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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락장에 코스피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된 8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홍태화·송하준 기자] 국내 증시가 ‘3고(高) 위기’에 직면했다.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가운데 고금리와 고유가 부담까지 겹치면서 ‘팔천피(코스피 8000)’ 시대를 열었던 증시는 단번에 7000선 초중반까지 떨어지며 시험대에 올랐다.
여기에 사상 최대 규모로 평가받는 스페이스X 기업공개(IPO)가 글로벌 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떠오르면서 국내 증시를 떠받치던 유동성이 빠르게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검은 월요일’이 단기적인 조정이 아니라 추세 전환의 시작일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8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오전 9시 기준 달러당 1555.2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직전 거래일 주간 종가(1539.1원)보다 16.1원 올랐다. 환율 시초가로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6일(1590원) 이후 가장 높다.
환율은 직전 거래일인 지난 5일 주간 거래를 1539.1원으로 마감했으나 야간 거래 종가로 19.9원 더 오른 1559.0원을 기록했다. 야간 거래 마감을 앞두고는 1561.5원까지 고점을 높이면서 2009년 3월 6일(1597.0원)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시장에서는 최근 환율 급등의 가장 큰 배경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매도세를 꼽는다. 외국인은 올해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118조원 국내 주식을 순매도했다. 특히 5월 한 달 동안 44조원가량을 팔아치웠고, 6월에도 단 4거래일 만에 약 18조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날에도 외국인들은 장 초반 3000억원이 넘는 순매도 물량을 쏟아내며 한국 시장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개인은 2000억원가량, 기관은 1400억원가량을 순매수 중이다.
코스피는 이에 8% 이상 급락하면서 ‘서킷브레이커(거래 일시 중단)’가 발동됐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오전 9시 3분 42초부터 20분간 유가증권시장의 거래를 중단했다. 코스피는 발동 당시 전 거래일보다 685.85포인트(8.40%) 내린 7474.74를 나타냈다.
문제는 환율과 외국인 수급이 서로를 자극하는 구조에 있다. 외국인 자금 유출이 환율 상승을 부추기고, 반대로 급등한 환율이 환차손 우려를 키우면서 추가 매도를 유발하는 악순환이 형성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환율 상승은 통화정책 측면에도 증시에 부담을 준다. 일반적으로 환율 안정을 위해서는 금리 인상을 통해 통화 가치를 방어하는 방법이 사용된다. 금리 인상이 실제로 일어나면 시중 유동성은 축소하고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지면서 증시에는 직접적인 악재로 작용한다.
여기에 국제 유가 상승까지 겹치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고유가는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고, 이는 다시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을 높인다. 결국 고환율과 고유가가 금리 상승 압력으로 이어지며 증시를 짓누르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특히 최근 글로벌 투자자금이 미국 대형 성장주와 초대형 IPO 시장으로 집중되는 흐름도 국내 증시에는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다. 스페이스X는 사상 최대 규모의 IPO를 추진하며 전 세계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시장에서는 공모 목표 규모의 두 배에 달하는 약 1500억달러의 투자 수요가 몰린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스페이스X IPO가 단순한 개별 기업 상장을 넘어 글로벌 유동성을 흡수하는 ‘블랙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규모 기관 자금이 스페이스X 공모에 참여하기 위해 현금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신흥국 증시 비중을 축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는 한국 증시 입장에서는 추가적인 수급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당국도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긴급 시장점검회의를 열고 국내외 증시 변동성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거래소는 시장 불확실성을 악용한 불공정거래를 집중 점검하고 불법 공매도 감시도 강화할 계획이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회의에서 “시장 급변 상황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긴장을 늦추지 말고 안정적인 시장 운영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환율, 금리, 유가의 흐름이 국내 증시 향방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 수급 개선과 환율 안정 여부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변동성 확대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이상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인플레이션 확대 배경에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에 따른 유가 상승이 있다”며 “시장 역시 향후 물가 지표와 통화정책 변화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영원 흥국증권 연구원도 “인플레이션 압력과 이에 따른 금리 부담의 증가는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야 하는 AI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이며, AI투자에 따른 반도체 산업의 수혜의 크기와 속도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라며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의 대규모 투자가 예고 되어있는 AI산업에 있어 금리 상승은 조달비용의 문제를 넘어 지속가능성 여부를 좌우하는 핵심 이슈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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