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즈나, ‘메트로놈’으로 K-팝 박자 바꾼다…“세상의 기준 아닌 우리가 기준”

걸그룹 이즈나 [웨이크원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일정한 박자로 흔들리던 비트 위로 여섯 멤버의 팔이 각도기처럼 정확히 뻗어 나갔다. 허리를 뒤로 젖히는 동작까지 오차 없이 맞아떨어지자 무대는 순식간에 EDM 페스티벌의 열기로 뒤덮인다. 몽환적인 분위기로 시작한 음악은 후렴에 가까워질수록 거세게 속도를 끌어올렸고, 이즈나는 리듬 위에서 존재감을 선명하게 각인한다.

“세상이 기대하는 기준이 아닌, 내가 기준이 돼 나아가겠다는 확신을 담았어요.”

이즈나의 방지민은 8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미니 3집 ‘세트 더 템포(SET THE TEMPO)’ 발매 기념 미디어 쇼케이스에 이렇게 말했다. 데뷔 이후 차곡차곡 쌓아온 ‘나다움’의 서사가 이번 앨범에서 마침내 자신들만의 언어를 얻었다.

걸그룹 이즈나(마이, 방지민, 코코, 유사랑, 최정은, 정세비)는 이날 타이틀곡 ‘메트로놈(METRONOME)’ 무대를 처음으로 공개하고 새 앨범에 담긴 이야기를 들려줬다.지난해 9월 발표한 미니 2집 ‘낫 저스트 프리티(Not Just Pretty)’ 이후 약 8개월 만의 컴백이다.

이즈나의 세 장의 앨범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데뷔작 ‘N/a’가 한계를 넘어 새로운 세계로 향하는 도전이었다면, ‘낫 저스트 프리티’는 ‘예쁨’이라는 프레임을 넘어선 가능성의 확장이었다. 이번 앨범은 타인의 시선이나 세상의 속도 대신 자신만의 박자로 움직이겠다는 선언이다.

유사랑은 “세상이 정한 기준이 아니라 이즈나만의 속도로 나아가겠다는 의미를 담았다”며 “대체불가한 그룹이라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앨범에는 타이틀곡 ‘메트로놈’을 비롯해 팝 록 장르의 ‘R.I.P.’, 팬송 ‘인피니티(INFINITY)’ 등 총 5곡이 수록됐다.

타이틀곡 ‘메트로놈’은 세련된 하우스 리듬 위에 중독성 강한 멜로디를 얹은 곡이다. 일정한 박자로 움직이는 메트로놈처럼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리듬을 만들어가겠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프로듀싱은 테디를 중심으로 쿠시, VVN, IDO 등 더블랙레이블 프로듀서진이 맡았다.

최근 가요계에선 하우스 장르가 다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즈나의 선택은 단순히 흐름에 올라타기보다 팀의 색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낼 수 있는 방향을 택했다. 몽환적인 분위기와 강한 퍼포먼스를 동시에 지닌 이즈나 특유의 결을 하우스 비트가 극대화했기 때문이다.

마이는 “인트로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듣자마자 ‘이즈나다운 곡’이라고 생각했다”며 “후렴으로 갈수록 하우스 사운드가 강해지는데, 저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파워 몽환’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는 장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코코는 “‘맘마미아’나 ‘사인’과는 또 다른 결의 곡이라 기대가 컸다”고 했고, 최정은은 “지금까지 들었던 곡 가운데 가장 이즈나와 잘 어울리는 노래”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무대 위 퍼포먼스는 이즈나의 강점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준다. 후렴구의 반복적인 손동작과 보깅 요소가 더해진 댄스 브레이크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칼군무 속에서도 멤버 각각의 개성이 살아났다.

이번 안무의 핵심은 이른바 ‘각도기 춤’이다. 팔을 곧게 뻗은 채 각도를 정교하게 맞춰야 하는 고난도 동작이다. 방지민은 “안무를 처음 봤을 때 멤버들끼리도 놀랐다”며 “팔이 내려가는 각도와 속도를 계속 모니터링하면서 맞췄다.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안무”라고 설명했다. 최정은은 “보깅 안무가 포함돼 있는데 멤버들 모두 팔다리가 길어 동작이 더 잘 살아났다”고 했고, 유사랑은 “손끝 각도 하나까지 함께 맞추며 솔직하게 피드백을 주고받았다”고 말했다.

더블랙레이블 수장 테디와의 작업 비하인드도 공개됐다. 멤버들은 테디가 디렉팅 과정에서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들어줬다고 입을 모았다.

마이는 “항상 하고 싶은 대로 해보라고 말씀해주신다”며 “‘나는 이미 좋다고 생각하니 너희가 만족할 때까지 녹음해보라’고 해주셨다”고 말했다. 최정은 역시 “멤버들의 이미지와 방향성까지 함께 고민해주셔서 편안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공교롭게도 같은 더블랙레이블 소속 걸그룹 미야오(MEOVV) 역시 최근 컴백하면서 자연스럽게 비교 구도도 형성됐다. 이즈나는 그러나 자신들만의 색으로 차별화를 만들어가겠다는 생각이다.

유사랑은 “다채로운 보컬과 에너지 넘치는 퍼포먼스가 이즈나의 강점”이라며 “좋은 아티스트들과 함께 활동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데뷔 이후 케이콘(KCON), 팬 콘서트, 대학 축제 등 다양한 무대를 경험하며 멤버들의 무대 장악력도 한층 단단해졌다. 정세비는 “예전엔 긴장을 많이 했다면 요즘은 무대 위에서 자신감을 찾는 법을 배우고 있다”며 “대학 축제 무대를 하면서 정말 많이 성장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최정은 역시 “처음엔 동작 하나하나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관객과 감정을 주고받으며 무대를 즐기게 됐다”고 했다.

이번 앨범을 통해 이즈나는 자신들만의 속도로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유사랑은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와 콘셉트가 정말 많다”며 “어떤 음악을 하더라도 결국 ‘이즈나가 하나의 장르’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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