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급 600%도 적다…영업익 30% 달라” 조선업계도 전쟁

조선 ‘빅3’ 내주 임단협 본격 돌입
HD현대重 노조, 상견례…파격 성과공유 요구
수용시 1인당 6000만원 수준, 기본급 인상도
한화오션·삼성重도 임금·단체협상 돌입 임박
호황 속 노사간 성과급 갈등, 파업 리스크로


국내 조선업계가 다음 주부터 본격적인 임금 및 단체협약 시즌에 들어간다. 울산 HD현대중공업 조선소 전경. [연합]



국내 조선업계가 다음 주부터 본격적인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시즌에 돌입한다. 장기 불황을 견디고 이제서야 고부가가치 선박과 군함, 해양플랜트 등 수주 호황으로 실적 개선이 이어지는 가운데, 노동조합은 ‘대가를 제대로 보상하라’며 파격적인 성과 배분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업계 맏형 격인 HD현대중공업의 노조가 영업이익의 최소 30%를 성과급으로 떼어달라는 요구안을 테이블에 올리면서, 조선업계 전반에 하투(여름철 노동계 투쟁)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 노사는 오는 6월 2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올해 임단협 본교섭에 돌입한다. 가장 뜨거운 감자는 노조(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가 확정한 ‘성과 공유 요구안’이다. 노조는 연간 영업이익의 최소 30%를 성과급 재원으로 배분할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수주 가뭄으로 구조조정과 임금 동결을 겪었던 노조원들로서는 조단위 영업이익을 내는 현시점이 몫을 되찾을 적기로 보고 있다.

만약 노조의 요구안이 수용될 경우, 조합원 약 9000명이 영업이익의 30% 이상을 나눠 갖게 된다. 가령 영업이익 2조원을 달성했다고 가정하면, 최소 6000억원 이상이 성과 공유 재원으로 풀리면서 1인당 6000만원대 후반의 성과급이 돌아간다. 최근 반도체 업계에서 불거진 수억원대 성과급 논쟁이 조선업계의 눈높이까지 끌어올린 모양새다.

사측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그동안 별도의 성과급 상한 없이 경영 성과와 산출식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해왔다. 지난해 말에는 합병 전 HD현대중공업 소속 직원들에게 기본급의 평균 638%, HD현대미포 소속 직원들에게는 평균 559% 수준의 적지 않은 성과급이 지급됐다. 이런 가운데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고정 배분하는 방식은 업황 사이클이 꺾이면 치명적인 고정비 부담이 되므로 회사가 수용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는 이 밖에도 기본급 정액 인상 및 상여금 100% 인상, 현장에 인공지능(AI) 도입 시 노동권과 고용을 보호할 제도 마련 등 요구 사항을 함께 내건 상태다.

업계의 시선은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으로도 향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조선업계 노조는 경쟁사의 협상 타결 수준을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삼는 경향이 있어서다.

한화오션은 금속노조 한화오션지회와 늦어도 내달 초·중순께 임단협 상견례를 진행할 예정이다. 아직 구체적인 일정과 공식 요구안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한화그룹 편입 이후 경영 정상화가 빠르게 이뤄진 만큼 노조 측에서 시너지에 걸맞은 보상을 전면에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

삼성중공업 역시 이르면 6월 말 삼성중공업노동자협의회와 상견례를 진행할 예정이다. 아직 공식 요구안은 마련되지 않았지만, 고부가가치 선박과 부유식 생산설비 등에서 연이어 수주에 성공한 만큼 성과급 인상 요구안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협상 추이가 향후 요구안 수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상황을 감안하면 성과급 인상안 등 내용이 포함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피할 것”이라며 “어느 수준의 요구안이 나올지가 가장 큰 관심사”라고 말했다.

문제는 협상이 평행선을 달려 강경 투쟁과 장기 파업으로 이어질 경우, 생산 차질로 인한 손실을 입을 수 있단 점이다. 조선업계는 현재 3~4년치 일감을 확보한 상태다. 선박 건조 일정이 촘촘하게 잡혀 있는 만큼 생산 공정이 흔들리면 납기와 수익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조선소는 공정 특성상 일부 핵심 설비가 병목 역할을 하기 때문에 특정 시설이 멈추면 연쇄적으로 작업 차질이 생긴다. 또한 조선업은 선주와의 계약에서 정해진 인도 기한을 맞추지 못하면 하루 단위로 지체상금을 물어야 한다.

지난해의 경우, HD현대중공업 노조가 임단협 과정에서 부분 파업과 각종 쟁의행위를 진행한 바 있다. 다만 당시에는 단기간에 그치면서 공급망 전반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생산 차질로 확대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성과 보상을 놓고 극단적 대치가 이어지면 실제 생산에 타격을 받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과거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하청노조 사태의 악몽을 떠올리고 있다. 2022년 당시 하청노조는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 1도크(Dock·선박 건조 시설)를 점거하며 약 50일간 파업을 벌인 바 있다. 특히 노조 간부가 가로·세로·높이 1m 남짓한 철제 구조물 안에 들어가 농성을 이어가며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다. 당시 회사는 막대한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고 주장했고, 이후 손해배상 청구 소송으로까지 이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만약 대형 크레인이나 도크 등 병목 공정에 해당하는 핵심 설비가 파업 과정에서 점거될 경우, 생산 차질을 빚는 파급력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물론 과거 갈등이 마무리되고 업계 전반이 노사 간 협력관계 구축에 노력하는 만큼 과거 수준의 대치가 나타날 가능성은 낮지만, 초호황기에 접어들며 노사 간 입장 차이도 어느 때보다 커졌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고은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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