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이어 냉면…‘3번째 만남’ 젠슨 황·정의선, 자율주행·로봇 동맹 넓힌다

황 CEO, 7일 정 회장과 우래옥서 회동
지난해 ‘깐부 회동’ 이어 1년 새 세 번째 만남
자율주행·AI팩토리·로보틱스 협력 확대 논의 관측
8일 현대차 양재사옥 방문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7일 서울 종로구 우래옥에서 깜짝 회동을 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방한 중인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7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회동했다. 지난해 서울 삼성동 ‘깐부치킨’ 만찬으로 주목받았던 두 사람이 이번에는 서울 중구 우래옥에서 다시 만나면서, 현대차그룹과 엔비디아의 자율주행·로보틱스·스마트 제조 협력이 한층 구체화될지 관심이 쏠린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황 CEO는 이날 오후 12시에서 1시까지 약 한시간 가량 서울 중구 우래옥에 정 회장과 식사를 함께했다. 황 CEO는 이번 방한 기간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등 국내 주요 기업인들과 잇따라 만난 데 이어 정 회장과도 별도 회동을 가진 셈이다.

우래옥은 1946년 문을 연 서울 중구의 대표적인 평양냉면 전문점으로, 오랜 역사와 대중성을 갖춘 노포로 꼽힌다.

이번 만남이 주목받는 이유는 두 사람의 회동이 단순한 친분 차원을 넘어 현대차그룹과 엔비디아 간 미래 모빌리티 협력의 연장선에 있기 때문이다. 정 회장과 황 CEO는 지난해 10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함께 서울 강남구 삼성동 깐부치킨에서 만찬을 함께했다. 이른바 ‘깐부 회동’이다. 이후 현대차그룹과 엔비디아는 국내 피지컬 인공지능)AI 역량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박람회 ‘CES 2026’에서 재회하며 협력 범위를 대폭 넓혔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7일 서울 종로구 우래옥에서 깜짝 회동을 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


당시 양사는 약 30억달러 규모 투자를 통해 국내에 엔비디아 AI 기술센터와 현대차그룹 피지컬 AI 애플리케이션 센터, 지역 데이터센터 등을 구축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이 추진하는 차량용 AI, 자율주행, 로보틱스, 스마트 제조 분야에 엔비디아의 고성능 GPU와 AI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접목하는 것이 핵심이다.

재계에서는 이날 회동에서도 양사의 기존 협력 현황을 점검하고 향후 확대 방안을 논의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가장 직접적인 의제는 자율주행 플랫폼 고도화다. 현대차그룹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전환을 추진하는 동시에 자율주행 기술 내재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엔비디아의 차량용 AI 컴퓨팅 플랫폼과 자율주행 레퍼런스 아키텍처를 활용해 개발 기간을 줄이고, 안전 검증 체계를 강화하는 방안이 주요 관심사로 꼽힌다.

특히, 엔비디아의 ‘드라이브 하이페리온’ 플랫폼은 현대차그룹의 차세대 자율주행 개발과 맞닿아 있다. 드라이브 하이페리온은 차량용 고성능 컴퓨팅 칩, 카메라·레이더·라이다 등 센서, 차량용 운영체제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스택을 하나로 묶은 플랫폼이다. 현대차그룹은 레벨2 이상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부터 중장기적으로 레벨4 로보택시까지 확장 가능한 자율주행 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정의선(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젠슨 황(오른쪽 첫 번째)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이재용(왼쪽 첫 번째)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깐부치킨에서 회동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


현대차그룹의 미국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도 협력 논의의 주요 축으로 거론된다. 현대차그룹은 자체 SDV 역량과 모셔널의 로보택시 기술, 포티투닷의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을 결합해 자율주행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여기에 엔비디아의 차량용 AI 반도체와 시뮬레이션 플랫폼이 더해질 경우, 실제 도로 데이터와 가상 주행 데이터를 함께 활용하는 자율주행 개발 체계를 고도화할 수 있다.

황 CEO가 이번 방한 기간 언급한 차세대 제품군도 현대차그룹과의 협력 가능성을 키우는 대목이다. 황 CEO는 한국 기업들의 역할이 더 커질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차세대 AI 슈퍼컴퓨터 플랫폼, 신규 CPU, AI PC 플랫폼, 자율주행차와 AI 연산을 위한 프로세서 라인 등을 거론했다. 이 가운데 현대차그룹과 가장 직접적으로 맞닿는 분야는 자율주행차와 AI 연산용 프로세서 라인이다. 차량 내부에서 주행 판단, 안전 기능, 인포테인먼트, 개인화된 AI 서비스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고성능 차량용 AI 반도체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AI 팩토리 협력도 이날 회동의 주요 의제로 거론된다. 현대차그룹과 엔비디아는 5만개의 블랙웰 GPU를 활용해 통합 AI 모델의 훈련, 검증, 배포가 가능한 인프라를 구축하기로 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자율주행 데이터, 차량 소프트웨어, 로봇 제어 모델, 제조 공정 데이터를 하나의 AI 학습 체계로 묶는 것이 중요하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도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로봇, 제조 현장을 모두 보유한 대표적인 피지컬 AI 파트너다.

제조 분야에서는 소프트웨어정의공장(SDF)과 디지털 트윈 협력이 맞물린다. 현대차그룹은 생산라인을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재편해 설비 운영을 유연하게 하고, 차량 개발 및 양산 기간을 단축하는 SDF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옴니버스와 코스모스 플랫폼은 실제 공장을 가상 공간에 구현해 생산 공정, 로봇 동선, 설비 배치를 사전에 검증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올해 1월 6일(현지시간) CES 2026 현장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의 딸 메디슨 황과 대화를 하고 있다. 박지영 기자


로보틱스 분야도 빼놓을 수 없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나믹스를 통해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향후 자동차 공장과 물류 현장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투입하려면 로봇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스스로 판단하며 움직이는 피지컬 AI 역량이 필요하다. 엔비디아의 로보틱스 시뮬레이션, AI 학습 인프라, 실시간 연산 플랫폼이 현대차그룹의 로봇 사업과 맞물릴 수 있는 지점이다.

현대차그룹 내부 조직 개편도 양사 협력 확대와 맞물려 주목된다.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과 SDV, 로보틱스 역량을 첨단차플랫폼(AVP)본부 중심으로 재정비하고 있다. 박민우 AVP본부장 겸 포티투닷 대표이사 사장은 엔비디아 출신으로, 황 CEO와 직접 소통했던 핵심 인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로보틱스랩이 AVP본부 산하로 재편되면서 자율주행과 로봇 기술을 하나의 피지컬 AI 전략 아래 묶는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황 CEO가 8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를 방문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날 우래옥 회동이 양사 최고경영진 간 비공식 논의 성격이었다면, 양재 사옥 방문은 실무진이 참여하는 협력 점검 자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차량, 공장, 로봇을 모두 보유한 만큼 엔비디아가 말하는 피지컬 AI를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대표 파트너로 이번번 회동을 계기로 자율주행 플랫폼 적용 범위, AI 팩토리 구축, 로봇 상용화 방향 등 협력 논의가 더 구체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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