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재정난 ‘악화일로’…희망퇴직마저 막혔다

신청자 몰리자 자금·인력 이탈 우려
3000억원대 대출 없인 퇴직금 못줘
작년 1조 당기순손실…“존속 의문”


서울 시내의 홈플러스 매장 [헤럴드DB]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홈플러스가 폐점 점포 근무 직원들을 대상으로 추진했던 희망퇴직 계획을 전면 철회했다. 대규모 자금과 인력 이탈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재정난의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사실상 청산 수순을 향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이달 초 폐점을 결정한 전국 37개 점포에 근무하는 ‘책임 이상’ 직원에 대한 희망퇴직 계획을 철회했다. 예상보다 많은 신청자가 몰리면서 적지 않은 퇴직금 비용과 인력 유출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봤다.

홈플러스 측은 “희망퇴직은 취소됐지만, 자산유동화 지원제도에 따른 위로금 및 고용안정지원제도는 예정대로 시행한다”고 말했다. 자산유동화 지원제도는 퇴사를 희망하는 직원을 대상으로 근속연수 등에 따라 고용안정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사측은 현재 폐점 점포 직원들을 대상으로 자산유동화 지원제도 신청자를 받고 있다.

자산유동화 지원제도가 정상적으로 작동할지는 미지수다. 홈플러스는 앞서 채권단의 긴급운영자금(DIP) 대출 및 회생법원의 기업회생절차 연장 동의가 이뤄져야만 퇴직금 지급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정난이 홈플러스 폐점 점포 직원들의 정상적인 퇴직마저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홈플러스가 폐점 점포 직원들에게 약속했던 전환 배치마저 이뤄지지 않으면서, 이들은 사실상 ‘강제 휴직’에 놓였다.

실제 홈플러스의 재정 상태는 악화일로다. 홈플러스의 2025회계연도(2025년 3월~2026년 2월) 공시에 따르면 자산은 약 7조3040억원, 부채는 자산과 맞먹는 7조649억원이다. 1년 내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은 2907억원, 1년 내 만기가 돌아오는 유동성 장기차입금 규모는 1조3152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은 104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매출은 전기 대비 감소한 5조7963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손실은 74% 늘어난 5464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당기순손실은 48% 증가한 1조10억원에 달했다.

홈플러스 감사인인 한영회계법인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의견 거절’을 표명했다. 상당한 규모의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 1년 이내 상환 요구 가능한 차입금 등을 근거로 “회사의 계속기업으로의 존속 능력에 대한 유의적인 의문을 초래한다”고 했다.

현재 홈플러스는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에 1000억원 규모의 초단기 브릿지론에 이어, 2000억원 규모의 DIP 대출을 요청한 상태다. 홈플러스는 입장문을 통해 “현재 가장 시급한 과제는 매각 절차가 완료될 때까지 안정적인 영업을 유지하면서 구조혁신을 마무리할 수 있는 운영자금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했다. 메리츠는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 개인의 보증을 요구하며 움직이지 않고 있다.

양측의 입장은 9일 더불어민주당 홈플러스 문제 해결 태스크포스(TF)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간담회에서도 평행선을 달렸다. 이 자리에서 메리츠는 거듭 김 회장의 보증을 요구했고, 홈플러스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자는 “서로의 책임으로 돌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청산으로 가려고 작정했느냐’는 질타가 쏟아졌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국회 하반기 원 구성 협상이 마무리된 이후 홈플러스 사태에 대한 추가 청문회를 여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서울 중랑구 홈플러스 면목점에 영업 중단을 알리는 현수막이 설치되어 있다. [헤럴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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