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원 줄테니 나가라”…실거주 강화에 집주인-세입자 분쟁 1년새 두배 이상 늘었다 [부동산360]

올해 1~4월 접수 주택분쟁 618건 집계
“전세품귀 속 대체선택지 없어 갈등 심화”


서울 강남구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은 매물 정보. [연합]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임대인이 집을 팔수 있게 협조해주면 새 전셋집을 구할 수 있게 도와준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팔고 나서는 나몰라라 하네요. 전세 매물도 없고, 애들 학교 문제도 있는데 어떡하죠? (세입자 A씨)”

토지거래허가제를 비롯한 정부의 실거주 중심 부동산 정책으로 임대차 매물이 급감하면서 시장 혼란이 커지고 있다. 계약종료 후에도 이사갈 집을 찾지 못해 버티기에 나서는 세입자, 세입자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임대인 등 각양각색의 상황이 벌어지며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를 찾는 이들도 1년 사이 두 배 넘게 증가했다.

9일 김미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4월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주택 분쟁 건수는 618건으로 지난해 동기(274건) 대비 2.3배 규모로 급증했다. 4월까지 임대차분쟁조정위에 접수된 건수는 이미 지난해 접수 건수(1170건)의 절반을 넘는 수준이다. 상가 관련 분쟁이 같은 기간 68건 접수돼 지난해 동기(63건)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은 것과 대비된다.

가장 비중이 높은 유형은 ‘보증금·주택의 반환’으로 약 34%(210건)을 차지했다. 유지·수선 의무(147건), 손해배상(74건), 계약 갱신·종료(69건), 계약 이행 및 해석(61건)가 뒤를 이었다. 지난해 동기간 한 건도 없었던 ‘임대차 기간’ 관련 유형도 올해는 7건 접수되며 모든 유형에서 접수 건수가 증가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임대료 증감액, 계약 갱신 절차와 합의조건에 따른 갈등을 비롯해 임대인 실거주 사유로 계약갱신 거절 후 제3자에게 집을 내놔 손해배상을 신청한 경우 등이 주요 사례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서울 도심 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헤럴드경제DB]


업계에서는 실거주 요건을 강화하는 정책 변화로 세입자들의 주거난이 가중된 것이 갈등 확대의 배경으로 보고 있다. 집주인의 실거주 전환 또는 매도를 위한 공실화 과정에서 임대차 매물이 줄고, 가격이 오르자 세입자가 갈 곳을 잃는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매물이 많으면 이사나 기간 조정 같은 변수에 대응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많지만 전세 품귀 상황에서는 대체 선택지가 없다”며 “고금리 상황에서 매수도 쉽지 않고 서울은 초과수요 상태이기 때문에 향후 법률 분쟁으로 가는 극단적인 경우가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장에서는 집주인·세입자와의 갈등 사례가 발견된다. 특히 최근 비거주1주택자의 ‘세 낀 매물’ 거래가 가능해지면서 갱신권을 쓰기 어려워진 세입자들이 버티기에 나선 경우도 있다.

수도권에 집을 가진 B씨는 “비거주1주택자도 매매가 가능해서 월세를 내준 집을 팔겠다고 했는데 세입자가 문자, 답장, 전화도 모두 거부한 채 집도 보여주지 않고 있어 난감하다”면서 “‘보지 않고 매수하겠다’는 분이 나타나서 일단 계약을 진행 중”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집주인인 C씨는 “계약완료에도 세입자가 이사를 안 나간다고 해서 위로금 1000만원을 제시했지만 버텼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했다”고 말했다.

임대인들도 갈등을 줄이고자 과거 대비 더 적극적으로 세입자 관리에 나서는 모습이다. 경기도에 전세로 거주 중인 한 D씨는 “계약 만료 6개월 전에 딱 맞춰서 집주인이 계약 연장 여부를 묻는 연락이 왔다”면서 “반년 뒤 입주가능 물건을 지금 찾기도 쉽지 않은데 결정을 강요받는 것 같아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임대차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인 만큼 임대인과 임차인이 권리 보호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임차인은 상대방의 구두 약속보다 문자, 내용증명 등 객관적인 증빙을 확보하고 갱신권 포기나 이사 합의를 서면으로 조건을 명확히 남겨야 향후 불이익을 줄일 수 있다”면서 “매도인 또한 임차인이 갱신요구권을 행사한 사실이 매수인에게 승계될 수 있는지 등을 사전에 확인해 갈등 소지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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