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숙도 큰고니 ‘여름이’, 러시아-낙동강하구 왕복비행

작년 봄 을숙도~연해주 2300km 비행
올해 봄 물새류 대체서식지 다시 찾아와
“인공포육 개체의 이주본능 회복 확인”


큰고니 ‘여름이’(오른쪽 위)와 을숙도 물새류 대체서식지 등 [부산시 제공]


[헤럴드경제(부산)=정형기 기자] 동물원에서 부화돼 부산 을숙도에서 대체서식지 적응훈련을 받은 큰고니 ‘여름이’가 지난해 러시아 번식지로 떠났다가 겨울을 나기 위해 올초 부산으로 돌아왔고, 최근 번식기를 맞아 다시 러시아로 북상한 사실이 확인됐다.

낙동강관리본부 소속 낙동강하구에코센터는 9일 이같이 밝히고 “동물원에서 태어나 자란 큰고니가 야생적응 훈련을 거쳐 국제적 이동경로를 스스로 완주하고 다시 고향에 돌아오는 데 성공한 건 국내 최초”라고 설명했다. 큰고니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천연기념물이다.

지난 2023년 5월 용인에버랜드에서 부화한 여름이는 같은해 10월 부산 을숙도 물새류 대체서식지로 옮겨져 체계적인 야생적응 훈련을 받았다. 2025년 봄 등에 부착된 GPS 정보를 통해 여름이가 울산과 북한을 거쳐 러시아 프리모르스키(연해주)까지 2300km 하늘길을 날아간 사실이 확인되면서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놀라운 사건은 그다음 발생했다. 러시아에서 번식기를 보낸 여름이가 가을 추위가 시작된 지난해 10월 경북 영덕과 경산시 인근으로 내려와 겨울을 보내고, 올해 3월 부산 을숙도 물새류 대체서식지를 잊지 않고 찾아온 것이다.

한달 넘게 을숙도 물새류 대체서식지와 인근에서 먹이활동을 하며 머물던 여름이는 1년 전과 비슷하게 지난 4월 러시아로 떠난 것이 뒤늦게 확인됐고, 최근 위치추적 결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프리모르스키에 정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조류 전문가들은 인공포육 개체의 ‘생존’을 넘어, 야생의 복잡한 이주본능을 완벽히 회복했음을 보여주는 생태학적 성과라고 평가하고 있다. 서진원 시 낙동강하구에코센터장은 “을숙도에서 성장한 여름이가 부산으로 돌아왔다는 것은 낙동강하구가 철새들에게 얼마나 소중하고 안전한 보금자리인지를 증명한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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