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대진연이지” 거칠어진 올림픽공원 집회…우르르 몰려들어 몸수색 요구까지 [세상&]

올림픽공원 내 시위 4일째 이어져
인파 늘고 ‘부정 선거’ 목소리 커져
집회 참가자들끼리 ‘갈라치기’ 양상
‘가짜 경찰’ 허위사실도 SNS서 퍼져

 

8일 오후 4시20분께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이어지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 반발 집회에서 한 남성 참가자가 ‘선동 세력’으로 의심받아 쫓겨나고 있다. 이영기 기자

[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반발해 모인 집회가 대체로 평화적이었던 주말 풍경과 달리 8일부터는 ‘선 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핸드볼 선수들이 경기장 안에서 물품을 챙겨 나가는 것을 막아서고 일부 시민을 ‘선도세력’으로 몰아 욕설과 함께 집회 현장에서 쫓아내는 일도 벌어졌다.

8일 오후 4시께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 경기장 앞으로는 1000여명이 넘는 인파가 모여 태극기를 들고 “부정선거 재선거”, “스톱 더 스틸(Stop the steal)” 구호를 연신 외치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고 있다. 스톱 더 스틸은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진영에서 외치는 구호다.

8일 오후 5시께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 집회 참가자들이 모여있다. 김서현 수습기자

인파는 계속 불어나고 있다. 이날 정오쯤 1600여명(경찰 비공식 추산) 수준이었던 집회 참가 인원은 오후 들어 훌쩍 세가 커졌다.

구분 짓고 배척하는 분위기가 짙어졌다. 한 집회 참가자 A씨가 일본 만화 주인공 가면을 쓰고 배회하자 다른 참가자들은 근거 없이 “‘대진연(대학생진보연합)’이다”를 외치며 쫓아냈다. 다른 참가자 수십 명이 의심받는 A씨를 둘러싸고 가족을 향한 욕까지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자 근처에 있던 경찰이 개입해 더 이상의 충돌을 막았다.

A씨는 할 수 없이 쫓겨나며 “대진연 아니다. 금요일에도 전한길을 보러 이곳에 왔다. 오늘 두 번째로 온 것”이라며 “의상은 단순히 집회에 재미를 더 하기 위해 입은 건데 이렇게 의심받았다”고 설명했다.

8일 오후 4시께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이어지고 있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 반발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성조기 사용 여부를 놓고 다투고 있다. 이영기 기자

성조기를 놓고 옥신각신하는 경우도 목격됐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나란히 들고 있던 집회 참가자 임모(60) 씨를 향해 다른 참가자 B씨는 “성조기 들고나오면 3000명도 안 모인다”며 “성조기 갖고 나오지 말라”고 항의했다.

이에 임씨와 일행은 “한미 동맹이라 갖고 나온 건데 무엇이 문제냐”고 맞섰다. B씨는 “우리나라는 독립국인데 왜 성조기를 갖고 나오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되받아쳤다. 소란이 커지자 주변으로 참가자가 몰려 들었고 B씨는 자리를 떴다.

이날 오전 훈련 물품을 찾기 위해 핸드볼경기장을 찾던 핸드볼 여성 유소년 국가대표팀 선수들도 곤욕을 겪었다. 이들은 오는 24일 세계 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연습이 예정됐는데, 핸드볼경기장이 봉쇄돼 연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은 인근의 한국체육대학교에서 훈련하려고 훈련 물품을 꺼내오던 중 집회 참가자들에게 가로막혔다. 집회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선수들은 보내주자”, “직접 까봐야 한다”는 의견이 맞섰다.

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훈련 물품을 꺼내오던 핸드볼 유소년 국가대표 선수들이 집회 참가자들에게 제지당하는 모습. [독자 제공]

선수들이 손까지 싹싹 빌며 보내달라고 해서야 집회 참가자들은 길을 터줬다. 선수들이 현장을 떠난 후 일부 시민은 길을 터주자는 의견을 낸 다른 시민을 향해 “프락치 아니냐”고 성을 냈다.

선수들은 연습을 위해 시중에서 구할 수 없는 ‘국제 공인구’가 필요했던 상황으로 전해졌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반발한 집회는 나흘째 이어지고 있다. 경기장 내부에 개표가 끝난 송파구 투표함 380여개와 투표용지가 그대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은 모두 철수한 상태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날 기준 기동대 350여명을 배치해 돌발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소셜미디어(SNS)에는 현장에 배치된 기동대를 촬영한 영상과 함께 ‘외국 경찰’, ‘가짜 경찰’ 같은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는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다. 경찰청은 이날 오후 언론 공지를 내고 “확인되지 않은 억측과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게시물이 확산 중”이라며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묵묵히 최선을 다하고 있는 전국 14만 경찰관의 사기를 저하하고 정당한 법 집행을 어렵게 하는 근거 없는 허위사실 유포를 자제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