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바람이 키운 ‘난지형 잔디’…자연 그대로의 힐링 골프를 즐기다 [트래블ON]

‘亞 100대 코스·국내 10대 코스’ 롯데스카이힐CC 제주
거장 로버트 트렌트 존스 주니어 설계…“자연이 곧 코스”
초종 교체로 사계절 최상의 컨디션…네발의 동반자도 OK
라운드 뒤엔 ‘롯데리조트 아트빌라스 제주’서 건축 여행을


롯데스카이힐CC 제주 클럽하우스 전경. [롯데호텔 제공]


[헤럴드경제(제주)=정찬수 기자] 제주의 바람을 맞으며 밟은 광활한 대지. 발밑의 잔디는 빈틈없이 단단하면서도 푹신했다. 양잔디는 혹독한 더위를 견디지 못하고 누렇게 타들어 가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곳은 기후 변화에 맞서 커다란 변화를 선택했다. 더위에 약한 양잔디를 과감히 걷어내고, 폭염 속에서도 꿋꿋하게 푸름을 유지하는 강인한 ‘난지형 잔디(한국형 잔디)’로 옷을 갈아입었다. 때마침 이른 봄 더위를 식혀주는 몇 번의 비를 맞으며, 새로 심은 생명들은 촘촘하게 뿌리를 내렸다. 제주의 바람과 돌, 그리고 푸른 잔디가 살아 숨 쉬는 ‘롯데스카이힐CC 제주’를 찾았다.

돌담 사이로 낸 명품 코스, 새 옷을 입다


이 코스를 설계한 사람은 로버트 트렌트 존스 주니어(Robert Trent Jones, Jr.)다. 미국 100대 골프장 중 13곳을 만든 거장이다. 그의 철학은 의외로 소박했다. 제주의 돌담과 숲, 자연적으로 형성된 굴곡을 건드리지 않겠다는 것. 그렇게 자연 그대로, 코스가 됐다. 50만평 부지에 36홀. 코스 곳곳에 남아 있는 현무암 돌담이 고즈넉하다. 하지만 골퍼에게는 자비가 없다. 골프 트래블이 선정한 ‘아시아 100대 코스’이자 ‘국내 10대 코스’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난이도가 상당하다. 2005년 개장 이후 20년이 넘도록 명성은 그대로다. 매년 KLPGA 정규 투어도 이곳에서 열린다. 프로 선수들이 검증한 코스라는 사실이 작은 자부심을 준다.

이번 방문에서 가장 눈에 띈 변화는 코스의 초종 교체였다. 대중제 페어웨이 잔디를 한지형에서 난지형으로 전부 바꿨다. 일부만 교체하면서 골프장을 운영하는 방식이 아닌, 전체를 들어내기 위해 폐장이라는 과감한 결단을 택했다. 제주의 여름은 해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양잔디는 폭염에 누렇게 타들어가 필드 컨디션이 고르지 못했다. 난지형 잔디는 그 문제에 대한 답이다. 폭염 속에서도 초록빛을 유지하고, 비를 맞으면 더 촘촘하게 자란다. 밀도가 높아 공의 라이도 깨끗하다. 사계절 안정적인 컨디션, 프리미엄 친환경 골프장으로의 전환이다.

롯데스카이힐CC 제주 힐 1번 코스 [롯데호텔 제공]


롯데스카이힐CC 제주 힐 6번 코스 [롯데호텔 제공]


바다로 열린 회원제·숲이 감싸는 18홀


회원제인 스카이·오션 코스는 바다를 향해 열려 있다. 스카이 코스 1번 홀 티잉그라운드에 서면, 맑은 날 마라도의 윤곽이 수평선 위에 뜬다. 그 풍경을 등지고 티샷을 날리기가 아까울 정도다. 중간쯤에는 ‘한라산 브레이크’라 불리는 구간이 기다린다. 오르막이 내리막처럼 보이는 착시를 경험할 수 있다. 한라산의 도깨비길 같다. 눈을 믿으면 공이 배신한다. 캐디의 조언이 무겁게 느껴지는 구간이다.

오션 코스 3번 홀에서는 서귀포 앞바다와 멀리 월드컵경기장이 한 프레임에 들어온다. 파노라마라는 말이 과하지 않다. 5번 홀은 36홀 중 가장 어렵다. 파(Par)3인데 거리가 길고, 앞뒤로 워터 해저드가 입을 벌리고 있다. 긴장을 놓는 순간 공은 물 위에서 파문 하나를 남기고 사라진다.

대중제인 포레스트·힐 코스는 결이 다르다. 바다 대신 숲이 감싼다. 제주의 자연림을 그대로 살려 코스를 설계했다. 울창한 나무 사이로 페어웨이가 이어지고, 언덕을 하나 넘으면 불현듯 해안선이 열린다. 특히 나무는 바람을 막는 역할을 한다.

힐 코스 3번 홀은 돌담과 워터 해저드 사이로 페어웨이가 좁아진다. 티샷도 중요하지만 세컨샷의 거리 계산이 승부를 가른다. 7번 홀은 많은 골퍼가 ‘베스트 홀’로 꼽는다. 정상에 서면 서귀포 앞바다의 수평선과 코스 전체가 발아래 펼쳐진다.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에 따라 풍경의 색이 달라진다. 같은 홀인데 매번 다른 그림이 걸린다.

