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00달러 돌파, 원가구조 임계점 봉착
대위변제금 최대치…정부 20조 지원 관건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 고조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며 국내 중소기업의 경영 지표에 경고등이 켜졌다. 유가 상승이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으로 이어지는 ‘비용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면서, 기초 체력이 약한 중소 제조업체들의 원가 구조가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 대비 폭등하며 배럴당 100달러 선을 상회했다. 유가 급등은 에너지 비용뿐 아니라 석유화학, 섬유, 제지 등 원유 의존도가 높은 산업 전반의 원부자재 가격 상승을 견인한다.
문제는 국내 중소 제조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2~3%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원재료비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구조적 특성상, 원가가 3%만 상승해도 사실상 영업이익이 소멸되는 ‘제로 마진’ 구간에 진입하게 된다. 대기업 대비 납품 단가 협상력이 낮은 중소기업은 비용 상승분을 판매가에 즉각 반영하기 어려워, 고유가 장기화 시 적자 전환 기업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환율 변동성과 물류 차질 역시 중소기업의 채산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선에 육박하면서 원자재 수입 단가 부담이 커졌으나, 중소기업의 87.9%는 환리스크 관리 수단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따르면 환율이 1% 오를 때 중소기업의 환차손은 약 0.36% 증가해 실질적인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진다. 대외 악재가 겹치면서 중소기업의 재무 건전성도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기술보증기금이 발표한 1월 대위변제금은 1300억원을 상회하며 2006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부도나 폐업으로 인해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는 기업이 급증했음을 의미한다.
정부는 20조3000억원 규모의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물류 바우처 한도를 상향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다만 사태 장기화 시 단순 대출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공급망 차질이 생산 중단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원자재 수급 안정화와 함께 납품 대금 연동제의 실효성 있는 현장 안착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최은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