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국가’ 태국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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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9일 태국 방콕 유엔 콘퍼런스 센터에서 열린 ‘2026 UN 베삭데이’ 모습 |
부처님의 탄생, 깨달음, 열반을 한꺼번에 기념하는 ‘베삭(Vesak) 유엔데이’란 생소한 이름의 행사가 있다고 해 순전히 불교 국제행사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1월 중순 부탄을 방문할 때 방콕 수완나폼 공항에서 환승하다 보니 한밤중 6~7시간 정도 머문 적이 있었다.
그때는 많은 사람이 붐벼 동남아 최대 허브공항으로서 면모를 봤으나, 이번엔 5월 말 오전 시간대 도착하니 공항이 무척이나 한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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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콕 수완나폼 공항 |
태국이 우기를 앞두고 40도까지 올라가는 한여름철이기 때문에 관광객이 줄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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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공기에서 내려다본 태국의 평야 |
인천공항에서 5시간 30분, 구름 아래 내려다보이는 태국은 세계 최대 쌀 생산국이라 그런지 산이 보이지 않는 곡창지대를 이루는 넓은 평야만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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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님들이 베삭데이 참가자들을 맞이하는 모습. 왼쪽 일곱번째는 정용식 ㈜헤럴드 상무. |
공항에 도착하니 황금색 가사 옷의 스님들이 행사 참가자들을 체크하며 맞이하고, 숙소로 지정된 구도심에 있는 오래된 호텔 ‘로얄 프린세스’는 여러 나라 스님으로 북적인다.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등 남방지역을 가면 불교문화가 사회 전체에 스며들어 있음을 느끼는데 국민 95%가 불자인 태국도 당연했다. 왕실 문화와 결합한 웅장하고 화려한 사원과 거대한 금빛 불탑들이 도시를 밝히고 많은 승려가 사회 공동체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태국은 상좌부 불교(예전 표현은 소승불교)의 중심 국가이다 보니 대표적인 세계 불교 국제행사로 발전한 ‘베삭(Vesak)유엔데이’와 세계 최대 규모의 재가불교 국제연합인 ‘세계불교종단, 연합 국제회의(WFB)’ 등의 본부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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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국제 베삭데이 포스터 |
우리나라에선 음력 4월 8일을 부처님 탄생을 기념해 ‘부처님 오신 날’로 봉축 행사를 하지만 태국, 스리랑카, 미얀마, 라오스 등 남방 불교권에서는 음력 4월 15일을 전후해 석가모니의 탄생, 깨달음, 열반을 함께 모아 ‘베삭데이’로 기념한다.
유엔은 1999년에 총회에서 베삭데이를 국제적인 불교 기념일로 채택했고 매년 ‘유엔 베삭데이’ 국제회의와 평화행사를 열고 있다. ‘베삭(Vesak)이라는 말은 팔리어에서 4월 달을 뜻하는 ‘베사카‘라는 이름에서 유래했다고 하며 부처님과 관련된 성스러운 일이 일어난 음력 4월의 보름날을 잡아 기념하는 것이다. 유엔에서는 베삭데이를 “평화, 자비, 인간, 존엄, 비폭력, 종교 간 화합”의 유엔 정신과 결합했다.
2026년 국제 베삭데이는 5월 26~27일까지 대승불교 권역(동북아)에선 처음으로 중국 장쑤성 우시 에서 열렸는데 70여개국 1000여명의 스님과 재가자들이 참여했다. 한국에서도 조계종, 태고종, 천태종, 진각종 등 불교종단협의회에서 큰스님 등 30여명 대표단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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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국제 베삭데이에 참석한 정용식 ㈜헤럴드 상무 |
‘불교의 지혜를 통한 글로벌 지속 가능한 발전 촉진과 인류 공동 미래 구축’이라는 주제로 기조연설, 세션 발표, 문화공연 등의 행사가 있었는데 필자는 참석의 기회를 갖지 못했다.
1999년 유엔총회 결의로 시작된 ‘유엔 베삭데이 국제대회’는 2001년 뉴욕 유엔본부에서 첫 번째 행사를 개최한 이래 2025년 대회를 포함 베트남에서 4차례 개최했고 그 외는 대부분 태국에서 개최하면서 참가국을 계속 늘려 세계불교 교류의 장으로 확대해 가고 있다.
베트남 호찌민시에서 ‘인간 존엄을 위한 연대와 포용: 세계평화와 지속 발전을 위한 불교의 지혜’라는 주제로 개최한 2025년 20회 베삭데이 행사는 85개국에서 1300여명이 참석했다. 각국에서 고승, 불교학자, 정부 대표들이 참석해 학술회의, 평화기도회, 연등행렬, 문화예술 공연, 명상행사, 불사리 친견 등 행사와 ‘세계평화와 전쟁종식, 인간존엄과 포용, 환경위기와 지속가능성, 명상과 마음치유, 빈곤과 사회적 갈등 해소’ 등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세계평화’를 위한 호찌민 선언을 채택했다.