포레스트 코스는 핀란드의 깊은 숲에 들어온 듯한 고요함을 준다. 3번 홀과 5번 홀은 장애물 없이 넓은 페어웨이가 일직선으로 펼쳐져 호쾌한 티샷을 시도할 수 있다. 숲과 바다의 낙차, 긴장과 해방의 교차, 그것이 이곳에서 느끼는 리듬이다.

롯데스카이힐CC 제주 오션 5번 코스 [롯데호텔 제공]


롯데스카이힐CC 제주 ‘반려견 동반 라운드’ [롯데호텔 제공]


8분의 여유, 그리고 네 발의 동반자


올해 3월부터는 회원제 코스의 티오프 간격이 7분에서 8분으로 늘었다. 고작 1분이지만 체감은 다르다. 앞 팀에 쫓기는 느낌이 사라지고, 티잉그라운드에서 한 호흡을 더 가져갈 수 있다. 프라이빗 체크인 동선과 전용 락커도 새로 갖췄다.

필드 위의 소소한 재미도 있다. ‘루아(LUA) 스페셜 카트’와 ‘롯데리아 햄버거카트’는 각각 팀당 14만원에 하루 선착순 1팀 한정이다. 루아 카트는 백참 인형이나 러기지택을 기념품으로 준다. 코스 위에서 햄버거 카트를 배경으로 인생샷을 찍는 것도 좋다.

이색적인 모습도 볼 수 있다. 2019년 국내 골프장 최초로 도입한 ‘반려견 동반 라운드’다. 전용 케이프와 간식, 장난감이 포함된 패키지가 제공된다. 수익금은 전액 유기견 센터에 기부된다. 주인 옆에서 잔디를 밟는 네 발의 동반자. 어색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필드 위의 풍경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라운드 전 워밍업은 290m 거리의 드라이빙레인지에서 한다. 펜스가 없다. 시야 끝은 하늘과 만난다. 제주에서 유일하게 벙커와 어프로치 전용 연습장도 갖추고 있다. 숏게임을 가다듬기에 제격이다. 라운드 고객뿐 아니라 일반 이용객도 이용할 수 있다.

롯데리조트 아트빌라스 제주 전경 [롯데호텔 제공]


롯데리조트 아트빌라스 제주 [롯데호텔 제공]


라운드 이후 느끼는 맛…색다른 ‘건축 여행’도


클럽하우스 레스토랑은 88석 규모다. 창 너머로 필드와 바다가 보인다. 전복 황태 해장국, 수제 치즈 가츠 정식, 제주 돌문어 카다이프&판모밀 정식을 낸다. 18홀을 걷고 난 몸에 해장국 한 그릇이 스며드는 느낌은 골퍼들만 아는 작은 위로다. 프로샵에는 타이틀리스트, 캘러웨이, 풋조이 등이 입점해 있다.

라운드를 마치고 건축 여행을 떠날 수도 있다. 바로 롯데리조트 아트빌라스 제주다. 승효상, 도미니크 페로, 이종호, 켄고 쿠마, DA그룹 등 동서양을 대표하는 건축가 다섯 팀이 한 블록씩 설계한 빌라 단지다. 반려견과 함께 왔다면 이종호 블록의 펫 전용 객실(74평)을 추천한다. 럭셔리 펫 하우스, 웰컴 기프트까지 포함된 ‘놀멍쉬멍 패키지’가 반려견 동반 라운드와 연계된다.

빌라 사이를 잇는 ‘올레정원’은 24시간 열려 있다. 해 질 무렵 이 길을 걸으면 하루의 긴장이 바람 속에 녹는다. 커뮤니티 센터 ‘아트 코르델리아’에서는 바다와 코스를 바라보며 성게 미역국이나 바당 맑은 해장국으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다. 지하 클럽라운지는 밤 11시까지 문을 연다.


골프 너머의 시간, 모든 곳이 관광 포인트


골프장 밖으로 나서면 모든 곳이 관광 포인트다. 중문관광단지까지는 차로 15분이다. 천제연폭포, 송악산 둘레길, 쇠소깍, 오설록 티 뮤지엄 등도 부담스럽지 않은 거리다. 이중섭거리에선 작은 갤러리와 카페가 이야기를 건넨다. 서귀포매일올레시장에서 흑돼지 한 접시를 앞에 놓고 맥주를 기울여도 좋다. 골프, 건축, 음식 등 모든 것이 반경 30분 안에 있다.

변수는 날씨다. 변덕스러운 제주의 바람과 갑작스럽게 내리는 비는 골퍼들에겐 도전욕을 자극하는 양념으로, 여행객들에겐 잊지 못할 추억이 된다. 그렇게 롯데스카이힐CC 제주에서 아트빌라스로 이어지는 모든 건축은 자연을 따른다. 사람은 잠시 머문다. 돌아서면 아쉽다. 그래서 다시 오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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