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성장 없으면 떠난다”…최준원 지사장이 본 ‘커리어 포트폴리오’ 시대

금융·회계 81% 1년 내 이직 계획…경력 개발이 이직 1순위
기업 92.6% 실무 인력 부족…파견직 채용 수요 4.5배 폭증
반도체·AI 성장세 지속…제조업 94%·테크 90% 연봉 기대


최준원 로버트 월터스 코리아 지사장. [로버트 월터스 코리아 제공]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개인이 자신의 경력을 자산처럼 관리하는 ‘커리어 포트폴리오’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다.

글로벌 인재 채용 솔루션 기업 로버트 월터스는 올해 채용 시장의 핵심 키워드로 기술 중심 산업의 성장과 고용 형태의 유연화를 꼽았다.

최준원 로버트 월터스 코리아 지사장(40)은 지난 13일 서울 중구 본사에서 진행된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인재들은 이제 회사의 이름보다 자신이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지를 이직의 최우선 가치로 둔다”며 변화된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최 지사장은 2020년 취임한 로버트 월터스 코리아 최초의 현지인 지사장이다.

‘몰빵’ 대신 ‘리스크 분산’…커리어 쿠셔닝의 등장


최근 채용 시장에서 주목받는 현상은 ‘커리어 쿠셔닝(Career Cushioning)’이다. 이는 주식 투자 시 분산 투자를 하듯, 현재 직장에 안주하지 않고 언제든 이동할 수 있도록 자신의 가치를 관리하는 전략이다.

로버트 월터스의 ‘2026 디지털 연봉 조사서’에 따르면, 재무·회계 분야 인재의 73%와 테크 분야 인재의 61%가 이직의 최우선 사유로 ‘경력 개발 기회’를 꼽았다.

이는 과거에 단순히 몸값을 높이기 위해 직장을 옮기던 문화에서 벗어나, 자신의 시장 가치를 높이는 ‘업스킬링(Upskilling)’을 이직의 핵심 동력으로 삼는 변화를 시사한다. 최 지사장은 “인재들은 이제 조직의 이름보다 개인의 전문성 확장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며,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해 스킬을 연마하는 ‘커리어 쿠셔닝’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금융 및 회계 분야의 이직 의향은 81%에 달해 테크(64%)나 제조업(63%) 등 타 직군을 압도했다.

최 지사장은 “과거 전통적인 은행 업무에 국한됐던 재무 인력의 활용 범위가 최근 AI 기반 데이터 분석, 블록체인, 핀테크 등 신산업 전반으로 넓어졌다”며 “특히 IPO를 준비하는 테크 기업들이 인하우스 재무 전문가를 대거 영입하면서 이들에게 쏟아지는 제안이 급증한 것이 이직 계획을 앞당긴 주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인재가 없다” vs “기회가 없다”…깊어지는 미스매치


기업과 구직자 사이의 눈높이 차이는 더 선명해졌다. 기업의 92.6%는 실무에 즉시 투입 가능한 7~12년 차 ‘미드-시니어’급 인재가 부족하다고 호소한다. 반면 같은 연차의 경력직들은 이직 기회가 제한적이라고 느끼며 치열한 경쟁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러한 공급 부족 속에서도 기술 인력들의 처우 개선 기대감은 높다. 실제 제조업 종사자의 94%, 테크 분야 구직자의 90%가 올해 연봉 인상을 기대한다고 답했다.

최 지사장은 “반도체, AI 등 급변하는 산업군에서 기업이 원하는 ‘완성형 인재’는 시장에 매우 드물다”며 “기업들이 잠재력 있는 인재를 채용한 뒤 내부적으로 업스킬링할 수 있는 트레이닝 시스템을 구축해야 이 미스매치를 해결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유연해지는 고용 시장…계약·파견직 수요 폭증


글로벌 불확실성과 인구 구조 변화는 채용 형태의 대전환을 불러왔다. 로버트 월터스 코리아 데이터에 따르면 실제 지난해 계약직 채용 관련 기업 문의는 2배 이상 증가했고, 직접 고용 후 파견직 인원도 약 4.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 지사장은 “정규직 여부보다 직무의 내용과 전문성 강화 기회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며 “특히 시니어 전문가들이 프로젝트 단위로 투입되어 성과를 내고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년 65세 연장 논의와 맞물려 숙련된 인재들이 노동시장에 재진입하는 핵심 통로로 계약·파견직이 기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AI 시대, 결국 차별화는 ‘휴먼 터치’


생성형 AI의 확산으로 채용 시장의 불안감이 크지만, 최 지사장은 오히려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의 가치를 강조했다. 그는 “소프트 스킬과 공감, 정서적 교류를 바탕으로 한 휴먼 터치는 AI가 대체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최 지사장은 “기업은 생산성을 위해 AI 툴을 적극 활용하되, 인재 관리에서는 여전히 사람 간의 신뢰와 설득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며 “기업과 인재 모두가 기술의 변화를 주시하면서도 본질적인 역량 강화에 집중해야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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