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성공하려면 ‘고객 중심 마인드’ 갖춰야”

양광레이 국립대만과기대 산학혁신단장
前TSMC R&D 이사, 초기 성장기반 닦아
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 사업 토대 달라
현 캐파, 수요보다 작아…비전통적 상황
“분사로 새 문화, 강한 공정·분야에 집중”


지난 3일(현지시간) 국립대만과기대 하오양 실험동에서 만난 양광레이 국립대만과기대 산학혁신단장 겸 국립대만대 겸임교수는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성공하기 위해선 분사가 필요하다”고 직격했다. [공동취재단]


“파운드리는 서비스업이지, 기술 집약형 산업이 아닙니다. ‘삼성의 기술이 좋은가’와 ‘삼성이 파운드리를 잘할 것인가’는 완전히 별개의 이야기입니다. 기술은 파운드리를 하기 위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닙니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을 성공하기 위해선, 독자적인 법인으로 분사해 진짜 파운드리 비즈니스를 해야 합니다.”

지난 3일(현지시간) 국립대만과기대 하오양 실험동에서 만난 양광레이 국립대만과기대 산학혁신단장 겸 국립대만대 겸임교수는 메모리와 파운드리는 업(業)의 본질이 다르다며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을 성공하기 위해선 메모리 사업부의 그늘 아래 있어선 안된다고 직격했다.

양광레이 교수는 국립대만대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UC버클리 컴퓨터공학 박사를 딴 후 TSMC에 합류, R&D인프라 엔지니어링 담당 이사를 맡으며 회사 성장의 토대를 마련한 ‘6인의 기사(Knight)’ 중 한 명이다. 이후 SMIC 사외이사와 인텔 파운드리 기술고문을 맡은 후 2023년 국립대만대 겸임교수를 맡으며 교단에 섰다.

반도체 업계에만 30년 이상 몸담았던 그는 현재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빅테크의 거대한 자본으로 만든 일종의 ‘인위적인 폭등(Artificially Spike)’이라며 이러한 규모의 슈퍼사이클은 역사상 단 한번도 없었고, 인류 역사상 가장 높은 폭등이라고 설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D램 등 모든 곳에서 부족(Shortage) 사태가 일어났다는 설명이다.

양광레이 교수는 “어느정도 수준에 도달하면 평형상태(Equilibrium)로 접어들어 점차 포화되겠지만, 그 포화단계까지 얼마나 걸릴지, 얼마나 빠르게 진행될지 예측이 어렵다”고 봤다. 하지만 “캐파를 늘리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다 폭등세가 둔화될 때 ‘공급 과잉’이 발생할 수 있는 점이 두렵다”며 “지금까지는 수요에 맞춰 서서히 증설하며 캐파가 수요보다 살짝 모자란 상태를 유지했는데, 지금은 캐파가 수요보다 훨씬 작은 상태고, 이는 아주 비전통적인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이러한 ‘공급 과잉’ 현상이 발생했을 때 문제는 D램이다. 앞서 두 번의 반도체 치킨 게임에서도 D램을 둘러싼 출혈경쟁이 벌어졌다. 이 지점에서 파운드리를 해야 하는 이유가 생긴다.

양광레이 교수는 “메모리는 새로운 기술이 나와 다음 세대로 넘어가면, 기존 구형 장비들은 쓸모가 없어진다. 하지만 파운드리는 구형 장비조차 여전히 ‘돈 찍어내는 기계’ 역할을 한다. 재무적 안정성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력한 것”이라며 “파운드리에 투자하면 20~30년동안 투자 회수를 지속할 수 있지만, 메모리 장비 투자는 길어봐야 5~7년이라 투자 대비 수익률(ROI)이 파운드리만큼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짚었다.

대만 신주시에 위치한 TSMC R&D 센터. 박지영 기자


아울러 파운드리 사업자는 엔비디아, AMD 등 CPU(중앙처리장치)·GPU(그래픽처리장치)에서 누가 승자가 되더라도 상관없다. 모두 우리 고객이기 때문이다. 양광레이 교수는 “과거 지표를 보면 인텔과 삼성의 매출은 업황에 따라 심하게 널뛰기 하지만 TSMC는 항상 안정적으로 성장해왔다”며 “특정 제품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양 교수는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기술력은 충분하지만 TSMC의 적수가 되기는 어렵다고 봤다. 파운드리 모델의 핵심은 ‘고객’이기 때문에 서비스 정신, 극단적으로 ‘노예 마인드셋’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TV, 스마트폰, 메모리 등 제품 중심 비즈니스 모델에 익숙해져 이른바 ‘대국 마인드셋’만 갖췄다는 것이다. 반면 TSMC 등 대만 업체들은 내수 시장이 완제품을 소비할 만큼 크지 않아 자체 제품 대신 OEM(주문자 상표 부착생산)을 도맡아왔다. TSMC와 삼성은 문화적 ‘DNA’ 자체가 다르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지난해부터 지속하고 있는 ‘메모리 초호황(슈퍼사이클)’이 오히려 삼성 파운드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어 표현으로 ‘성공은 실패의 어머니’라는 얘기가 있다. 실패가 있어야 성공이 있는데, 메모리가 너무 잘되고 있기 때문에 변화하고 전환해야 할 압박이 전혀 없는 것”이라며 “메모리 호황으로 파운드리 부문까지 신경 쓸 충분한 여유(Bandwidth)가 없고, 앞으로도 가지기 힘들 것이다. 이미 삼성 내부에서 파운드리 부서 사람들은 메모리 부서에 밀리는 ‘이인자’라고 느끼고 있다”고 직격했다.

양 교수는 “거대 기업 내부에서 작은 신사업 조직이 살아남기는 매우 어렵다. 삼성이 정말 파운드리를 하고 싶다면 별도 회사로 분사해야 하는 이유”라며 “메모리와 파운드리가 모두 세계 최고 수준으로 강력해서 하나의 완벽한 시스템으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이상, 두 부서가 같이 있는 건 매력적이지 않거나 시너지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파운드리, 패키징 역량을 연계하는 ‘종합 반도체 기업’(IDM)으로서의 경쟁력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같은 전략에 반대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양 교수는 “삼성 파운드리가 성공하기 위해선 분사를 통해 리더십부터 실행단까지 외부 인물 수혈을 통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야 하며, 모든 공정을 다 잘하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가장 자신있는 특정 공정과 노드’에 역량을 100% 압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양광레이 교수는 미국 정부가 뒤에 없다면 인텔은 삼성의 적수가 안 된다고 봤다. 삼성전자의 기술력은 이미 탄탄하기 때문에, 실행력과 조직 문화를 바꾼다면 파운드리 강자가 될 수 있다는 조언이다.

아울러 양광레이 교수는 1나노 미만 공정이 가능한지에 대해 “1나노 미만인 7옹스트롬(), 5옹스트롬, 3옹스트롬 공정은 기술적으로 당연히 다 등장할 것”이라며 “하지만 장담하는데, 앞으로 등장할 이 숫자들은 실제 반도체 내부의 물리적 ‘기하학적 치수(Geometry)’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단일 칩의 평면 미세화(Single shrink)가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에, 이제는 서로 다른 칩을 하나로 묶는 ‘첨단 패키징(Advanced Packaging)’ 기술이 핵심 승부처가 되었고 이미 대세가 됐다”며 패키징 기술에 집중해야 하는 배경을 설명했다. 타이베이=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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