔다. 이는 당 대표 선출에 반영되는 전국 대의원 투표 결과로 나타났다. 박 의원이 정 대표보다 많은 대의원 표를 받으면서다. 이처럼 대의원 표는 의원들의 의중이 반영되는 것으로 인식돼 왔다. 당 지도부와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지방의원, 지역위원장, 시·도당위원장 등이 당연직 대의원이라는 점에서 ‘조직표’ 성격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대의원 표 가치가 권리당원 표와 동등해지면 정 대표를 지지하는 비율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당내에선 중앙위 의결 과정에서 위원들의 반발 표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있지만, 당원 권한을 강화하는 당헌·당규 개정은 거스르기 어려운 흐름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민주당 지역위원장인 한 중앙위원은 “연임을 노리는 정 대표가 똑똑한 정무적 판단을 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이 당대표 때에는 1인 1표에 찬성했던 중앙위원들이 이번에 반대하는 모습을 보이면, 말을 바꾸고 기득권을 지키려 한다는 비난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다른 중앙위원은 “강성 당원에 의존하는 정치와 영남 등 험지 소외 현상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서도 “결과를 뒤집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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