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26년 6월, 사상 최대 FIFA 월드컵이 북중미 16개 도시에서 막을 올린다. 48개국이 펼칠 104번의 열띤 승부에 전 세계 축구팬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미국 댈러스에서는 4강전을 비롯해 9경기가 개최된다. 뜨거운 축제의 열기 속에, 한국 기업에게는 미국 시장을 공략할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
한국의 대미 투자는 미국의 산업 지형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미국은 한국의 최대 투자대상국이 되었고, 한국 기업들은 미국 제조업 일자리 창출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텍사스에는 첨단 반도체 밸리가 형성되고 있고, 조지아에서는 대규모 전기차 공장이 가동에 들어갔다. 오하이오, 인디애나 등 중부 산업벨트에는 배터리 생산기지가 들어섰으며 한국 조선사들은 미 해군 함정의 유지·보수·정비(MRO) 시장에 본격 가세했다. 양국은 지난해 조선, 에너지, 반도체 등에 대한 3500억달러 규모의 전략적 투자 패키지에도 합의했다. 미국은 첨단 제조 공급망을 확보하고 한국은 세계 최대 시장에 거점을 구축하는 상생 협력이 본격화되는 중이다.
안보가 곧 경제인 시대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동맹국과의 협력을 통해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다. 반도체, 조선, 원전 등 미국이 육성하려는 전략 산업에서 한국은 기술력과 신뢰를 모두 갖춘 핵심 파트너로 평가받는다. 동맹국이자 첨단 제조 강국이라는 한국의 전략적 지위를 적극 활용해야 할 시점이다.
에너지 협력도 양국 경제를 잇는 핵심 축이다. 우리나라의 중동산 원유 의존도는 70%에 달한다.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가 현실이 된 지금, 수입선 다변화는 절체절명의 과제다. 미국으로부터의 원유 수입 비중은 지난해 17%를 넘어서며 사우디에 이은 제2의 원유 수입국으로 부상했고, 한국은 향후 4년간 1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 구매를 약속했다. 걸프 코스트 지역을 중심으로 미국의 에너지 수출 인프라가 확대되고 있어 이 흐름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전방위적 산업 협력 위에 K-컬처의 확산도 힘을 보태고 있다. K-팝과 K-드라마가 만든 문화적 친밀감은 소비재 수출의 성장으로 이어진다. 지난해 미국은 한국 농식품과 화장품의 최대 수출시장으로 부상했다. 대미 K-푸드 수출은 18억 달러, 화장품은 22억 달러로 각각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제 한국 제품이 미국 대형 유통기업의 진열대를 차지하는 풍경은 낯설지 않다. 라면과 김을 넘어 냉동김밥, 만두, 한국식 치킨 등 다양한 품목들이 미국 시장에서 존재감을 넓혀가고 있다.
이번 북중미 월드컵은 한국의 산업과 문화 역량을 하나로 엮어 전 세계에 보여줄 무대다. 수많은 인파가 집결하는 축제 현장에서 K-푸드와 K-뷰티로 소비자를 사로잡고, 경기장 밖에서는 한국의 첨단 기술이 미국 경제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고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통상 환경의 거친 압박 속에서도 시장의 빈 공간을 빠르게 선점하는 필승의 전략이 필요한 때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의 선전 못지않게, 미국 시장이라는 거대한 경기장에서 K-산업과 K-컬처가 거둘 승리를 뜨겁게 응원한다.
김경훈 한국무역협회 댈러스지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