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 고가차고, 수서역 매몰 등
산재 사망사고 줄지 않고 이어져
“제도 개선과 함께 여건 조성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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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사고 후 김군의 가방에서 나온 김군의 소지품. [헤럴드경제 DB] |
[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 10년 전 지하철 스크린 도어를 정비하던 중 진입하던 열차를 피하지 못하고 목숨을 잃은 ‘김군.’ 생일을 불과 하루 앞둔 날 세상을 떠난 그의 가방에서는 아직 뜯지 못한 컵라면과 때 묻은 작업 장비들이 나왔다. 위태로운 노동 현장의 실태가 드러나면서, 추모의 열기가 불어닥쳤다.
구의역 사고가 난 지 10년이 지났지만 산업재해로 비롯된 사망은 끊이질 않는다. 최근 서울의 공사 현장에서도 사고가 잇달아 발생해 작업자들이 사망했다.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는 사람은 매년 2000명이 넘는다. 영세한 산업 현장에 대한 집중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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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오전 11시50분께 서울 광진구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의 승강장에서 진행된 구의역 참사 10주기 추모식에서 한 시민이 헌화하고 있다. 이우중 수습기자 |
지난 28일 오전 11시 서울 광진구 서울 지하철 2호선 9-4 승강장 앞에는 10년 전 같은 자리에서 숨진 김군을 추모하는 메모지가 빼곡히 붙어 있었다. 시민들은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 ‘부끄러운 10년이 흘렀다’ 등의 문구를 적어 넣었다. 주변으로는 김군 사망의 상징이 된 컵라면과 국화가 놓여있었다.
평소 구의역을 오가던 시민도 추모 행렬에 동참했다. 김희수(27) 씨는 “10년 전엔 고등학교 1학년이라 잘 몰랐는데 추모식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날 승강장에선 구의역 참사 10주기 시민추모식도 진행됐다. 첨석자들은 ‘다음 김군은 없어야 합니다’, ‘모든 김군에게 안전한 일터를’, ‘꿈 많던 김군의 죽음을 추모합니다’ 등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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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오전 11시50분께 서울 광진구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의 승강장에서 진행된 구의역 참사 10주기 추모식의 추모 공간. 포스트잇과 국화, 컵라면 등이 놓여있다. 이우중 수습기자 |
이오표 서울시 노동센터협의회 의장은 “10년째 구의역에서 김군을 추모하는 문화제를 하고 있지만 산재 사망 노동자의 수는 줄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추모식에 참석한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년 동안 사무실 옆인 이곳을 오며 법으로 어떻게 하면 사람을 살릴 수 있을까, 죽지 않게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김군은 내 아이의 모습이고 우리의 미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국회에서 법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속도감 있게 하도록 약속하겠다”고 했다.
추모식 참석자 박한솔(32) 씨는 “10년 동안 ‘일하다 죽으면 안 된다’는 공감대는 형성된 것 같다”면서도 “서소문과 수서역 인근 사고를 연달아 보면서 사람이 왜 이렇게 죽어야 하는지, 왜 바뀌지 않는지 의문이 강해졌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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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7일 서울 강남구 수서역 인근 한 도로에서 하수관 정비 작업을 하던 60대 남성이 토사물에 매몰돼 숨졌다. 남성이 작업을 하던 하수관로 현장 모습. 이영기 기자 |
이처럼 때마다 산재를 추모하고, 반복을 막겠다는 약속이 이어지고 있지만 산업재해는 줄지 않고 있다. 최근 발생한 산재에서는 모두 현장 안전의 미비 사항이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27일에는 강남구 수서역 인근에서 하수관로 공사 중 60대 남성 A씨가 토사물에 매몰돼 사망했다. 당시 현장을 목격한 인근 아파트 경비원은 “토사물 때문인지 상의를 벗긴 채로 현장에서 심폐소생술을 하는 모습을 봤다”고 전했다.
당시 현장에서는 하수관 정비 공사를 위해 작업자 3명이 지면에서 3.5m 아래 있는 하수관으로 내려가 작업을 벌이던 중 토사가 A씨를 그대로 덮쳤다. 당시 안전 미비 정황도 경찰 초기 수사에서 밝혀졌다.
수서경찰서는 당시 정비 공사의 현장소장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해 조사를 벌였다. 조사 과정에서 경찰은 ‘현장이 비좁아 흙막이 공사를 생략했다’는 현장소장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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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 현장에서 소방 관계자들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윤창빈 기자 |
26일에 오후 2시30분께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해 작업자 3명이 숨졌다. 사고는 같은 날 새벽 고가차도의 슬라브(다리 최상단의 콘크리트판)를 절단하던 중 생긴 2.9㎝ 침하 현상에 대해 안전진단을 벌이던 중 발생했다. 단차를 확인했음에도 현장에서는 지지대 등 추가 보강 시설 설치 등 안전 지침이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공사 소속 현장관리소장 60대 이모 씨와 감리단장 60대 안모 씨, 외부 전문가인 구조기술사 50대 이모 씨 등이 목숨을 잃었다.
구의역 사고와 2018년 사망한 김용균 씨 산재 사고 등 우리 사회에 경고등을 켠 굵직한 산재 사망 사고 이후에도 연간 산재 사망 건수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7년 1957명이었던 연간 산재 사망자 수는 2018년 2142명으로 증가했다. 이후 ▷2019년 2020명 ▷2020년 2062명 ▷2021년 2080명 ▷2022년 2223명 ▷2023년 2016명 ▷2024년 2098명 ▷2025년 2248명 발생했다. 최근 3년 내리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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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7일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고가차도 사고 현장에서 서울시 관계자들이 조사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 |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산재가 줄지 않는 건 국내 산업 현장에는 안전 문화가 정착이 안 됐기 때문”이라며 “경영자 입장에서 인력, 예산, 정기 점검 등의 안전 조치들이 간과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영자들이 간과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 주도의 개선으로 산재를 완전히 예방한다는 건 불가능하다”며 “특히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대기업은 90% 정도는 산재 대비를 했으나 영세한 중소기업의 경우 15% 정도만 대비한 수준이다. 대부분 산재 대비가 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영세기업은 산재 예방을 위한 예산과 인력 투입이 어렵다”며 “영세 소규모 사업장에 대해서는 지원과 산재 예방 여건을 조성해 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