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레미콘도 맞춤형…물타서 맞추던 식의 관행 끝내야”

한남진 유진기업 서서울공장 공장장
가격 아닌 품질…건물 안전·수명 좌우
초지연·특수콘크리트 ‘품질 경쟁’ 선언
전 공정 투명화…데이터로 신뢰 강화


한남진 공장장 [홍석희 기자]


“콘크리트는 단순한 건설 자재가 아니라 사람의 안전 그 자체입니다. ‘물 타서 맞춘다’는 식의 관행은 이제 끝나야 합니다”

한남진 유진기업 서서울 공장 공장장은 레미콘 산업을 둘러싼 인식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품질 차이가 결국 건물의 수명과 안전을 좌우하는 만큼, 가격 중심의 경쟁에서 벗어나 품질과 기술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돼야 한다는 것이다.

서서울공장은 국내 최대 규모 레미콘 생산기지 중 하나다. 4기의 배치플랜트를 기반으로 일반 레미콘은 물론 초지연 콘크리트, 라텍스 누름콘크리트, 내한 콘크리트, 우중 콘크리트 등 다양한 특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다. 한 공장장은 “단순 생산량이 아니라 어떤 품질의 제품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공급하느냐가 경쟁력”이라며 “국내 최대 수준의 설비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품질 중심 체계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레미콘 산업은 오랫동안 ‘차별화가 어렵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현장은 이미 변했다. 교통체증, 기후 변화, 고층화 등 건설 환경이 복잡해지면서 기능성 콘크리트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서울공장이 생산하는 초지연 콘크리트는 기존 90분이던 운반 시간 한계를 180분까지 늘려도 품질 저하 없이 성능을 유지한다. 도심 현장 납품이 많은 수도권에서 필수 기술로 꼽힌다.

한 공장장은 “서울은 레미콘 공장이 외곽에 있어 운반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며 “초지연 콘크리트는 교통 변수 속에서도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 레미콘은 단순한 재료가 아니라 현장 조건에 맞춰 설계되는 ‘맞춤형 제품’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품질 경쟁의 핵심은 ‘강도’다. 콘크리트 강도는 건물 안전과 직결되는 절대 지표다. 서서울공장은 원재료 단계부터 품질 관리를 강화했다. 유진기업 파주 석산의 최우수 등급 골재를 100% 사용하고, 배합·계량·혼합 전 과정은 자동화 설비로 관리한다. 여기에 생산 직원이 직접 시험 데이터를 확인하고 제품 상태를 체감하는 ‘이중 검증’ 체계를 운영한다.

한 공장장은 “기계가 잡아주는 수치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 측정값을 생산자가 직접 확인하고 생산한다는 점이 차별화 포인트”라며 “이런 과정이 쌓여야 균일한 강도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품질 관리 철학은 디지털 시스템으로 확장됐다. 유진기업이 자체 개발한 ‘콘라이브’는 생산부터 출하, 운송까지 전 과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이다. 믹서트럭 위치 추적은 물론 원재료 투입량, 배합 정보까지 고객에게 투명하게 공개된다.

한 공장장은 “과거에는 레미콘이 불투명하다는 인식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콘라이브는 ‘우리가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것을 데이터로 증명하는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화로 확인하던 출하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현장 불만도 크게 줄었다”며 “레미콘 산업 전반의 신뢰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진기업은 업계 1위 기업으로서의 책임도 강조한다. KS-QEI 3회 연속 수상, KS 인증 대상, 환경성적표지 인증 등 다수의 품질 인증을 확보했지만, 현장에서 이를 알아주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품질 기준을 낮추지 않는 이유는 분명하다.

한 공장장은 “건물은 50년, 길게는 100년을 버텨야 합니다. 단가를 조금 낮추기 위해 품질을 희생하는 순간, 그 책임은 결국 사회 전체로 돌아옵니다. 업계 1위 기업일수록 기준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고 강조했다. 건설 경기 둔화는 레미콘 업계에도 직격탄이다. 서서울공장 가동률은 약 39% 수준에 머물고 있다. 유가 상승으로 운송비 부담까지 커지면서 수익성은 더욱 악화됐다. 그럼에도 유진기업은 기술과 제품 경쟁력으로 돌파구를 찾겠다는 전략이다.

특수 콘크리트 확대가 대표적이다. 라텍스 누름콘크리트는 균열을 80% 이상 줄이는 성능으로 건설사 반응이 매우 좋다고 한 공장장은 설명했다. 또 내한 콘크리트는 동절기 보양 공정을 획기적으로 줄였고, 우중 콘크리트는 비 오는 날에도 타설이 가능하도록 했다. 한 공장장은 “날씨 때문에 공사를 못 하는 날을 줄이는 것이 곧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친환경 제품 개발도 속도를 내고 있다.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활용한 ‘스마트콘 에코’와 순환골재 적용 제품은 하반기부터 본격 공급될 예정이다. 그는 “레미콘 산업도 ESG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다”며 “친환경과 고성능을 동시에 만족하는 제품이 시장을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업계 전반의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부담이다. 일부 지자체에서 지역 레미콘 업체가 생산한 레미콘 사용을 권고하는 정책이 확산되면서 시장 경쟁이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파주 지역 출하량은 1년 사이 5만 루베에서 6000 루베 수준으로 급감했다.

한 공장장은 “레미콘은 물류 특성상 인접 지역에서 공급하는 것이 효율적인데 행정구역 기준으로 제한하면 오히려 품질과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며 “지역 경제를 고려한 취지는 이해하지만 과도한 제한은 시장 왜곡과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레미콘 산업은 지금 ‘과도기’에 있다. 과거의 가격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품질, 기술, 투명성을 기반으로 재편되는 시기다. 한 공장장은 이 변화를 ‘생존의 문제’로 규정했다.

한 공장장은 “이제 레미콘은 용도에 맞는 기능성 제품, 데이터로 증명되는 품질, 그리고 투명한 관리 체계가 경쟁력을 결정합니다. 건설 경기가 어렵다고 해서 품질 기준을 낮출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이런 시기일수록 기술과 혁신으로 승부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홍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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