2026년 베삭국제대회는 중국에서 개최됐지만,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협의 지위를 가진 ‘국제 베삭의 날 위원회(ICDV)’ 본부가 있는 태국에서 마무리 행사를 하는 듯했다. 필자가 참석한 21회 베삭데이를 정리하는 5월 29일 태국행사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상설기구인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ESCAP)’ 본부가 있는 방콕 유엔 콘퍼런스 센터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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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삭데이가 열린 태국 방콕 유엔콘퍼런스 센터 모습 |
태국 방콕 유엔 콘퍼런스 센터에서 개최된 베삭데이는 태국 최고 승가위원회와 태국 왕실의 축복 아래 ‘국제 베삭의날 위원회(ICDV)’, 태국문화부, 마하마쿳불교대학교(MBU)등 태국의 2개 불교 대학교에서 공동주관 했다.
중국 국제대회에 참석하고 합류한 이들을 포함, 많은 국가의 스님과 재가자들이 함께했는데 방글라데시. 부탄·독일·호주·베트남·중국(홍콩)·미국·일본·캐나다 등 등에서 참석한 스님들과 불교 관련 교수들의 발표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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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국제 베삭데이에서 동국대 불교학과 황순일 교수가 발표하는 모습 |
한국에선 대회 집행위원인 동국대 불교학과 황순일 교수 등이 중국을 거쳐 합류해 발표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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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베삭위원회 및 국제불교대학협회 회장 ‘프라브라함분딧’ 스님(맨 왼쪽), 수라윳 출라논 추밀원 의장(가운데) |
‘방콕 유엔 콘퍼런스 센터’에선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국제베삭위원회 및 국제불교대학협회 회장 ‘프라브라함분딧’ 스님의 환영사를 시작으로 UN ESCAP 사무총장, 태국 부총리 메시지, 그리고 20여명의 세계 각국 발표자들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불교적 지혜와 세계평화’에 대한 열정 발표를 AI 통역을 통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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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국제 베삭데이 오후 개막 퍼포먼스는 태국 국왕 라마 10세를 대신해 추밀원 의장이 주관했다. |
오후 개막 퍼포먼스는 태국 국왕 라마 10세(마하 와찌랄롱꼰)를 대신해 추밀원 의장(왕실을 대표하는 최고위 원로)이 주관했다. 국왕이 태국 상좌부 불교의 수호자 역할을 맡고 있어 스님을 제외한 모든 참가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예경을 표하는 등 화려하게 장식된 연단에서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태국 국왕은 사회 통합의 상징으로 불교와 국가정체성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지만 라마 10세는 개인 생활 등의 문제로 선대왕과 비교되며 국민적 존경이 많이 약해져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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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올해가 불기 2570년인데, 태국은 불기 2569년이라고 적혀 있다. |
행사 중 궁금증 하나가 생겼다. 한국은 올해가 불기 2570년인데 이곳 행사 포스터에는 불기 2569년, 1년의 차이가 발생했다. 알아보니 부처님의 열반을 원년으로 삼는 불기(佛紀)이지만 열반 연도의 불명확성 때문에 차이가 발생한다고 한다.
1956년에 개최된 세계불교도 대회에서 열반원년을 기원전 544년으로 채택해 우리나라는 이를 적용했고, 태국, 스리랑카 등에선 기원전 543년을 열반 원년으로 해 불기를 계속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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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국제 베삭데이 행사장 모습 |
2027년 22회 ‘국제 베삭데이’는 개최 신청 국가가 없는 듯 해 또다시 태국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2026년 중국에서 개최된 ‘유엔베삭데이 국제행사’ 결과 보고와 대회장의 폐회사 이후 참가자들은 또 다른 공식 행사 장소인 방콕에서 자동차로 1시간여 거리의 ‘나콘파톰 주’에 있는 붓다몬톤(Buddhamonthon)으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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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국 나콘파톰주 붓다몬톤 내 인공 연못 |
방콕에서 서쪽으로 60㎞ 정도 떨어진 100만명 도시 ‘나콘파톰 주’는 태국에 불교가 처음 들어온 가장 오래된 불교 발상지이며, 세계에서 가장 높은 불탑 중 하나인 127m 높이의 프라파톰(Phra Pathom) 불탑(Chedi)이 있는 곳이다. 이 지역에 태국 정부는 1957년 불교 2500주년을 기념해 현대 태국불교의 상징으로 130만평(여의도의 1.4배)의 거대한 불교 공원을 조성했다.
