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개월 경상수지 흑자 행렬…치솟는 환율과 닥쳐 올 고금리는 부담

3개월 연속 200억달러 첫 돌파
1분기 누적 중국 다음 세계 2위
5월도 사상최대 수준 흑자 전망
1500원 환율 지속 역대 두 번째
금리인상 예고에 대출금리 껑충


원/달러 환율이 최근 급격히 상승하며 1530원 선까지 치솟았다. 5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1530원선을 기록하고 있다. 사진은 다중노출 합성 촬영.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김벼리·유혜림·서상혁 기자] 경상수지가 3월에 이어 4월에도 대규모 흑자를 내며 36개월 연속 흑자 행렬을 이어갔다. 5월에도 역대 최대치에 맞먹는 흑자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고환율과 고물가, 고금리 등 소위 ‘3고(高)’ 현상에 서민들의 체감 경기는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

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4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4월 이란전쟁 여파에도 경상수지가 역대 두 번째 규모의 흑자를 기록한 것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IT 수출이 호실적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유성욱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이날 오전 ‘국제수지 설명회’에서 “계절적 요인으로 상품수지 흑자폭이 줄어들고, 본원소득이 일시적인 적자를 보이고 서비스수지 적자 규모도 확대되면서 역대 최대였던 전월보다는 일시적으로 축소됐다”면서도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3개월 연속 200억달러를 돌파하며 4월까지 누적 1000억달러를 돌파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1분기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중국 다음으로 컸다. 그는 “지난해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중국, 독일, 일본, 대만 다음으로 5번째였지만 이번에 일본, 대만, 독일을 앞섰다”고 설명했다.

이번에도 흑자를 이끈 건 역시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IT 수출이었다. 상품수지는 338억8000만달러로 3월에 이어 역대 2위를 기록했다.

5월 전망에 대해 유 부장은 “반도체는 3월에 버금가는 수준의 호조로 사상 최대 무역흑자를 기록했다”며 “본원소득수지도 배당 집중 등 계절적 요인이 개선돼 흑자로 전환하면서 3월에 버금가는 수준의 흑자를 기록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반면 경상수지 호조세와 달리 서민 경제는 갈수록 팍팍해지는 양상이다. 특히 고환율, 고물가, 고금리 등 소위 ‘3고’ 현상이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을 짓누르고 있다.

환율이 대표적이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 물가가 즉각 오르고, 이는 곧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로 전가된다. 원/달러 환율은 1500원대가 굳어진 흐름이다. 외환당국 내부에서도 1500원대 환율을 이제 ‘뉴 노멀(새로운 표준)’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원/달러 환율은 4일까지 주간 종가 기준 13거래일 연속 1500원을 넘겼다. 외환위기 당시였던 1997년 말~1998년 초 49거래일 연속 1500원대 종가 이후 두 번째로 긴 기록이다. 이란전쟁 발발 직후였던 3~4월(9거래일 연속)은 물론,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 2~3월(11거래일)도 넘었다.

5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0.7원 내린 1529원에 거래를 시작한 뒤 오전 9시18분께 1538.3원까지 재차 올랐다. 전날 야간 거래에서는 장중 1540원선(1540.3원)을 찍기도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0일 기록한 장중 고점(1561원) 이후 약 17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물가 오름세도 점점 가팔라지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3.1% 올랐다. 2024년 3월 이후 최대폭이자, 첫 3%대 진입이다. 체감물가도 크게 뛰었다. 국민의 구매 빈도가 높고 지출 비중이 높은 144개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는 3.3% 올랐다. 마찬가지로 2024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그나마 정부의 석유제품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가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을 끌어내리고 있지만,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가 지속되면 물가는 점점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한은은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각각 2.7%, 2.3%로 제시했다.

서민들의 금리 부담도 점점 커지고 있다. 한은은 최근 연이어 긴축적인 통화정책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경제성장 경로 상방 압력이 큰 상황에서 물가와 환율 상방 압력이 높고, 부동산 시장도 여전히 과열된 점 등 모든 경제 지표가 금리 인상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지난달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물가를 보나 성장을 보나 환율을 보나 부동산을 보나 갈 길이 비교적 명확하다”고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시장에서는 연말까지 1∼2회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공개한 점도표(금통위원들의 6개월 뒤 금리 전망)에서도 총 21개의 점 중 10개(47.6%)가 3%에 몰렸다. 3.25%에도 2개 찍혔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대출 금리 등이 따라 오른다. 한은은 대출 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국내 가계대출 차주 이자 부담은 3조20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미 주요 시중은행의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8%를 바라보고 있다. 신용대출 금리도 6%에 육박한 상황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환율은 더 불안해질 것”이라며 “결국 전격적으로 인상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음달 금통위 전까지 적극적으로 환율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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