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선까지 읽는 30㎝급 초고해상도 구현…전천후 우주강국 대도약

대한민국 위성개발 34년史
1992년 ‘우리별’로 시작, 단시간 기술 발전
2022년 달탐사선 ‘다누리’ 독자개발 성공
전천후 SAR ‘아리랑 6호’ 올 하반기 예정
‘차세대중형위성 1호’ 민간 위성시대 서막
저·정지궤도, 과학기술위성 중점 개발 중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진이 천리안 2B호 전자파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대한민국이 독자 개발한 아리랑 위성 6호가 올 하반기 우주를 향해 힘차게 솟아 오를 채비를 마쳤다. 아리랑 6호는 아리랑 5호의 후속 위성으로, 광학관측위성으로는 촬영이 곤란한 야간이나 악천후와 같은 기상환경에서도 촬영이 가능한 전천후 영상레이더(SAR) 위성이다. SAR는 전파를 이용하기 때문에 밤이나 흐린 날씨에도 지상을 관측할 수 있다. 산불, 홍수, 산사태 등 재난재해가 발생했을 때 현장 접근이 어렵거나 기상 조건이 나쁠수록 전천후 관측 위성의 필요성은 커진다.

한국형우주발사체 누리호 발사 성공을 통해 우리나라는 명실상부한 우주강국으로 도약했다. 발사체 뿐만 아니라 지구관측위성, 통신위성, 기상 및 환경 해양관측위성, 달궤도선에 이르기까지 고성능의 다양한 임무의 인공위성을 독자개발하고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다.

박응식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위성연구조정실장은 “우리나라는 1990년대 다른 우주선진국에 비해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매우 짧은 기간 안에 빠르게 위성기술 수준을 끌어올린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며 “앞으로는 AI·반도체·통신 기술 등과 결합된 차세대 우주산업 분야에서 더욱 큰 성장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흑백영상에서 30㎝급 초고해상도까지 구현=지난 1992년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가 영국 서레이대학의 기술을 전수받아 만든 우리별 1호를 발사하면서 우리나라는 인공위성 보유국에 이름을 올렸다. 1999년 발사된 아리랑위성 2호는 우리나라가 본격적으로 실용급 위성을 시작했음을 알린 출발점이었다.

아리랑위성 1호에 탑재된 카메라는 6.6m급 흑백 전자광학 영상으로 지상의 큰 건물과 도로, 지형의 윤곽을 확인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제 대한민국 인공위성은 30㎝급 초고해상도 광학카메라로 도로의 차선과 경기장 관람석까지 읽어내는 단계로 발전했다. 단순히 숫자로 비교하면 가로·세로 기준 약 22배, 면적 기준으로는 약 480배 더 촘촘하게 지구를 보는 눈을 갖게 된 셈이다.

인공위성의 발전은 해상도 향상에만 머물지 않았다. 처음에는 핸드폰 카메라와 같은 광학 카메라가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구름과 어둠을 뚫고 지상을 관측하는 영상레이더(SAR), 지표의 열을 감지하는 적외선(IR), 정지궤도에서 기상·해양·환경을 바라보는 탑재체까지 확보해 전천후 지구관측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더 큰 변화는 지구 주변을 넘어 더 먼 우주를 향한 도전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항우연은 지구 저궤도 지구관측위성을 시작으로 고도 3만 6천㎞에 정지궤도위성을 운영중이며, 이제는 지구에서 38만㎞ 떨어진 달에서 대한민국 최초 달 궤도선 다누리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추진중인 인공위성은 크게 저궤도 인공위성인 아리랑 시리즈를 비롯해 고 궤도 인공위성인 정지궤도 복합위성 시리즈, 그리고 과학기술위성으로 구분된다.

