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카라멜 등으로 연매출 11억…농업, 이제 완전히 새 시장”

벌꿀 식품 제조 ‘로컬웍스’ 정은정 대표
쇼핑몰·이벤트업하다가 벌꿀 사업에 올인
경험 입힌 ‘라이프스타일’ 식품 발상 전환
MZ 취향 스틱형 제품 등 SNS ‘핫한’ 호응
스낵류·디저트 개발, 일본·중동 수출 확대


정은정 로컬웍스 대표 [로컬웍스 제공]



취업준비나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쉬었음’ 청년이 70만명을 넘어선 요즘, 과감하게 농·어업에 뛰어든 청년들이 있다. 이들은 특유의 젊은 감각과 소통형 콘텐츠, 거침없는 도전 정신으로 농·어업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전통 산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억대 연봉의 고수익을 만들어낸 젊은 농부와 어부, 로컬 창업가들. 회사 대신 농어촌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지, 안 팔리던 농수산물을 어떻게 줄 서서 사는 상품으로 바꿨는지, 이들의 성공 비결과 스토리를 소개한다.

“꿀은 젊은 사람들에게 솔직히 촌스럽고 불편한 식품이죠. 하지만 감성과 디자인을 입히면 젊은 층에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먹기 전에 인스타 사진 각도부터 고민하는 게 요즘 사람들이잖아요.”

청년 식품기업 로컬웍스의 정은정 대표는 단순 원물 판매에 머물던 벌꿀 시장에 브랜딩과 가공을 접목하며 젊은 소비층을 끌어들였다. 전북 익산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 벤처센터에 입주한 로컬웍스는 벌꿀 브랜드 ‘워커비’를 운영하고 있다. MZ세대인 정 대표는 벌꿀은 유리병에 담겨야 한다는 고정 관념을 깨고, 스틱형 벌꿀과 꿀카라멜 등 휴대가 간편한 제품을 선보였다. 발상의 전환은 연 매출 11억원 규모 브랜드로 이어졌다. 월 평균 매출은 9000만원 수준이다.

처음부터 거창한 목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양봉을 하던 조부모 곁에서 자라며 자연스럽게 벌과 꿀을 접한 경험이 창업의 출발점이 됐다.

정 대표는 전통적인 농업인 출신과는 거리가 있다. 대신 개인 사업을 했던 부모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사업에 익숙한 환경에서 자랐다. 대학 시절엔 용돈을 벌기 위해 여성의류 온라인 쇼핑몰을 직접 창업해 약 3년간 운영했다. 상품 사진을 찍고 포장하는 것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하면서 어떤 색감과 분위기에 소비자들이 반응하는지 몸소 익혔다. 이후 호텔 연회와 기업 행사 공간 연출을 기획하는 이벤트 사업을 10년 가까이 했다. 이벤트 일을 하면서 얻은 경험은 지금의 워커비에 영향을 줬다. 정 대표는 “사람들은 물건만 사는 게 아니라 분위기와 감성까지 함께 소비한다”는 걸 현장에서 많이 느꼈다고 정 대표는 말했다. 실제로 워커비 제품에 기존 건강식품 느낌보다 카페 디저트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에 가까운 분위기를 담는 데 집중했다고 한다.

정 대표는 “사업은 결국 오래 버텨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면서 “그렇다면 내가 좋아하고 오래 관심 가질 수 있는 일을 해야 포기하지 않을 것 같았는데 그게 저에게는 벌꿀이었다”고 말했다.

짜 먹을 수 있는 미니팩 꿀 제품 [로컬웍스 제공]


벌꿀 하면 여전히 유리병이나 꿀단지를 떠올리는 소비자가 많다. 휴대가 불편하고 디자인도 투박해 젊은 층에는 다소 거리감 있는 식품으로 인식됐다. 건강식품이라는 이미지가 강해 ‘아플 때 억지로 먹는 음식’ 정도로 여겨지는 경우도 많았다.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약과·식혜·흑임자 같은 전통 먹거리를 즐기는 이른바 ‘할매니얼(할매+밀레니얼)’ 트렌드까지 확산했지만, 벌꿀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고 정 대표는 판단했다.

그는 “좋은 식품인데 왜 젊은 사람들은 잘 먹지 않을까 계속 고민했다”며 “결국 문제는 맛보다 경험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로컬웍스는 벌꿀을 케첩처럼 짜 먹을 수 있는 튜브형 패키지로 바꾸고, 레몬·얼그레이·시나몬 등을 더한 블렌딩 제품도 출시했다. 단순 건강식이 아니라 커피와 디저트, 간식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라이프스타일 식품’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로컬웍스가 만든 꿀카라멜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 제공]


‘감성’을 곁들이는 데도 상당한 공을 들였다. 소비자들이 먹기 전에 사진부터 찍고 싶어지는 디자인, 책상 위에 올려두고 싶은 패키지, SNS에 공유하고 싶은 브랜드 분위기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실제 온라인 반응도 빠르게 올라왔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패키지가 예쁘다”, “회사 책상에 두고 먹기 좋다”, “선물하기 좋다”는 후기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간식처럼 가볍게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젊은층 반응을 끌어냈다. 정 대표는 “농산물도 충분히 세련된 브랜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젊은 세대가 자연스럽게 일상에서 편하게 꿀을 즐기게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업의 전환점은 예상치 못한 위기 속에서 찾아왔다. 4년 전 전국적인 꿀벌 집단 폐사 사태가 발생하면서 원재료 수급이 흔들렸고, 사업 역시 큰 타격을 받았다.

정 대표는 “수급이 흔들리자 꿀을 원물 그대로만 판매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고 느꼈다. 한 방울의 꿀이라도 더 많은 사람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 만든다면 뭐가 있을지 고민했다”면서 “고민 끝에 탄생한 제품이 바로 꿀카라멜”이라고 말했다. 벌꿀을 간식 형태로 재해석한 제품으로, 가격 부담은 낮추고 접근성은 높였다.

결과는 예상보다 훨씬 빨랐다. 꿀카라멜은 출시 8주 만에 2만5000개가 판매되며 약 1억5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후 단순 벌꿀 브랜드에 머물던 사업도 ‘벌꿀 기반 식품 브랜드’로 빠르게 확장되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그전까지는 벌꿀을 선물용이나 건강식품 정도로 생각하는 소비자가 많았다”며 “카라멜 출시 이후에는 젊은 고객 비중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 처음으로 ‘벌꿀도 충분히 대중적인 간식이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했다.

회사의 성장 과정에서 정부 지원도 힘이 됐다. 로컬웍스는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으로부터 시제품 제작과 품질 검증, 위생 인증, 유통 컨설팅 등을 지원받으며 초기 시행착오를 줄였다. 정 대표는 “혼자였다면 시간과 비용이 훨씬 많이 들었을 부분들을 빠르게 해결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제 그의 시선은 해외로 향한다. 일본과 홍콩, 중동 시장까지 수출 확대를 추진하며 스낵류와 다양한 형태의 벌꿀 가공식품 개발도 이어가는 중이다. 최근에는 벌꿀을 활용한 스낵류와 디저트 제품 개발에도 힘을 주고 있다. 정 대표는 “건강식품 이미지에 머물기보다 젊은 세대가 일상적으로 찾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농업 분야 창업을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정 대표는 “완벽한 계획보다 빠른 실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농업은 이제 단순 생산 산업이 아니다”라며 “디자인과 콘텐츠, 유통을 연결하면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다. 기존 시장일수록 작은 변화가 더 큰 차이를 만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선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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