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8000’ 열었지만…K자형 증시·역대 최대 빚투 ‘과제’

자본시장 활성화
상법 개정 효과에 코스피 1년 새 212% 급등
개미 몰려 시총 세계 6위·ETF 500조 시대
삼전닉스가 이끈 랠리…‘반도체 쏠림’ 한계
극심한 변동성, 올해 사이드카만 20차례 발동


지난달 26일 한국거래소 서울사옥 홍보관에서 직원들이 코스피 8000선 돌파 기념 사진을 촬영 중이다. [한국거래소 제공]


지난 4일로 출범 1주년을 맞은 이재명 정부의 대표적 성과는 단연코 자본시장 활성화다. 취임 당시 2700선에 머물던 코스피 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8000선을 돌파했고, 시가총액과 거래대금, 개인 투자자 자금 유입도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당초 대선 공약이었던 ‘오천피(코스피 5000)’를 일찌감치 넘어섰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방’이었던 한국 증시는 이제 글로벌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시장으로 변신했다.

다만, 지수 급상승 과정에서 대형 반도체주에만 자금이 쏠리는 ‘K-자형 증시’가 심화됐고, 사상 최고치를 찍은 ‘빚투(빚내서 투자)’, 극심한 변동성 등은 잠재적 위험 요소로 꼽힌다. 코스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코스닥 시장 활성화도 과제다.

▶1년새 212% ‘쑥’…‘1만피’도 가시권=이 대통령의 취임일인 지난해 6월4일 2770.84에 불과했던 코스피 지수는 지난 4일 8639.41을 기록, 1년 새 무려 212%가 상승했다. 1년 만에 지수 앞자리를 6번이나 바꾼 것이다.

이러한 증시 급등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슈퍼사이클이라는 산업구조적 호재 외에도 상법 개정을 통한 주주 충실의무 확대, 자사주 소각 유도, 불공정거래 척결 등 정부의 강력한 증시 활성화 정책에 힘입었다는 평가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상법 개정은 그간 자본시장의 오래된 과제였는데, 1년 만에 성과를 낸 것은 칭찬받을 만하다”며 “우리 자본시장의 체질이 많이 바뀌고 있고, 이것이 주가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주가 상승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이끌었는데 그 전에는 증시 체질이 좋아진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부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과제로 내세우며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해왔다. 취임 직후인 지난해 6월11일 첫 번째 외부일정으로 한국거래소 간담회에 참석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여기에 ‘주가 조작=패가망신’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 불공정거래 근절에 힘썼다. 최근에는 국내시장 복귀계좌(RIA)를 내놓으며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복귀를 유도했으며,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 결과 코스피 지수가 급등하며 시가총액 순위는 글로벌 6위로 뛰어올랐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한국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올해 86% 급등해 5조420억달러(약 7550조원)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 중국본토, 일본, 홍콩, 대만에 이은 것이다. 코스피 고공행진에 국내 주식형 펀드와 ETF로 자금이 몰리며 1년 전 200조원 수준이던 ETF 순자산 총액은 지난달 27일 500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코스피 상승을 이끈 주역은 단연 반도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서버 투자 확대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폭증에 힘입어 주가가 급등했다. 지난해 6월4일 21만7500원이었던 SK하이닉스는 지난 4일 229만8000원으로 무려 956.5% 폭증했다. 5만7800원이던 삼성전자 역시 35만1500원으로 508.1% 늘었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랠리’ 지속과 기업들의 이익 개선, 정부의 정책 드라이브가 맞물리며 국내 증시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 3일(현지시간) 코스피 12개월 목표치를 기존 9000에서 1만2000으로 높이기도 했다.


▶양극화 심화 ‘반도체만 웃었다’…‘빚투’ 경고음도=지수가 급등하며 ‘축포’를 쐈지만, 이면에는 대형 반도체주 쏠림 심화와 극심한 변동성이라는 불안 요소가 존재한다.

주가가 지나치게 빠르게 상승한데다 연초 발발한 미-이란 전쟁이 겹치며 올해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사이드카(프로그램매매 호가 효력정지)는 총 20번(매수 11회·매도 9회) 발동됐다. 이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다로, 2002년 이후 발동된 전체 사이드카 총 80회의 25%에 달한다. 지난 3월에는 서킷브레이커가 2차례 발동되기도 했다. 같은 달 서킷브레이커가 2번 발동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시절인 2020년 3월 이후 처음이다.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변동성지수(VKOSPI)도 치솟았다. 지난 4일 기준 VKOSPI는 73.44로, 한 달 전인 5월 4일(55.87)보다 31.4% 급증한 상태다.

주가 상승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에 집중되며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기도 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코스피 상장사의 총 영업이익 156조3194억원 가운데 60% 가량인 94조8429억원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몫이었다. 지난달 27일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코스피 내 시가총액 비중은 52%였다. 지난달 말에는 코스피 상장 종목 922개 중 820개 종목이 하락키도 했다.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빚투’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 29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사상 최초로 38조원을 돌파한 상태다. 지난해 5월 말까지만 해도 18조원 수준이었지만 증시 고공행진과 함께 급격히 늘었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뒤 아직 갚지 않은 금액이다.

이준서 동국대경영학과 교수는 “전대미문의 증시 상승은 반도체 슈퍼사이클도 있지만 상법 개정을 통한 자본시장 환경 조성을 정책적으로 한 덕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통상 사이드카가 발동하면 매수, 또는 매도 등 한 방향으로 발생하는데 최근에는 양방향으로 발생하는 데다, 공매도 잔고와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동시에 최고치”라며 “현재 상황이 바람직한 방향인지 정부가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윤희·문이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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