아리랑 6호 비행 상상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국토관리, 환경감시, 재난 대응=2006년 발사된 아리랑 2호는 국내 주도 개발 가능성을 입증했다. 아리랑 2호는 흑백 1m, 컬러 4m급 영상을 제공했다. 아리랑 1호와 비교하면 한반도와 도시, 도로, 시설물을 보는 눈이 비약적으로 세밀해졌다. 위성영상은 국토개발과 지리정보체계 구축, 재난·환경 감시뿐 아니라 해외 판매가 가능한 고부가가치 정보 상품으로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아리랑 3호는 1호와 2호 개발을 통해 확보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수준의 전자광학 탑재체 AEISS(Advanced Raeth Imaging Sensor System)을 독자 개발했다. 이를 통해 0.7m급 서브미터 고해상도 광학 관측 능력을 확보했고, 아리랑 3A호는 보다 향상된 0.55m급 광학영상에 적외선 센서(IR)를 더했다. IR 센서를 통해 낮에 보이는 형태뿐 아니라 지표면의 열 정보까지 읽을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아리랑 5호에는 광학카메라가 아니라 영상레이더(SAR)를 탑재해 구름이 끼거나 밤이 되어도 지표를 관측할 수 있는 전천후 관측 체계를 열었다.

지난해 12월 발사된 아리랑 7호는 30㎝급 초고해상도 광학카메라와 고기동 자세제어 기술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지구관측 기술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공개된 초기 영상에서는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관람석, 도로의 차량과 차선, 해외 사막 지역의 낙타 혹의 수까지 식별 가능한 수준으로 성능이 향상됐다.

▶저궤도 중심에서 3만6000㎞까지=아리랑위성이 저궤도에서 지구를 정밀하게 촬영하는 눈이라면, 천리안위성은 고도 3만6000㎞의 정지궤도에서 한반도와 주변 기상, 해양, 대기환경을 계속 지켜보는 눈이다. 2010년 발사된 천리안 1호는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최초의 정지궤도위성으로 기상·해양·통신 복합 임무를 수행했다. 이를 통해 저궤도 중심이던 국내 위성 개발 역량은 중대형 정지궤도위성의 설계·조립·시험·운영 영역으로 확장됐다.

천리안위성 1호 발사로 우리나라는 미국, 유럽, 일본, 중국, 인도, 러시아에 이어 세계 7번째로 기상관측 위성 보유국이 됐다. 우리나라는 일본 등 해외 위성으로부터 기상정보를 제공 받아 왔었으나 독자적으로 기상 관측 정보를 얻게 되었다.

천리안위성 1호 후속으로 천리안 2A호와 2B호가 발사됐다. 2A호는 기상과 우주기상 관측을 담당하고, 2B호는 해양과 환경 관측을 수행한다. 특히 천리안 2B호는 정지궤도에서 대기환경을 관측하는 세계 최초 사례로, 한반도 주변 미세먼지와 대기오염물질 이동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민간 주도 위성 시대 전환=차세대중형위성은 그간 정부 주도 국가 위성 개발체계를 국내 산업체 주도 개발체계로 전환하기 위해 시작됐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정밀지상관측용 차세대중형위성 1호 개발을 총괄했다. 1호 개발 과정에서 다양한 공공수요 탑재체에 대응하면서도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표준형 플랫폼 기술을 확보, 이를 포함한 시스템·본체 개발 기술 일체를 한국항공우주로 이전했다.

2021년 발사된 1호는 현재 국토·자원 관리와 재난재해 대응 등 공공부문 수요에 대응하고, 국가 공간정보 활용 서비스를 위한 정밀지상관측 영상을 제공하는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지난 5월 차세대중형위성 2호에 발사에 성공하며 현재 1·2호 동반 운영 체계도 갖춰졌다.

박응식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위성연구조정실장은 “초기에는 항우연이 기술을 확보하고 체계를 개발하는 역할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국내 기업이 위성 개발을 주관하고 항우연은 핵심 기술, 탑재체, 지상국, 기술관리로 산업 생태계를 지원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면서 “국가 우주개발이 연구개발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려면 이런 전환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2022년 8월 한국형 달 탐사선 다누리가 발사에 성공했다. 달 상공 100㎞ 임무궤도에 진입 이후 달 표면 촬영, 달 착륙 후보지 탐색, 달 자기장과 감마선 관측, 우주인터넷 시험, NASA 섀도우캠을 통한 영구음영지역 관측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박 실장은 “항우연은 다누리를 통해 확보한 달 전이궤도 설계, 달 궤도 진입, 심우주 통신·관제 경험을 바탕으로 2032년 달 착륙선 발사를 목표로 관련 기술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본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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