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딱…‘리슬링의 왕’ 닥터 루젠 마셔보니 [식탐]

30도 경사·점판암 토양의 모젤 명가
산도 높은 리슬링 100%·오크통 숙성


‘닥터 루젠’의 오너 에른스트 루젠 [아영FBC 제공]


[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좋은 스파클링 와인을 만드는 조건 중 하나는 산도입니다. 우리는 높은 산도에 아로마틱한(향이 풍부한) 리슬링(Riesling) 품종을 가지고 있죠.”

독일 ‘닥터 루젠(Dr. Loosen)’ 와이너리의 에른스트 루젠(Ernst Loosen) 오너가 10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지난 28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르몽뒤뱅에서 열린 미디어 행사다. 닥터 루젠은 200년 역사를 가진 독일 리슬링 명가다.

종합주류기업 아영FBC는 최근 화이트와인에 관심이 높아진 추세에서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 한국 와인 시장은 묵직한 레드와인 소비가 주를 이뤘으나, 최근에는 산미·미네랄감·저알코올의 화이트 와인 수요가 높아졌다. 리슬링은 이런 흐름을 설명하기 좋은 품종이다.

리슬링은 독일의 라인강 유역, 특히 모젤(Mosel) 지역에서 발달한 화이트 포도 품종명이다. 샤르도네, 소비뇽 블랑과 함께 세계 3대 화이트 품종으로 꼽힌다.

에른스트 루젠 오너는 “좋은 리슬링 와이너리의 조건은 햇볕이 내리쬐는 남향, 서늘한 기후를 위한 높은 경사”라며 “전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포도밭은 경사 30도의 모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포도나무는 대부분 접목하는데, 모젤의 점판암 토양은 배수가 잘돼서 우리는 100년간 접목하지 않은 포도나무를 재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포도나무 해충인 필록세라가 생존하기 어려운 환경 덕분에 접붙이지 않은 자근묘를 쓴다는 설명이다. 이런 특성으로 닥터 루젠 와인에는 빈야드(포도밭) 이름 대신 ‘토양’과 ‘품종’을 표시한다.

발효 과정에서는 첨가물을 넣지 않고, 전통적인 오크통 제조 방식을 고수한다. 그는 “오크통 자체가 미세하게 숨을 쉬면서 산화하기 때문에 훨씬 조화로운 복합미를 가진다”고 했다.

닥터루젠 와인들 [아영FBC 제공]


독일 스파클링 와인의 오랜 역사도 설명했다. 그는 “독일인들은 스파클링 와인을 매우 좋아한다”며 “오후 4~5시 쯤이면 스파클링 와인을 마시는 여성을 쉽게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100% 리슬링으로 만든 스파클링 와인은 풍미가 다르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시음한 와인은 6종이다. 리슬링 한 품종을 가지고도 토양에 따라 맛이 달라졌다. ‘블루 슬레이트 리슬리 드라이’는 선명한 산미와 미네랄감이 돋보였다. ‘레드 슬레이트 리슬링 드라이 2024’는 보다 힘 있는 풍미였다. 루젠 오너는 “블루와 레드 슬레이트는 오랫동안 숙성할 수 있다”며 “오래되어도 신선한 풍미를 즐길 수 있다”고 했다.

페어링한 요리는 화이트와인과 어울리는 생선과 감자였다. 단새우, 참다랑어, 대구와 홍감자 등의 요리가 나왔다. ‘리슬링 스파클링링 드라이’는 깔끔한 맛으로 브리오슈와 어울렸다. 이어 ‘그라처 힘멜라이히 리슬링 드라이 알테레벤 GG 2022’, ‘벨레너 존넨우어 리슬링 드라이 임라이헨 GGR 2018’, ‘에르데네 프랄라트 리슬링 드라이 GG RESERVE 2017’도 시음했다.

리슬링의 높은 산도는 매운 음식, 기름진 요리, 그리고 발효 음식과의 페어링에서 강점을 가진다. 독일의 대표 발효절임인 샤우어크라우트(Sauerkraut)는 리슬링의 산도와 잘 맞는다고 알려져 있다.

루젠 오너는 ‘리슬링의 왕’으로 불린다. 글로벌 와인 매체들의 평가와 오랜 활동에서 비롯된 별칭이다. 세계적인 와인 매거진 디캔터(Decanter)는 지난 2005년 ‘명예의 전당(Hall of Fame)’ 수상자에 그를 선정했다. 미국 와인 전문지 와인 앤 스피릿(Wine & Spirits)이 꼽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와인 메이커 50인’에도 이름을 올렸다.

‘닥터 루젠’의 오너 에른스트 루젠이 와인을 소개하고 있다. 육성연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