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말고 어디서 가져오나”…원유 수입선 다변화 쉽지 않네

10년새 중동 의존도 85→69%로 감소
정유설비·물류비·장기계약이 구조 전환 제약
에너지경제硏 “에너지 전환에도 석유 수요 상당기간 유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시작된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전 세계 원유 물동량 30%가량이 지나는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됐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3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휘발유, 경유 등의 가격이 표시돼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김용훈·양영경 기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 충돌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중동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원유 수입 구조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 10년간 미국과 남미 등으로 도입선을 넓히며 중동 의존도를 낮춰왔지만 여전히 전체 원유 수입의 약 70%가 중동에 집중돼 있다. 원유 수입선 다변화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단기간에 구조를 바꾸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한국무역협회 통계(K-stat)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원유 수입액은 753억달러로 이 가운데 중동 국가 비중은 68.8%였다. 최대 수입국은 사우디아라비아로 전체의 34.2%를 차지했고 아랍에미리트(UAE·11.7%), 이라크(10.9%), 쿠웨이트(8.4%) 등이 뒤를 이었다.

중동 의존도는 과거와 비교하면 낮아진 편이다. 한국의 원유 중동 의존도는 2016년 85.2%에 달했지만 미국과 남미 등으로 도입선을 확대하면서 2021년 59.5%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글로벌 에너지 시장 불안이 커지면서 다시 70% 수준으로 높아졌다.

대체 공급처로 떠오른 미국산은 꾸준히 증가했다. 2016년 한국의 미국산 원유 수입 비중은 0.3%에 불과했지만 미국 셰일오일 생산 확대 이후 수입이 급증하면서 지난해 17% 수준까지 올라섰다. 미국은 현재 사우디에 이어 한국의 두 번째 원유 공급국이다. 브라질과 멕시코 등 남미 국가와 서아프리카 지역 원유 도입도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정유업계는 공급망 안정성과 가격 경쟁력을 고려해 도입선 다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하지만 여전히 중동 의존도가 높은 것은 시설과 가격을 고려할 때 단기간에 수입 구조를 바꾸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미국이나 남미 원유 도입이 늘고는 있지만 국내 정유시설이 중동 원유에 맞춰 설계돼 있어 수입 구조를 급격히 바꾸기는 어렵다”며 “가격 경쟁력과 운송비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광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아프리카중동·중남미팀 전문연구원은 “한국은 1980년대부터 원유 수입선 다변화를 추진해 왔고 2021년에는 중동 의존도가 59.5%까지 내려간 적도 있다”며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다시 70% 수준으로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동 원유는 물류비용이 가장 저렴하고 국내 정유시설도 중동산 중질유 처리에 맞춰 설계돼 있어 미국산 경질유를 단기간에 확대하기 쉽지 않다”며 “원유 계약 자체가 장기 계약 중심이기 때문에 수입 구조 변화는 중장기적으로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가·중동 리스크에 원유 수입 다변화 필요성이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정부와 업계는 미국과 남미, 서아프리카 등으로 원유 도입선을 넓히는 동시에 전략 비축 확대와 해외 자원개발 투자 등을 통해 공급망 안정성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국제 석유시장은 미국을 비롯해 브라질·가이아나 등 미주 지역을 중심으로 비(非)OPEC 산유국의 원유 생산이 확대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 증가와 남미 신규 유전 개발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중동 외 지역에서 원유 도입을 늘릴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된다.

유 연구원은 “지난 1979년에도 이란 오일쇼크가 있었던 것처럼 공급 이슈는 과거에도 존재했다”면서 “제도를 한시적으로 추진하기 보다는 상황이 괜찮아지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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