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사실 1년 후 알아…경찰 무혐의 결론”
“K-오페라 세계화·창작 강화” 비전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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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혜진 국립오페라단 신임 단장 겸 예술감독 [연합] |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준비된 단장이라 생각한다.”
박혜진 국립오페라단 신임 단장 겸 예술감독인 취임 이후 가진 첫 기자 간담회에서 자신을 둘러싼 인사 논란을 정면 돌파했다. 박 단장은 지난달 제15대 국립오페라단 단장으로 임명, 7주의 시간을 보냈다. 단체 창단(1963년) 이후 네 번째 여성 단장이자, 타 오페라단의 현직 단장이 국립오페라단 수장으로 직행한 첫 사례다.
박 단장은 2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나를 둘러싼 인사 논란은 억울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박 단장의 인사는 서울시오페라단 재직 시절 발생한 합창단원 안영재 씨 사망 사고를 둘러싼 책임 문제가 공론화되면서 예술계의 반발이 거셌다. 당시 공연예술계 단체들은 “무대 위 죽음 앞에 침묵한 자에게 국립단체 수장을 맡긴 것”이라며 임명 철회를 촉구했다.
해당 사건은 2023년 3월 서울시오페라단 ‘마술피리’ 리허설 도중 무대 구조물과 충돌한 성악가 안영재 씨가 지난해 세상을 떠나며 논란이 커졌다.
박 단장은 “외주팀 소속이었던 고인이 당시 리허설 도중 다쳤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고, 1년이 지난 뒤에야 알게 됐다”고 사고 인지 시점에 대해 언급하며 “오랫동안 경찰에서 조사했고 무혐의 통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영재 씨 사고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국립오페라단에선)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과 협의해 부상자가 발생하면 신속하게 처치를 받는 시스템의 구축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또 고인에 대해 “아들을 키우는 엄마이자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매우 안타깝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했다.
박 단장이 서울시오페라단에 재임하며 5년간 이끈 실무 경험은 국립오페라단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는 “서울시오페라단이 시를 위한 오페라단이라면, 국립오페라단은 국가를 위한 오페라단”이라며 “어려운 레퍼토리의 소개와 발굴도 중요하지만 친숙하게 대중에게 다가가는 오페라도 중요하다. 해외로 뻗어가는 K-오페라에도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박 단장의 운영 비전은 ‘연결을 통한 확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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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혜진 국립오페라단 신임 단장 겸 예술감독이 2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그는 “오페라는 특정 공간과 계층 안에 머무는 예술이 아니라 동시대 관객의 삶 속에서 호흡하는 장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운영 방침으로는 ▷작품성과 대중성의 균형 있는 레퍼토리 운영 ▷스타 성악가·젊은 연출가와의 협업 확대 ▷관객 친화형 공연 및 생애주기별 관객 개발 등을 제시했다. 스타 성악가 기용을 통한 오페라 문턱 낮추기 전략은 서울시오페라단 시절 연극배우 정동환을 무대에 세우는 ‘오플레이(Op-play)’ 형식으로 관객층을 넓혔던 경험에서 비롯됐다.
창작 오페라에 대한 의지도 강하게 피력했다. “세계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한국적 정서와 색채를 담은 창작 오페라 제작에 힘쓰겠다”고 말한 박 단장은 “K-팝이 세계 시장에서 거둔 성공을 한국 오페라가 이어받을 수 있다”며 자신감을 비쳤다.
해외 네트워크 구축도 구체화했다. 중국 국립공연예술센터, 일본 니키카이 오페라극장과 내년 한중일 갈라 콘서트를 예고했으며, 국립현대미술관·국립중앙박물관 등 문화기관과의 협업을 통한 야외 오페라 활성화를 강조했다. 지역 학교·교정시설 등 올해만 66회의 지역 순회공연으로 문화 격차 해소에도 나선다.
신임 단장의 색깔이 본격적으로 반영될 내년 라인업엔 3월 가족오페라 ‘피노키오’ 공연 등 전 연령을 아우르는 관객 저변 확대 계획도 내놓았다.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재공연도 계획 중이다.
박 단장은 “웹툰 작가, 유튜버 등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창작진들과 협업을 준비하고 있다”며 “시민 합창단 네트워크를 구축해 국민과 함께 만드는 국립오페라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립오페라단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화두는 지역 이전 문제와 전용 공연장 부재다. 윤석열 정부 시절 문화체육관광부가 국립예술단체의 지역 이전 필요성을 언급한 이후 대구·부산 등지에서는 유치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박 단장은 ‘이전’보다는 ‘지역 방문’ 확대로 답했다. 그는 “문화소외지역을 지속적으로 방문하며 협력 기반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전 문제에 대한 명확한 찬반 대신 ‘가교 역할 강화’로 돌려 답변한 것이다. 국립오페라단의 숙원 과제인 전용 공연장 확보에 대해선 “아직 입장을 밝힐 단계가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