넓은 인공 연못과 숲길이 있는 거대한 수행, 명상 공간, 법륜과 불교 상징 조형물, 팔정도 길, 기념관, 보리수 등이 있으며 유엔 베삭데이(Visakha Bucha)를 비롯해 불교 행사와 국제행사 등이 주로 열리는 곳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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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붓다몬톤 내 높이 15.87m의 ‘걷는 부처상’ |
불교 공원 중앙에는 세계에서 보기 드문 높이 15.87m의 거대한 ‘걷는 부처상’(行步佛)이 있고 공원 주변에는 태국 불교대학인 마하출라롱콘 대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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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붓다몬톤’ 내 공원 한쪽에 돔형으로 된 법회장 |
현대 태국불교의 중심이라는 ‘붓다몬톤’ 내 넓은 공원 한쪽에 돔형으로 된 법회장에서 각국의 스님 500여명과 재가자 등 800여명이 모여 1시간 30여분 동안 여러 나라 전통 방식으로 염불 수행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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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회에 참석한 태국 불교 교단의 최고승정 |
태국 전체 승가의 정신적 지도자이며 태국 불교 교단의 최고승정(한국 조계종의 종정)이 참석해 법문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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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님들이 촛불을 들고 ‘걷는 부처상’을 도는 탑돌이 |
어두워질 무렵 법회가 끝나고 참석한 스님들 수백명이 촛불을 든 채 앞장서고 재자가들이 뒤따르면서 ‘걷는 부처상’을 도는 탑돌이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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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걷는 부처상’을 도는 탑돌이 |
바람 때문에 촛불이 자주 꺼지고 다시 붙이는 혼란스러움도 있었지만 수백명이 거대한 입불상을 도는 탑돌이는 장관이었다. 21차 유엔 베삭데이는 이틀간의 중국행사에 이어 ‘붓다몬톤’ 탑돌이를 끝으로 공식 마무리됐다.
행사 참여 일행과 함께 버스로 이동하다 보니 ‘붓다몬톤’에서 차로 20~30분 거리의 불교 성지에 있는 127m의 프라파톰 불탑(Chedi)을 보지 못한 아쉬움은 못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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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국제 베삭데이 참가자들 모습 |
태국은 왕실의 전폭적인 후원으로 불교 국제행사를 자주 개최하고, 해외 승려, 유학생 등에 대한 불교대학 입교 등을 통해 국제승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유엔 베삭데이도 단순한 불교 국제행사가 아니라 국가브랜드와 결합해 ‘세계불교 외교의 중심’으로 세우려 하는 등 ‘불교국가 태국’의 이미지를 관광, 명상, 문화, 외교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왕실과 승가, 교육과 관광이 연결된 태국불교의 여러 면모를 보면서 ‘불교문화’를 두고 K-문화와 결합한 한국불교, 종주국으로서 자존심을 지키려는 인도불교, 새롭게 관광과 연계를 도모하고 있는 중국, 일본 등 아시아권 경쟁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인도는 불교의 발상지로서 세계불교의 중심 무대에 서기 위해 2011년 창설한 IBC(국제불교연맹)본부를 인도 뉴델리에 두고서 세계적 불교 네트워크를 통한 세계불교도의 공동 목소리를 조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IBC는 인도 정부와 함께 ‘글로벌 불교 정상회의’를 2025년 1월 시작해 매년 개최를 통해 각국의 승가 지도자와 불교학자 등을 불러 모아 불교 네트워크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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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국제 베삭데이에 참석한 정용식 ㈜헤럴드 상무(오른쪽 두 번째) |
올해 4월 서울 코엑스 불교 국제박람회장을 찾은 IBC 사무총장은 조계종 정원주 중앙신도회장을 만나 국제회의 참석 협조를 구하기도 했다. ‘집단의 지혜, 하나 된 목소리’의 IBC 표어처럼 ‘세계불교 협력 네트워크’의 중심을 구축하고자 하는 것이다.
세계불교는 크게 세 가지 전통으로 나뉘어 있다. 첫째는 동남아 지역 태국, 스리랑카,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등의 상좌부 불교(남방불교 또는 소승불교)로 초기 불교 경전과 승려 중심 전통이 강하고 개인의 수행과 해탈을 강조한다. 탁발과 명상 수행 문화를 엿볼 수 있다.
둘째는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 등의 대승불교인데 모든 중생의 구제를 강조하고 재가자들의 자비와 보살행을 중시하며 선(禪)불교라고도 한다. 끝으로 빠른 깨달음과 밀교 수행을 강조하고 스승(달라이 라마)의 역할을 강조하는 티베트불교(금강승 불교)로 티베트, 부탄, 몽골 등에 분포돼 있다.
세 가지 전통으로 나뉘어 있는 불교의 세계적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각국의 여러 노력이 다양한 국제 불교 행사를 통해 표출되고 있다.
<다음 회는 상좌부 불교사원을 찾아 방콕의 사원과 영광과 굴욕으로 점철된 세계문화유산 아유타야 사원에 대해 연재합니다.>
글·사진 = 정용식 ㈜헤럴드 상무
정리 = 민상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