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가치 4년만에 최저…트럼프 “훌륭하다”[1일1트]

트럼프發 불확실성·엔화반등 겹쳐 ‘달러 불신’
美日공조 ‘레이트 체크’ 루머에 ‘달러매도’ 확산

달러화 지폐를 가리키는 트럼프 대통령 미니어처 [로이터]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미국의 정책 리스크와 미·일 공조 개입 가능성, 여기에 엔화의 뚜렷한 반등이 겹치면서 달러 가치가 약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달러 약세가 단기 조정이 아닌 구조적 흐름으로 굳어질 수 있다는 경계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달러 약세에 대해 “훌륭하다”고 말했다.

[헤럴드DB]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달러 가치 하락이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정책 행보에서 촉발됐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장악 발언은 유럽 동맹국들을 흔들었고, 미국 정책의 신뢰도에 대한 의문을 키웠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이 “달러는 훌륭하다”며 최근의 달러화 약세를 우려하지 않는다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도 달러화 약세에 기름을 부었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아이오와 일정을 위해 출발하기 전 달러화 약세를 우려하냐는 취재진 질의에 “아니다. 훌륭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달러 가치를 보라. 우리가 하고 있는 비즈니스를 보라. 달러는, 달러는 아주 잘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달러가 그 자체의 수준을 찾게 두고 싶다, 그게 공정한 일이다”라고 말해, 인위적으로 달러를 방어할 생각이 없음을 시사했다.

트럼프는 중국과 일본이 자국 통화를 인위적으로 낮추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그는 “나는 원하면 달러를 요요처럼 올렸다 내렸다 할 수 있다”며 중국과 일본의 평가절하를 지적했다. 트럼프는 “중국과 일본을 보면, 나는 예전에 그들과 엄청 싸웠다. 그들은 항상 엔화를 평가절하하려 했고, 위안화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계속 평가절하, 평가절하, 평가절하를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나는 ‘너희가 평가절하하는 건 공정하지 않다. 평가절하하면 경쟁하기가 힘들다’고 지적했지만, 그들은 늘 ‘아니야, 우리의 달러는 훌륭하다’고 반박했다”고 덧붙였다.

시장 참가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달러화 가치 약화를 우려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받아들였고, 트럼프 대통령 발언이 알려진 이후 달러화 가치는 약세 폭을 키웠다.

여기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대한 트럼프의 공개적인 압박, 악화되는 미국 재정 전망과 급증하는 국가 부채, 심화되는 정치적 양극화 역시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달러지수 4년 만 최저…주요 통화 일제히 강세

이날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의 가치를 반영한 달러 인덱스는 뉴욕증시 마감 무렵 95.86으로 전장 대비 1.2% 하락했다. 이는 지난 2022년 2월 이후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유로화와 파운드화는 각각 약 4년 반 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고, 엔화 역시 사흘 연속 강세를 이어가며 지난해 8월 글로벌 캐리 트레이드 붕괴 이후 가장 강한 흐름을 보였다.

모건스탠리의 제임스 로드 신흥국 통화 전략 총괄은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지금은 전통적인 경제 지표가 아니라, 정책 불확실성이라는 비전통적 촉매가 달러 약세를 이끄는 국면”이라며 “지난해 초 미국 자산 선호가 흔들렸던 흐름과 유사하다”고 진단했다.

미국 달러와 일본 엔화 지폐 [로이터]

특히 엔화 강세는 미국이 이를 용인하거나 지지하는 듯한 신호와 맞물리며, 미·일 간 공조 개입 가능성에 대한 관측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시장에서는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금융기관들을 상대로 엔·달러 환율을 점검했다는 소식도 돌았다. 이는 통상적으로 환율 시장 개입에 앞서 이뤄지는 사전 절차로 인식된다.

DWS 아메리카스의 조지 카트람본 채권 부문 책임자는 블룸버그 라디오에서 “연준의 환율 점검 소식이 달러 약세를 더욱 부추겼다”고 말했다.

엔화는 뉴욕 시장에서 한때 달러당 152.57엔까지 1% 가까이 상승했다. 주요 7개국(G7) 회의 이후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은 “필요하다면 미국 당국과 긴밀히 협력해 환율 움직임에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신흥국 통화도 강세…‘달러 이탈’ 확산

달러 약세는 신흥국 통화 전반에도 호재로 작용했다. 신흥국 통화 지수는 나흘 연속 상승하며, 이자 수익을 반영한 기준으로 사상 최고 수준에서 거래됐다.

블룸버그는 글로벌 성장 전망이 비교적 견조하다는 인식 역시 달러 약세 흐름과 맞물려 있다고 전했다. 주가 상승세가 이를 반영하며, 투자자들이 미국 외 지역에서 더 높은 수익을 추구하도록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 결제 서비스 업체 코페이의 칼 샤모타 수석 마켓 전략가는 “워싱턴의 보호무역 기조 전환과 약화된 안보 공약이 각국의 국방 지출 확대와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며 “그 결과 과거 달러에 유리하게 작용했던 성장률·금리 격차가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준·재정·정치 리스크 겹쳐…추가 하락 경계

미국 경제 지표가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보이며 달러 하락을 일부 완충하고 있고, 시장은 연준이 이번 주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연내 두 차례(각 0.25%포인트)의 금리 인하 가능성은 여전히 시장 가격에 반영돼 있다. 이는 금리 동결이나 인상 전망이 우세한 다른 주요 중앙은행들과 대비된다.

차기 연준 의장 인선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달러를 압박하는 요인이다. 차기 의장이 보다 완화적인 통화정책 성향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 연방정부 셧다운 재발 가능성까지 겹치며 투자자들의 경계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바하마에 본사를 둔 나소 은행의 윈 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주 이어진 달러 매도는 매우 집요하다”며 “달러 하락 흐름이 아직 더 이어질 여지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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