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율은 0.76%에서 0.92%로 치솟아
금융지주 美 SEC에 건전성 악화 요인 언급
“채무 갚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 해소가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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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시내의 시중은행 ATM 기기[연합] |
[헤럴드경제=서상혁 기자] 이재명 정부의 생산적·포용금융 정책을 두고 금융권 안팎에서는 “금융의 새 물길을 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과제는 금융권 건전성 관리다.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에 맞춰 은행권이 기업대출을 대폭 늘리면서 건전성 관리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포용금융 확대에 따른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우려 역시 해결해야 할 숙제로 꼽힌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중소기업(개인사업자 포함) 대출 잔액은 683조9138억원으로 이재명 정부 출범 직전인 지난해 5월말 666조7411억원 대비 17조1727억원 늘었다.
이재명 정부 들어 각 산업군에 돈의 물길을 대는 ‘생산적 금융’이 강조되면서 은행권이 중소기업대출을 적극적으로 취급한 결과다. 이 기간 5대 은행의 중소기업대출은 월 평균 1조4310억원 취급됐는데, 이재명 정부 출범 직전 5개월(1월~5월) 월평균치 9024억원 대비 5200억원가량 늘었다.
생산적 금융이 은행의 주요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으면서 대출 규모는 눈에 띄게 늘었지만, 그만큼 건전성 리스크도 확대됐다는 것이 금융권의 공통된 시각이다. 대외 변수에 취약하고 내수 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한 국내 경제 구조상 중소기업대출은 고위험 여신으로 분류된다.
이미 연체율은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권 중소기업 대출의 연체율은 지난 2025년 3월말 0.76%에서 올 2월말 0.92%로 치솟았다. 올 3월말에는 0.81%로 소폭 내렸다.
현재 연체율은 과거 취급된 대출의 부실이 반영된 수치다. 은행권에서는 최근 확대된 대출에서 부실이 발생할 경우 연체율 상승폭이 지금보다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생산적 금융 확대 과정에서 중소기업대출 문턱이 이전보다 낮아졌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에서 생산적 금융 기조를 강조하고 있어 실적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며 “은행들이 서로 중소기업에 더 낮은 금리로 대출을 주겠다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생산적 금융 확대와 대출 심사 강화를 동시에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며 “과거라면 대출이 어려웠을 기업에도 생산적 금융 차원에서 대출이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내수가 지금보다 안 좋아질 것이라는 상황을 전제로 하면 연체율 상승폭은 더 확대될 것”이라며 “어느 순간에서는 대출 공급에 한계를 맞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포용금융 역시 은행권 건전성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이달 중 은행권 포용금융 종합평가체계를 공개할 예정이다. 정책대출뿐 아니라 자체 중저신용자 대출, 새희망홀씨 취급 실적 등도 평가 항목에 포함될 예정인데 경쟁 확대에 따른 건전성 리스크 악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주요 금융지주들은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사업보고서를 통해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 확대가 자산 건전성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 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건전성 문제는 금융사의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건전성 리스크가 대두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자본을 쌓아 손실 흡수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충당금은 회계기준에 따라 적립 규모에 일정한 제약이 있지만, 자본 확충은 상한이 존재하지 않는다. 신 선임연구위원은 “대출 자산에 대한 위험가중자산(RWA) 기준치를 완화하는 동시에, 추가적인 자본 확충도 전제가 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포용금융을 추진하면서 한편으로는 모럴해저드 우려를 불식시키는 ‘운영의 묘’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도 금융당국의 과제가 됐다.
금융당국은 포용금융 차원에서 장기 연체채권에 대해 ‘소각’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대출 등 상사채권의 소멸시효는 5년이며, 당국은 시효를 한 차례 연장하더라도 3년 차에 상환 능력을 심사해 상환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 채권을 소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따라 향후 대출채권의 존속 기간은 10년을 넘기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당국은 연체채권 소각 실적도 공시할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이달 중순 포용금융 전략추진단 킥오프 회의를 열고 신용평가 체계 개편을 비롯한 포용금융 추진 전략 전반을 논의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초저리 정책금융 상품인 ‘기본대출’ 도입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공공성을 지닌 금융기관으로서 포용금융의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채무를 갚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지 않도록 모럴해저드 우려를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생산적 금융과 포용 금융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제기되는 규제 일변도의 관치 비판을 어떻게 해소하느냐도 금융당국이 챙겨야 할 과제다.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연임 제한 법제화 등 지배구조 개선안을 두고도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계 최대 의결권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당국의 연임 제한 법제화에 반대 의견을 낸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