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0만원 지급 이행각서 달리 해석될 여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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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경애 변호사. [연합] |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학교폭력 사건 재판에 출석하지 않아 패소 확정판결을 받게 만든 권경애 변호사 측이 피해자 유족에게 65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대법원은 이에 더해 유족이 권 변호사에게 약정금을 청구한 부분까지 인정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이날 오전 학교폭력으로 숨진 박모 양의 어머니 이기철 씨가 권 변호사와 법무법인 해미르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권 변호사와 법무법인이 함께 유족에게 65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선고한 원심 판단을 확정했다. 다만 유족이 권 변호사에게 약정금을 청구한 부분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던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날 확정된 위자료 6500만원에 더해 약정금 청구도 인정돼야 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에 처분문서의 증명력이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보아 원고의 피고(권 변호사)에 대한 약정금 청구 부분을 파기환송한다”고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권 변호사는 이씨가 지난 2016년 서울시 교육감, 학교폭력 가해 학생과 부모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대리인을 맡았다. 하지만 권 변호사는 2022년 9월부터 11월까지 열린 이 사건 항소심 재판에 세 차례 불출석해 원고 패소판결을 받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민사소송법은 소송 당사자가 재판에 2회 출석하지 않으면 1개월 이내에 기일지정신청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기일지정을 신청하지 않거나, 새로 정해진 기일에 출석하지 않으면 소가 취하된 것으로 간주한다.
권 변호사는 이후 약 4개월 간 유족에게 패소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으로도 알려졌다. 권 변호사는 뒤늦게 항소 취하 사실을 알리면서 “본인의 책임에 대해 2023년말까지 3000만원, 2024년말까지 3000만원, 2025년말까지 300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이행각서를 유족에게 전달했다.
유족은 해당 사건의 대법원 상고 기간을 놓쳤고, 이에 따라 패소 판결이 확정됐다. 이씨는 권 변호사가 불성실하게 변론해 재판받을 권리와 상고할 권리를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며 이번 사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1심은 권 변호사 및 당시 권 변호사가 소속돼 있던 법무법인 해미르가 함께 5000만원을 유족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변론기일에 3회 불출석해 관련 민사사건 2심 중 원고 항소 부분이 항소 취하 간주로 종결되도록 만들었다”며 “2회 불출석 후 그 사실을 인지하고 기일지정신청을 하였음에도 다시 불출석한 점을 고려하면, 이는 거의 고의에 가까운 현저한 주의를 결여한 것으로서 중과실로 저지른 잘못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2심은 1심보다 늘어난 위자료 6500만원을 유족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해미르는 별도로 2심 수임료의 절반인 220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다만 2심에서 원고 측이 추가로 권 변호사에 대해 주장한 각서에 따른 약정금 청구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권 변호사)는 이 사건 각서는 피고의 소송수행상의 잘못이 언론기사화 등으로 확산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한 약정이라고 주장한다”며 “조건이 명시적으로 기재돼 있지는 않으나, 이 사건 각서는 피고의 잘못이 언론 기사화 등으로 확산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한 약정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원고가 이 사건 소 제기 직전에 언론사 기자와 통화하는 과정에서 먼저 이 사건을 이야기함으로써 결국 언론 기사화돼 보도되기에 이르렀는바, 결국 위와 같은 조건이 성취되지 않았으므로 원고의 이 사건 각서에 따른 약정금 청구는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이날 재판부는 “이 사건 이행각서에 약정금 지급의 조건은 전혀 명시돼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지급조건 존재 여부의 해석이 문제될 정도의 관련 문언도 기재돼 있지 않는 등 이 사건 이행각서는 내용상 문언의 객관적 의미가 명확하다”며 “그 기재내용이 달리 해석될 여지도 별로 없다”고 했다. 또한 “피고는 법률전문가인 변호사로서 처분문서 작성의 의미와 내용을 잘 이해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므로, 지급조건을 이 사건 이행각서의 내용으로 하기로 원고와 합의하였음에도 이를 이행각서에 기재하지 않았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