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2조원’ 생산적·포용금융 본궤도

이재명 정부 금융개혁 1년
생산적 금융에 올해 1분기만 92조 투입
정부 인센티브에 민간금융 속도로 화답
취약계층 금리부담 덜고 접근성 높아져
포용금융추진단, 시스템 재설계 예고



이재명 정부는 지난해 6월 출범 직후 금융정책의 기조를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의 양대 축으로 정립했다. 부동산 중심의 자금 흐름을 미래 첨단산업과 민생 실물경제로 향하게 함으로써 경제 성장의 기반을 확충하고 금융의 역할을 재정립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로부터 1년, 정부는 금융 대전환의 밑그림을 그리는 단계를 지나 본격적인 실행 국면에 들어갔고 가시적인 성과도 하나둘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 민간 금융권이 호응하면서 주요 산업과 취약계층으로의 자금 유입은 점차 구체화되는 양상이다.

▶주요 지주 생산적 금융 목표액 62.5% 집행=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권은 향후 5년간 생산적 금융으로 약 1242조원을 공급할 계획이다. 민간금융이 616조원, 정책금융이 626조원이다. 단순 계산으로만 한 해 250조원가량, 우리 정부 1년 총예산의 30%를 넘는 재원이 실물 경제 전반에 수혈되는 셈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규모만이 아니다. 집행 속도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 올해 1분기에만 모험자본 9조9000억원을 포함해 92조원의 자금이 생산적 금융 부문에 투입됐다.

특히 민간 금융권의 움직임이 활발하다는 점은 눈에 띈다. 주요 금융지주(KB·신한·하나·NH농협)는 누적 42조4472억원 규모의 생산적 금융을 공급했는데 이는 연간 공급 목표액(67조8717억원)의 62.5% 수준이다.

반면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 영향으로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둔화된 상태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5월 말 기준 주담대 잔액은 613조3880억원으로 지난해 12월 말(611조6081억원)보다 1조7799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런 변화는 정부의 자본규제 합리화 등 인센티브 확충 효과로 풀이된다. 생산적 분야 자금 공급에 대한 위험가중자산(RWA) 완화 등의 조치가 금융회사의 자금 공급 여력을 높인 것이다.

생산적 금융의 가장 상징적인 성과로는 단연 국민성장펀드가 손꼽힌다. 국민성장펀드는 정부의 정책 자금을 마중물로 대규모 민간 자본을 결합해 총 150조원 규모로 조성, 첨단전략산업과 관련 생태계를 폭넓게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일반 국민이 직접 참여해 정부 주도 성장의 성과를 공유할 수 있도록 설계된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는 출시 5영업일 만에 목표 물량인 6000억원을 전액 판매하는 등 흥행을 기록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하반기 2차분을 추가 출시할 계획이다.

▶취약계층에는 안전망…장기연체채권 정리 속도=또 다른 축인 포용금융은 사회경제적 안전망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정부는 서민과 금융 취약계층의 실질적인 금리 부담을 낮추고 금융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했다.

먼저 대표적인 서민 정책자금인 햇살론 특례보증 금리를 종전 연 15.9%에서 9.5%로 인하했고 불법사금융예방대출 금리도 연 15.9%에서 6.3%까지 낮췄다. 금융 취약계층을 위한 저금리 생계자금대출을 출시했고 채무조정 성실상환자 소액대출 규모는 3배 이상 확대했다.

한계 상황에 직면한 장기 연체자에 대한 과감한 채무조정도 단행됐다. 정부는 장기 연체채권 정리 프로그램인 새도약기금을 통해 약 9조1000억원 규모의 부실 채권을 매입했다. 총 75만명(중복 포함)이 추심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경제 활동 인구로 복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주요 금융지주 역시 정부 기조에 맞춰 포용금융 공급에 속도를 내고 있다. 5대 금융은 향후 5년간 70조4000억원, 첫해인 올해 총 13조2200억원을 포용금융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 중 KB·신한·하나·NH농협금융의 합산 진도율은 이미 50%를 넘어선 상태다.

포용금융 측면에서 눈여겨볼 만한 대목은 금융의 공적 역할을 시대적 화두로 꺼내 들어 사회적 공감대를 어느 정도 형성했다는 점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공식 석상에서 “금융의 공공성이 취약하다”고 누차 지적하며 고질적인 금융 소외 문제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지나치게 수익성만 좇는 금융권의 관행을 끊어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이익 추구를 넘어 사회적 책임, 공적 역할을 복원할 때 비로소 포용금융의 토대가 마련된다는 취지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이달 중 ‘포용금융 전략 추진단’을 본격적으로 가동해 금융 시스템 전면 재설계에 착수할 계획이다. 추진단은 신용평가체계와 건전성 규제, 서민금융기관의 역할 미흡 등 시장 내에서 금융 배제를 유발하는 구조적 요인을 발굴해 개선하기로 했다. 특히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한 대안신용평가 활성화와 중금리 대출 구조 개선 등 실질적인 정책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미래의 금융은 단순한 이익 창출을 넘어 사회적 신뢰를 바탕으로 공동체와 함께 성장하는 모델로 재정립될 것”이라며 정부의 생산적·포용금융 추진을 평가하면서도 “금융권의 참여가 다소 수동적인 측면이 있기에 민관이 충분히 소통하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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