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간 자녀 더는 못 버티고 한국행” 환율 때문에 유학생·주재원·여행객 모두 운다

원/달러 환율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
외국 송금 수요 많은 유학생 가족 직격탄
은행 영업점에도 환전 시기 문의 쇄도
‘마통’ 쓰는 해외 주재원도 고환율 이중고
여름 휴가 해외 여행객도 자금 마련 부담 커


원달러 환율이 미국의 금리 인상 기대와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17년 3개월만에 최고치를 보인 8일 오전 서울 명동의 한 환전소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헤럴드DB]


[헤럴드경제=서상혁·김은희·정호원 기자] “자고 일어나면 달러가 올라 있어요. 왜 하필 외국에 돈을 보내야 할 시점에 이렇게 올라있는지 너무 답답합니다”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까지 오르면서 서민 경제도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유학생 자녀를 둔 부모나, 외국에서 생활 중인 주재원들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해외 여행을 준비 중인 이들도 경비 마련에 부담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20대 캐나다 유학생 자녀를 둔 50대 초반 직장인 김 모 씨. 매달 약 5000캐나다달러를 자녀에게 보내고 있다. 이달 초에도 거액의 돈을 송금한 김 씨. 돈을 보낼 때마다 “손해가 막심하다”고 한숨을 쉬는 요즘이다. 원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지난해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보내야 하는 돈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김 씨는 “요즘에는 차라리 그 돈으로 투자를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아내가 자녀와 함께 캐나다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생활비 부담이 커져 올여름에는 한국에 들어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학생 커뮤니티에도 고환율 상황에 대한 성토가 잇따르고 있다. 한 미국 유학생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에 눈치를 보게 된다”며 “올해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과 가족들은 더욱 힘들 것”이라고 적었다. 또 다른 유학생 가족은 “언제쯤 환율이 떨어질지 매일 달러 가격을 확인하는데 볼 때마다 오르고 있다”고 토로했다.

유학원이 밀집한 서울 강남권 은행 영업점에도 환전·송금 시점과 관련한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녀에게 송금해야 하는데 언제 보내는 것이 좋을지 묻는 고객들이 적지 않다”며 “환율 향방을 예측하기 어려워 명확한 답을 드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해외 주재원들의 사정도 녹록지 않다. 특히 단기 주재원의 경우 신용카드 한도가 충분하지 않거나 현지 금융권 대출 절차가 복잡해 한국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높은 현지 물가에 환율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주재원인 40대 직장인 한 모 씨는 “미국 안에서도 식료품 등 각종 생활비가 상승했는데 급여는 그대로라 생활비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요즘에는 한국에서 받아뒀던 마이너스 통장에서 돈을 끌어다 쓰고 있는데, 환율에 금리까지 올라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여름 휴가를 앞두고 해외여행을 계획 중인 직장인들도 속앓이 중이다. 중동 전쟁 여파로 항공기 티켓 값이 평시 대비 치솟은 가운데, 환율까지 오르면서 여행 경비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이달 중순 멕시코 여행을 계획 중인 30대 직장인 김 모 씨도 여행 경비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김 씨는 “이미 항공권을 예약해 취소할 수 없는 상황이라 비용 부담이 적지 않다”며 “환율이 오르면서 숙소 비용만 당초 예상보다 25만 원가량 늘어났는데, 남은 여행 경비를 언제 환전해야 할지도 고민”이라고 말했다.

현재 호주를 여행 중인 30대 직장인 홍모 씨는 “4월에 항공권을 결제할 당시만 해도 환율이 곧 안정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오히려 더 상승했다”며 “현장에서 결제하는 호텔을 이용하고 있는데 예약 당시보다 약 15%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됐다. 그 정도 금액이면 더 좋은 숙소를 선택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10일 원/달러 환율은 12.9원 오른 1525.0원으로 개장했다. 지난 5일 10시 28분 1549.25원까지 치솟으며 1550원마저 위협했던 수준에서는 다소 내려 왔지만 여전히 고환율 리스크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원/달러 환율이 좀처럼 안정되지 않자 외환당국도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금융당국은 주요 외국환은행을 대상으로 외환 공동검사를 실시해 시장 교란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점검할 계획이다. 정부는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거래 등 일부 투기적 외환거래가 최근 환율 변동성을 확대시킨 요인 중 하나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을 공식화했는데, 금리가 조정될 경우 외환시장도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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