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간 교류까지 언급된 점 특징적”
“韓 억제 넘어 다자협의체 주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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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앞줄 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앞줄 오른쪽)이 지난 8일 북한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된 환영식에서 열병식을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도현정·전현건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평양 방문을 계기로 중국이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재평가하고, 관계를 ‘소극적 관리 대상’에서 ‘적극적 파트너’로 전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중 경쟁 심화 속에 북한을 ‘대미 견제 카드’로 활용하려는 전략적 판단이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미국의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8일(현지시간) 시 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방 주도의 국제질서에 맞서 단결된 모습을 보여주면서 양국의 ‘깨지지 않는 유대’를 기념했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시 주석이 김 위원장에게 긴밀한 전략적 소통과 모든 분야에서의 교류 강화를 강조했다는 점을 주목하며, 러시아의 대북 영향력 확대에 맞서 균형을 잡으려는 행보라고 분석했다. NYT는 시 주석이 이번 방북을 통해 ‘중국이 가장 중요한 은인이자 경제적 파트너이며 미국에 대한 방어벽’이라는 점을 북한에 은근히 상기시켰다고 봤다.
NYT는 “김 위원장이 중국과 러시아라는 두 강대국 이웃과 사이에서 성공적으로 균형을 잡을 수 있다면 핵무기 개발에 더욱 거리낌이 없어질 것이고, 이에 따라 중국의 군사적 부상과 미국의 방위조약 준수 역량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이 지역 미 동맹국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CNN방송은 “북러가 관계를 강화해왔지만 ‘북한의 가장 중요한 경제적 생명줄이자 외교적 파트너는 중국’이라는 게 중국의 분명한 메시지”라고 보도했다. 이어 “북한으로서도 시 주석의 방북으로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군사·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면서도 한쪽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으려는 오랜 균형외교의 또 다른 장을 연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북한에서 커지는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를 적당한 선에서 견제했고, 북한은 중러 사이 균형외교로 경협 확대 등 실리를 챙기며 존재감을 과시했다는 것이다.
외신들은 시 주석이 북한과 서구 중심 국제질서 대응을 위해 협력을 강화하는데 주력하면서,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서는 공개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것에도 주목했다.
NYT는 북중정상회담 이후 나온 중국의 발표에 핵프로그램 언급이 없었다는 점을 중요한 변화로 지적했다. 과거 북중 회담 발표에는 북한 핵프로그램 종식을 위해 협력한다는 문구가 들어갔지만 지난해 9월 김 위원장이 중국 전승절을 맞아 방중해 시 주석과 대면한 이후로는 그런 내용이 사라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시 주석이 김 위원장과의 회담에서 무역, 농업, 기술협력 등 각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북한의 핵프로그램에 대한 공개적 언급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 주석이 김 위원장에게 공개적으로 비핵화를 압박하는 대신 북한의 가장 중요한 정치적 후원자이자 경제적 생명줄로서 중국의 전통적 지위를 재확인했다고 분석했다.
영국 언론들도 이번 회담은 중국이 최근 위축된 대북 영향력을 회복하고자 하는 시도라고 평가하면서, 북·러 밀착을 견제하고 중국의 영향력을 강화하려다 보니 핵 협상 관련 문제에는 휘말리지 않으려 했다고 봤다.
BBC방송은 “시 주석에게 북한은 중국이 통제할 수도, 손 놓고 잃을 수도 없는 이웃”이라며 “최근 수년간 불신이 양국 관계를 긴장시켰고, 중국은 이제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지만 전혀 예측할 수는 없는 파트너에 대한 영향력을 다시 다지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중국은 국경 안정성과 북한에 대한 영향력은 원하지만, 북한의 핵 야욕으로 촉발된 위기에는 휘말리지 않고자 한다”면서 “시 주석의 방북이 우호관계보다는 영향력 확보에 관한 것일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파악했다.
이와 관련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중국을 둘러싼 대외환경 변화 속에서 북한의 전략적 가치에 대한 재인식이 이뤄지고 있다”며 “과거에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관리하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적극적으로 관계를 강화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이어 “미중 경쟁 심화와 한미일 안보 협력·쿼드 등 대중 압박 구도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중국은 북한을 ‘대미 견제 카드’로 활용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군사 분야에서도 감지된다. 홍 연구위원은 “이번에는 군대 간 교류까지 언급된 점이 특징적”이라며 “형식적 협력을 넘어 실질적인 군사협력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합동훈련, 군사정보 교환, 군수 및 기술 협력 등 다양한 형태의 연계 가능성이 거론되는 배경이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대양 작전 능력’을 강조하는 배경에는 단순 전력 과시를 넘어, 북중러 협력 구도 속에서 군사적 지분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며 “핵 능력과 함께 원해 작전 수행 능력을 갖출 경우 동북아 해양안보 구도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고 짚었다.
북중관계가 밀착될수록 북한은 전략적 후방을 확보하지만, 동시에 중국의 영향력 아래에서 행동반경이 조정될 가능성도 커질 수도 있다. 대미 견제 전선으로서의 공조와 함께 군사적 긴장 고조를 억제하려는 관리 기능이 병행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기존의 북핵 중심 대응에서 벗어나 보다 확장된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홍 연구위원은 “억제는 유지하되 전략적 시야를 넓혀 동북아 전체의 군비 경쟁과 불안정성을 관리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며 “다자협의체를 통해 군비 통제와 위기 관리 논의를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